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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 백 편 - 한국 시의 독보적 개성, 백석 깊이 읽기
이숭원 엮음 / 태학사 / 2023년 8월
평점 :
내가 수능을 공부하던 1990년대 초에는 백석이 해금된지 얼마 안 되어서 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한 편만을 알았고, 수능 이후로는 시를 거의 읽지 않아 백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김연수 소설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통해 백석을 제대로 알게 되고, 이제서야 백석의 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 '백석 시, 백 편'은 백석의 시를 어느 정도는 현대어를 반영하고(그럼에도 함북 방언이 많다), 이숭원 편저자가 한 편 한 편 해설을 수록하여 나같은 일반인들이 백석의 시에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덕분에 나같이 시를 잘 읽지 못하는 사람도 백석의 시세계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단 내가 읽은 백석 시의 느낌은 마치 이문구 소설가의 '관촌수필'같았다. 즉 함북 지방의 민속과 풍습, 지방민의 삶의 모습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는, 이미지가 강한 시들이었다. 추운 겨울, 하얀 눈이 쌓이고, 사람들은 설명절을 분주하게 준비하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담겨있는, 그림같은 시랄까? 그리고 그런 하얀 눈밭에 고고하게 서 있는 갈매나무같은 시인의 모습. 너무나 결곡하고 순수한 시인의 모습이 그 시편 안에 담겨 있었다.
다만 그러하기에 약간은 현실을 도피하는 듯한 모습.
덕분에 왜 김연수 소설가가 백석을 모델로 소설을 썼는가가 충분히 이해되었다.
아쉬운 건, 만약 백셕이 남한에 남아 있었더라면, 그의 시세계가 더욱 더 무르익었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꽃이 제대로 피어오르려다가 얼어붙은 느낌. 내게 백석은 아쉬움의 시인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