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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문영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4월
평점 :
몇 달 전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 '두이노의 비가'를 읽고 도대체 해독이 안되는 내용에 머리가 아팠었다. 그래서 도대체 릴케가 어떤 작가인지 궁금해 그나마 단어가 풀어져 있는(시처럼 압축적인 언어가 아닌) 소설을 읽어야 겠다 생각했고, 마침 내가 참여하고 있는 고전독서회에 이 소설을 추천하여 읽게 되었다. 특히 독서모임에서는 책을 추천한 사람이 발제문도 내게 되기 때문에 좀 더 깊게 독서를 하는 계기도 되었다.
일단 이 '말테의 수기'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유일한 소설로 그가 파리에서 생활하며 수기의 형식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말테의 수기' 또한 읽기에 만만치 않은 소설인데 나는 이 소설을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대의,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그 시대에 대한 릴케의 문제의식으로 읽었다.
릴케에게 20세기초의 시대는 불안과 고독, 공장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성의 소외가 문제시 되는 시대였고, 그는 말테라는 인물을 통해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그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 후 소년 시절의 전통 사회를 회상한다. 그리고 갖은 모색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랑하기'에서 인간의 발전을 이야기한다.
수기 형식이라 특별한 줄거리가 없고 54개의 단편적인 수기로 이루어진 소설이지만, 전통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넘어가는 시대에서의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대단히 의미깊은 소설로, 120년 전의 지식인들의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어서 독서가 의미있었고, 특히 문제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깊은 사색이 들어 있어서 대단히 감명깊었다.
내가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에 '두이노의 비가'의 훌륭한 점은 공감하지 못했지만, 이 '말테의 수기'는 그나마 릴케의 뛰어남을 알 수 있어서 무언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고, 역시 뛰어난 작가는 자신의 시대를 훌륭히 보여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내가 다시 '두이노의 비가'를 읽는다면, 이제는 그 내용을 조금은 따라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