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나 아이언의 모험 움직씨 퀴어 문학선 3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 지음, 조혜진 옮김 / 움직씨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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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열넷의 나이에 이미 두 아이를 출산한, 노예같은 생활을 하던 치나(이건 이름이라기 보다는 소녀나 하녀를 뜻하는 일반명사다)는 짐승같은 남편이 군대에 차출된 후, 자유를 찾아 마을을 떠난다. 반려견 에스트레야와 함께 방랑하던 치나는 연상의 영국여인 리즈를 만나 함께 아르헨티나의 팜파스를 여행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성숙시키게 된다. 아름다운 남미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페미니즘, 퀴어, 생태주의, 반차별주의,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를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내며 노예처럼 살던 치나가 결국 파라나강이라는 유토피아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아르헨티나의 국민문학이라 불리는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라는 대서사시의 스핀오프 격으로 행방불명된 것으로 그려졌던 피에로의 아내가 해방과 사랑을 위해 모험을 떠났다는 상상을 이렇게 소설로 옮겼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교묘하게 비틀어 이렇듯 훌륭한 퀴어 페미니즘 소설을 완성시킨다.

그야말로 강렬한 이미지와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여성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소설. 배경이 남아메리카이기에 가능한 소설이며,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꿀 것을 우리에게 말하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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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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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족이나 친구를 갑작스럽게 상실했을 때, 그 상실이 남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체험한 적이 있다. 남은 사람은 바로 내 친동생으로, 내 이모의 딸 즉 내 이종사촌이 내 아랫동생과 동갑이면서 심지어 국민학교 5학년 때는 같은 반이기도 했던(그 때가 동학년이 17학급이었는데도 둘이 같은 반이 되었다!!!) 그야말로 영혼의 친구 사이었는데, 중2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던 이종사촌동생이, 내 동생이 고3이라 국제편지를 못 보냈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대학교 입학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동생은 이 후 거식증을 앓았다. 만약 지금 시대였다면, 일단 인터넷으로 서로 연락했을 수 있었을 거고(그래서 그런 슬픈 일이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아니 만약 그런 일이 또 생긴다면, 동생에게 심리치료를 받게 했을 것이다. 1997년 당시에 우리 가족은 이런 상실의 고통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그 상실의 고통이 치료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몰랐다.

이것은 우리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주 4.3도, 한국전쟁도, 베트남 파병도, 광주민주화항쟁도, 그리고 뒤이은 각종 사회적 참사도, 우리는 상실을 겪었고, 그럼에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다. 아마 피해자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는 세월호 사건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시작된 것 같다.

이 책 '모호한 상실'은 이렇듯 친밀한 관계인 사람을 갑작스럽게 상실한 것에 대해, 상실이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주고 그렇기에 그 가족은 가족치료를 받아야 함을 말한다. 특히 죽음에 대해 의례를 하지 않아 상실에 대한 애도를 하지 못했을 때, 친밀한 사람을 상실한 가족들은 '모호한 상실'의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것은 그들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저자는 남은 가족들이 모호한 상황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그들을 북돋아주고 건강한 변화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특히 가족간의 대화를 통해 모호한 상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모호한 상실'은 대단히 고통스럽다. 이 고통으로 인해 우리는 삶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책이 우리를 그러한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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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혁명 - 인간적인 기술을 위하여
에리히 프롬 지음, 김성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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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연구영역을 인간 개인에만 두지 않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좋은 글들을 남겼다. 제2차세계대전을 통해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남겼듯이, 1968년 당시의 급격한 기술혁명을 통해 이 책 '희망의 혁명'을 남겼다.

1968년은 미국에서 반전운동과 흑인민권운동이 활발히 진행된 해이기도 하지만, 정보화사회의 씨앗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관계에 대해 깊게 사유하면서 인간이 기계화사회에서 시스템의 작은 톱니바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사회의 주도권을 인간이 가지고 기술이 인간의 복지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쓰여지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기술사회의 통제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희망이 필요함을 말하고 이를 위해서는 개인이 활성화되고 기술이 인간적이 되어야 함을 말한다. 또한 인간소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지배적인 규범으로 해서는 안되고 시스템을 인본주의적으로 운용해야 함을 말한다.

나로서는 이러한 기계화사회의 극복에 있어 정치의 민주화가 사회의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지난 윤석열 내란 극복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인데, SNS라는 훌륭한 정보수단으로 각 개인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며 희망을 가지고 권력자의 시스템을 훌륭히 견제해낸 경험이 우리 사회를 보다 살만한 세상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즉 정보화와 AI가 권력자의 시스템 통제 수단이 아니라 시민들의 시스템 견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분명 이 책이 1968년에 쓰여졌음에도 2026년 현재에까지 그 가치를 잃지 않았다는 것, 아니 오히려 지금 현재 그 독서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술 수준이 1968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그 유용성이 있다는 점에서 에리히 프롬의 통찰력이 빛난다. 역시 20세기의 대표 지성인은 확실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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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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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처드 파인만의 강의책을 참 좋아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물리학의 학문적 업적에서도 천재이지만, 강사로서도 천재여서 대단히 깊은 사고를 상당히 쉽게 청자에게 전달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엮은 책은 과학과 물리에 대한 개념을 너무나 잘 전달해서, 덕분에 나는 과학적 사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파인만의 책을 통해 얻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이나 물리 일반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이 책 또한 파인만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긴 한데, 그 강의 대상은 이과 대학생들로, 한 마디로 이과대학기초과정으로서 물리학의 보다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영역을 다룬다. 즉, 나같은 문과출신에게는 만만한 내용이 아니고 이렇게까지 깊고 자세하게 알 필요가 없는 내용들. 그런데 왜 책 제목이 이따위란 말인가?ㅠ.ㅠ

즉, 이 책은 물리학 교과서다. 이과 대학생의 기초 물리학. 추천 대상은 물리에 관심을 가진 이과 고등학생들. 절대 일반과학교양서가 아님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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