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애란 작가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앞치마 입은 뒷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았다.

얇아서 가방에 쏙 들어갈 책이 그땐 필요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다.

김애란 작가님의 이런 글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나? 싶은 시점이 군데군데 있었다.


엄마가, 내가 어렸고 엄마의 젊었던 엄마가 떠올랐다. 저자의 엄마처럼 가게를 차린 적은 없지만, 매끼니 자식을 먹이려는 엄마가 도마를 두들기는 칼질소리를 나또한 들으며 자랐기에 떠올릴 수 있었다. 익숙하고 안심이 되는 그 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졌다.


이 책은

<침이 고인다(문학과지성사 2007)>에 수록된 책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김애란 작가님의 사진과 함께 적혀있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저는 제 어머니가 오랫동안 꾸린 국수 가게에서 먹고, 자고, 자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둘걸. 그땐 왜 제 주위의 많은 것들이 어느 날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생각지 못했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곳을 이렇게 소설로나마 남겨 놓아 이따금 제가 그 안으로 들어가 ㄹ수 있다는 거예요. 책이라는 통로를 만나, 나 말고 이제 다른 사람도 그 안에 초대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놀랍습니다. 언제나 그리고 여전히요.'


외람된 생각일지 모르나,

가끔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는

동화에서 소설로 옮겨가는 친구들이 읽기에 이런 내용도 괜찮을까? 싶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 웃는 장례식 별숲 동화 마을 33
홍민정 지음, 오윤화 그림 / 별숲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2월에 있을 독서모임에서 한 분이 정해주신 책이었다. 지난 번 하브루타 모임에 함께 했던 분이었는데, 그때 자신의 순서에 '장례식'이란 주제로 모임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그때 이런 장례식도 있다면서 이 기사를 소개했었다. '살아서 치루는 장례식'이었다. 살아계신 중에 지인들과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는 작별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김병국 할아버지의 장례의도가 담긴 부고장이, 그리고 결국은 그렇게 장례식을 지인들과 보냈다는 사실이 내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장례식은 으례 그렇듯 한 사람이 죽어야만 열리는 예식이다. 여러 예식 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병국 할아버지는 '어떻게 주인공이 빠질 수 있냐'듯 기존의 관습을 뒤엎고 자신의 소신대로 장례식을 진행하셨다. 그 용기와 소신에 감탄했다.


서론이 길었다만, 이 책에서 나온 윤서의 할머니 또한 '생전 장례식'을 치루기로 한다. 언제올지 모르는 죽음을 앞두고 당신의 생일에 장례식을 하겠다고 자식들에게 준비하라고 명령하는 할머니.

할머니의 단호함에 (비록 책이지만) 생전에 어떤 분이셨을까 궁금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이 깨어있으실 것이고, 자신의 소신대로 사는 분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선 할머니는 그리 보이지는 않는다.(아동소설이라서 주인공이 아이의 시선이라서인지 할머니의 성격은 납득할만큼 충분히 드러나진 않았다.)


아마 위 기사를 접하지 않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장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실행에 신선함을 느꼈을 거다. 하지만, 오히려 이 기사를 먼저 알아버린 탓에 작가님이 오히려 이 책의 모티브를 '김병국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잡으신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장례식 뿐 아니라 가족관계,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던가, 어린이들이 행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모습들이 '윤서'라는 한 인물의 시선을 통해 읽힌다.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 세상을 읽는 방식을 공감이 할 것 같다. 일단 장례식이란 주제가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거나 와닿지 않을 텐데 이 동화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동화가 되겠다.


최근에 다녀온 장례식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이렇게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 감사한 걸까? 본인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의 연장이니 그렇지 않은 걸까?

아이들에게 미리 내 죽음 이후 어떻게 하라고 말을 해둘까? 글로 써둘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돌아다녔다.


"아이고 형님. 제가 가게를 비울 수가 없어서 통 가 보질 못하네요. 사람 구실도 못 하고 참. 형님은 어떠셨는가 몰라도 저는 형님 만나서 참 좋았어요. 나중에 저세상에서 또 만날 거니까 안녕이라는 말은 생략합니다. 나는 거기서도 형님 옆에 딱 붙어서 순댓국집 하면서 살 거니까 그때 모른 척이나 마세요." p.117


'또 만날 거니까 안녕이라는 말은 생략한다'는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면서도 속쓰리도록 가슴아프게 읽히던지...

최근 다녀온 장례식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어른이 보기엔 전개나 섬세함 면에선 조금 아쉬울 책,

하지만 새로운 장례 개념이 담긴 쉽고 따뜻한 감동이 담긴 이야기로 아이들에겐 좋은 동화가 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 처음 읽어낸 책!

E마트도 아닌 H마트는 무엇이고,

마트에서 장은 안 보고 왜 우나? 싶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책 표지색도 강렬했고 내가 좋아하는 면과 젓가락 그림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저자의 에세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H마트는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H는 한아름의 줄임말로, 대충 번역하자면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이라는 뜻이다.

.....

한국음식을 해 먹는 데 마늘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아주는 곳은 이곳뿐이라는 말이다. ... 그 앞에서 나는 엄마의 계란 장조림과 동치미 맛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다가, 엄마와 둘이서 식탁에 앉아 얇은 만두피에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 소를 넣고 만두를 빚으며 보낸 그 모든 시간을 떠올리면서 만두피 한 덩이를 든다. 그러다가 건조 식품 코너에서 훌쩍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p.10


책의 초반부터 그녀가 왜 H마트에서 우는지 말해준다. 왜 마트는 E마트가 아닌지, H마트는 대체 어딘지 알 수가 있다. 저자는 왜 마트에서 울 수 밖에 없는지 납득을 하게 된다. '물어볼 사람이 없는데'란 구절에 한국음식을 저자에게 알려준 엄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걸 추측한다.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라는 마지막 한 문장에서 나를 '나'되게 하는 한 근본을 잃어버린 저자의 상실감을 보게 된다.


엄마와 함께 한 추억, 엄마와 대립했던 애증의 시간들, 엄마를 떠나 살았던 삶, 그리고 엄마에게 돌아와 안정감을 누리게 해준 (한국) 음식들, 그리고 엄마가 떠나기 전까지의 모습을 세세하고 솔직하게 적었다.


엄마와 딸이라면 서로가 느끼는 상반된 양가감정을 이해할 것이고,

한국음식에서 안정과 안식을 누려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나도 그게 뭔지 안다'며 공감할 것이고,

한국인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음식과 문화와 놀이에서 저자에게 악수를 건내고 싶을만큼 반가워할 것이며,

소중한 이의 마지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아픔과 상실에 눈물 흘리며 슬퍼할 수 있을 책이다.


(토종한국인이라는 표현은 조금 차별적인 단어 같아 조심스럽지만) 토종한국인보다 한국음식을, 한국의 문화를 세세하고 찰지게 묘사했다. 오감을 자극하는 섬세,상세한 설명을 읽으며 등장하는 음식들때문에 내내 침을 삼켜대느라 혼났다. '화투' 설명은 보드게임 설명보다 쉽고 친절해서, 화투판 자리가 내 눈 앞에 있었다면 끼고 싶을 정도였다.

혼혈로써 이 무리에서도 인정 못 받고, 저 무리에서도 환영을 못 받는 애매하면서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랐다. 내가 살아온 생전동안은 절대 알 수 없는 차별이었다. 한국인들 안에서만 살아온 내 삶의 테두리의 영향과 환경만이 너무 익숙했던 사람으로 책에서 읽고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가정과 자신이 살아온 문화에서 흔들리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이가 그 과정을 잘 극복한 성장기와도 같은 책이다. 더불어 한국인으로써 많은 부분 공감과 환영을 받을 내용들이 많아 읽으면서 흡족 하다.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는 세계 공통인건가 싶다. 여전히 '엄마'는 많은 이들의 귀소 본능을 자극하는 인물이며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딸들에게 특히 추천하며,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감각적인 묘사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시길!

**외국은 에세이 숙제가 많아서 이렇게 글을 잘 쓰나 싶게 문장문장들이 참 좋았다. 아니겠지, 저자가 글을 잘 쓰는 거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몸을 챙깁니다 - 바디풀니스,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첫걸음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년도 끝나가니 리뷰는 짧게^^

책읽기 모임 <책마실>에서 두번째로 읽는 책이다.


사실 정신감정관련 책은 읽을 때 우울하거나 쳐지는 내용이 많다는 생각에 선호하진 않는다.

아마도 책모임에서 이 책을 제시하지 않았더라면 딱히 찾아 읽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역시 내 선호대로만 책을 읽으면 배울 것도 못 배우게 된다.

알면 좋을 내용도 모르고 살게 된다.

한문장으로 알게 될 것을 이것저것 경험하고 돌아서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바디풀니스!

내 몸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내 몸을 어떻게 대하는지

나의 생활습관들은 어떤 생각과 경험에 기인하였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구부정한 자세를 돌이켜보고,

내 운동종류는 한 곳에 정착 못하고 계속 바뀌는지,

다이어트는 왜 요요가 올 수밖에 없는지,

나는 왜 누군가를 기쁘게 만나고서도 지치는지,

내 이야기같은 내용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읽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고

간간히 숨쉬기를 하며 내 몸에 느껴지는 숨을 돌아본다.

자기 전에 심호흡을 통해 나 자신을 이완하며 '레드썬'에 빠져 숙면을 취한다.

머리와 귀를 항상 멀리하려고 의식한다.

머리가 아프거나 신경이 쓰일 땐, 무조건 나가기로 한다!


항상 긴장에 움츠리고 나를 돌아보지 않고 닥치는대로 살아오는 일상을 돌아보며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눠보기 좋은 책이다.


너무 바쁘게 달려온 당신!

이 책을 읽고 한번 심호흡하며 새해를 혹은 새로운 다음 시기를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문요한 선생님의 블로그도 이웃신청했고,

앞으로 작가님의 책도 간간히 읽으며 바쁜 일상에서 책으로 숨돌리기 해볼 생각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3-01-0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렛잇고님 작년 잘 렛잇고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

렛잇고 2023-01-01 16:31   좋아요 1 | URL
서곡님 새해 인사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좋은 책들 많이 봅니다. 2023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부지런한 사랑 (리커버)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2년이 끝나가니 리뷰는 간단히^^


이슬아작가님이 아이들의 글쓰기 교사로 있던 시절.

아이들의 글쓰기를 가르치며 드는 생각을 주로 담은 글이다.

<어린이라는 세계>란 책이 생각났는데,

그 책을 읽을 때처럼 아이들의 순수함과 똘똘함을 보며 흐뭇해하거나 사색하게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글쓰기에서 오히려 내가 배운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이들이 글을 너무 잘 쓴다.

그리고 아주 재!밌!다!


무언가를 의식하며 쓰는 어른들의 글쓰기에 비해,

아이들의 글쓰기는 솔직해서 뜨끔하고,

꾸밈이 없어 와닿고,

생생해서 오감이 반응하며 읽힌다.


이슬아작가님의 솔직한 속내를 섬세하게 표현한 글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속시원하고 공감할만 했다.

자신의 글을 일정 기간 메일로 보내며 구독비를 받았다던 이슬아작가님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역시 다르다!' 생각했고, 이런 사람이니 '작가'구나! 싶었다. 그러나 글의 '재능'에 대해 간절했던 글을 읽으니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이들의 간절함과 고민은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아이들로부터 받은 당돌하거나 당혹스러운 말에 목이 땅겨지는 느낌을 받고, 동시에 유치한 감정이 솟은 작가님의 모습을 글로 읽으며 난 속으로 박수치며 웃었다.(나는 그런 적 더 많아요 작가님 ㅋㅋ)


아이들의 글은 솔직히 조금 많았다.

아이들의 원고지 글을 보며

어떤 필체는 알아보기 힘들었고,

글자를 알아차리려고 신경을 곤두세워야했다.


오히려 읽으면서 좋은 글도 많았지만,

그런 글들이 많아서 좀 피로한 감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이 책을 읽을까 고민한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할테다.

특히 글쓰기에 있어서는 아이들에게서 배울 점이 분명 있다.^^

아이들만이 갖고 있는 싱그러움처럼

그들의 글은 참 생생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