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신창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신창호 저자가 퇴계 이황이 지인들과 나눈 편지글을 묶은 '자성록'을 편집한 것이다.

저자는 먼저 퇴계 이황의 생애와 사상을 핵심적으로 요약한 뒤, 그의 지혜와 학식, 성품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을 체계적으로 편집했다.

솔직히 나로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임에도 서양철학에 익숙하면 익숙했지 우리 조상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동양철학, 특히 성리학에 도무지 깜깜이어서 이 책에 도전한 것도 있었다. 저자가 이 책에 그 유명한 '사단칠정논쟁'을 실어놓았다고 하여서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우선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이황 선생님은 천생 학자시라는 것. 내가 그래도 14년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학자와 행정가, 그리고 정치가는 구분된다는 것이었다. 훌륭한 학자가 훌륭한 행정가라고 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훌륭한 학자가 훌륭한 정치가라고 볼 수는 없다. 각각의 직역에는 각각의 고유한 능력치가 따로 있고, 이황 선생님은 그야말로 학자시다. 본인은 공부만 하고 싶어 죽겠는데 왕들이 자꾸 자기를 불러대니 정말정말 싫을 수 밖에. 율곡 이이와 달리 이황 선생님은 천상 학자시고, 그리하여 배움에 겸손하시고 어떠한 이에게서라도 배움을 구하시며, 진리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비판도 받아들이신다. 그것이 편지글 구절구절 묻어나온다. 이분의 공부는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앎을 위한 것이니 진정으로 동양철학에서의 철학자이시다.

다만 나로서는 가슴아프게도, 이번에도 '사단칠정논쟁'의 이해는 실패했다. 21세기 서양철학에 물든 나로서는 이 두 거성들께서, 내 보기에는 그다지 의미가 있어보이지 않는 '이'와 '기'를 가지고 그렇게 치열하게 논쟁하셨는지 아무리 보아도 알 수가 없다ㅠ.ㅠ 도대체 성리학이 21세기 현재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언젠가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어쨌든 이 책 덕분에 인간 이황에 대해 조금은 들여다본 기분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사셨으니 그토록 존경받는 학자가 되셨겠지 싶고, 다시 한 번 학자와 행정가, 정치가는 다른 그릇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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