열하일기 - 전3권 겨레고전문학선집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 보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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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시절 약 200페이지 정도의 열하일기를 읽었고, 생각보다 별것아니네 하며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열하일기의 전부인줄 알았었다ㅡㅡ;;;

도서관독서모임에 '열하일기'가 선정된 후에야 원래 열하일기 원본은 번역이 무려 세권에 달할만큼 길다는 것과, 내가 읽은 것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정도임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이렇게 완역본을 제대로 읽었다.

내가 읽은 것은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겨레고전문학선집으로, 이 열하일기는 북한의 리상호님이 완역했다. 그것도 무려 1955년에! 다시 한번 해방 후 혼란기에 얼마나 좋은 학자들이 북한으로 갔는지 느낄 수 있었고, 그럼에도 북한이 결국은 지금의 빈국이 된 것이 바로 독재정치에 의한 것임을, 그리하여 경제발전에 있어 민주주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내가 새삼 놀란 건 리상호님의 번역이 너무나 훌륭해서이다. 고전번역을 이렇게 매끄럽게, 그리하여 애초에 한글로 쓰인 것마냥 생생하게 하신 것이, 물론 북한어휘나 단어의 교정이 있었다고나 하나, 대단한 솜씨이다. 지금도 채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많은 우리 선조들의 글이 있는데, 이런 훌륭한 학자가 번역을 맡아준다면 얼마나 우리가 선조들의 유산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남북분단이 우리 민족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도 많다ㅠ.ㅠ

열하일기 자체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일단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중국에 청나라 건륭제의 시대를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면 정말 훌륭한 사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정치학 고전으로 유명한 알렉시스 드 또끄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와도 비견될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민주주의' 또한 저자가 1840년대에 미국을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에서 비롯되었는데, 박지원의 '열하일기' 또한 사신일행과 청나라를 다녀오면서 청나라에 대한 여러 문물과 제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최고봉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생동감있는 문체와 청나라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 그리고 조선이 가진 문제점에 대한 고발 및 그 해결책 모색 등 어느하나 빠뜨릴 수 없는 엄청난 작품이다. 왜 우리나라의 고전 리스트에 반드시 선정되는지 이제야 충분히 알겠다.

다만 내가 읽은 보리출판사 버전은 그냥 글만 있고, 다른 분들이 가져온 돌베개 버전은 사진자료가 풍부하다. 열하일기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돌베개 버전에서는 그런 점은 편하기는 하다. 다만 번역의 품격은 보리 버전이 난 듯 싶고.

이번 독서의 결론. 열하일기는 반드시 완역본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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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오리 이름 정하기
이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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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디오북은 이랑 작가의 '오리 이름 정하기'이다.

'오리 이름 정하기'는 단편소설집으로 최현지 배우가 낭독했다.

이랑 작가는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설들의 스타일들 각각이 다양하다. 일반적인 단편소설 양식도 있는가 하면 영화 대본과 같은 스타일도 있고, 시점도 다양하다.

공통된 점이 있다면 바로 주제의식. 작가는 시니컬하게 한국사회를 풍자한다. 그것도 유쾌하게.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적 시선이고 도발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유쾌하게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일단 등장인물들이 모두 성실하게 살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고 있으며, 선하다. 그런 그들에게 닥쳐오는 부당한 상황들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보편적 인식에 대한 강한 믿음에 균열이 감을 느낀다.

그야말로 유쾌하게 들은 오디오북. 최현지 배우도 낭독을 잘했고, 작가의 글도 재치있다. 그러면서도 뭔가 생각해볼 거리가 있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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