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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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츠바이크는 전기 계의 최고봉으로, 그가 쓴 전기는 인물의 심리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놀라운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시대를 이야기하는 에세이 또한 대단히 훌륭하다. 아마도 19세기 말 ~ 20세기 초의 사회를 말하는데 있어 스테판 츠바이크의 글은 반드시 언급될 만큼, 역사와 인물을 보는 그의 혜안은 뛰어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렇게 소설까지 잘 쓸 줄은 몰랐다.

이 소설은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오스트리아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호프밀러는, 자신의 가정은 평범하지만 부유한 친척의 도움으로, 귀족들의 코스인 사관학교를 거쳐 기병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그는 우연히 근무지의 부호이자 벼락부자로 은근히 무시되고 있는 유대인 케케스팔마의 연회에 참석했다가 케케스팔마의 딸 에디트에게 본의아닌 실수를 하게 된다. 에디트는 어릴 적에는 요정같은 아이였으나 아마도 소아마비로 인해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소녀였는데 호프밀러가 그녀에게 춤을 청하는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에디트에게 꽃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호프밀러는 에디트와 친분을 가지게 된다. 호프밀러는 연민의 마음으로 에디트를 대했지만 에디트는 호프밀러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연민과 사랑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한다. 호프밀러의 심리를 낱낱이 해부하면서, 그가 에디트에 대해 가지는 감정에 대해 치밀하고도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그 뿐 아니라 배경이 되는 오스트리아 사회의 신분사회의 미묘하고도 섬세한 계층적 관념에 대해서도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호프밀러가 사회적 상황 아래서 갈등하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비극을 초래하는 모습에서는 흡사 그리스 비극같은 성격도 보이게 된다.

그야말로 스테판 츠바이크의 장점이 잘 나타난, 스테판 츠바이크만이 쓸 수 있는 소설. 마르셀 프루스트가 섬세한 감정묘사를 세세하게 풀어놓는 글솜씨로 유명하지만, 스테판 츠바이크 역시 심리묘사의 대가임을 이 소설은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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