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앤 포터 - 오랜 죽음의 운명 외 19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0
캐서린 앤 포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나름대로는 꽤 많은 소설가들을 안다고 자부해왔건만, 캐서린 앤 포터라는 작가는 이 책으로 알았고, 그래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사랑한다.(이 책도 알라딘 중고서점 책장에서 만났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난 후, 왜 한국에서 이 작가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서린 앤 포터는 무려 19세기말~20세기 초에 활동한 여성소설가로, 그녀 스스로가 겨우 십대에 결혼해서 대단히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후, 잡지사에서 무명작가로 활동하다 1922년에 단편 '마리아 콘셉시온'으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녀는 평생에 걸쳐 단편 포함 30편도 안되는 소설을 발표했으나, 당대에도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은 뛰어난 소설가다. 이건 나도 동의하는게, 이 단편집에 수록된 소설들이 정말 너무나 빼어나다.

저자는 미국 남부 출신으로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환경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고, 그 덕분인지 그녀의 작품은 약자에 대한 폭력과 억압, 차별받는 타자에 대한 예리한 시각이 대단히 빼어나다. 우선 내가 느낀 건 저자가 여성의 마음을 대단히 섬세하게 표현했으며, 일상사를 매력적으로 캐치할 줄 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진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마음과 약자들이 가진 허위의식, 즉 자신의 처지를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그러면서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의 미묘한 모습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약자들의 주체성 있고 강인한 모습들. 캐서린 앤 포터가 그리는 약자들은 고통스럽게 살아갈 지라도 그들의 존재는 존엄하며, 작가는 그들을 통해 우리에게 통찰력있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집 속의 소설들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빼어나다. 그래서 왜 이런 훌륭한 작가가 아직까지 한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너무나 아쉬울 정도다. 겨우 20세기 초에 이런 문제의식을 훌륭히 다루어내는 여성 작가가 존재했다니!!!

엄청난 작가다. 정말 캐서린 앤 포터의 작품을 번역해 준 현대문학출판사가 너무나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