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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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강렬하다.

한치의 양보없는 솔직함이, 직선적임이 허를 찌르는 제목이다.


'헬조선','3포세대' 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그만큼 취업, 육아출산, 결혼, 주택 등에서는 더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데서 생겨난 말이다. 이전과 달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라는 말과 글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익숙케 했다.

현실비판이 모티브가 되는 경우는 간간히 봐왔지만, 이토록 대상이 확실한 경우는 낯설다.

그 표현이 강하고 낯설지만, 우리의 숨겨온 생각을 들킨 듯해서 익숙한 제목에 이끌렸다.


이 책은 친구에게 말하듯 혹은 편지쓰듯 쓰여져 있다. 왜 이런 문체를 작가는 사용했을지 궁금해진다.

그냥 보통 소설에 쓰이는 전지적 혹은 1인칭 시점으로, '~다.'로 끝나는 글로 적었다면 이렇게까지 저자의 주장과 생각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의 판단 하에 남 이야기를 하듯, 내 생각을 남에게 주장하고 설득하며, 공감을 유도하려는 듯 쓴 문장표현이 독자들로 하여금 왜 주인공은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결론을 그렇게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가 선택한 주인공의 서술방식은 '신의 한수'와도 같이 보였다.


또한, 눈에 띄는 것작가의 성에 따라 주인공의 성이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작가는 남성이지만, 주인공은 여성이다. 어찌나 여자들의 생리현상을 잘 표현했는지, 내가 작가사진을 잘 봤는지 다시 보았을 정도다.


첫 장면은 주인공 여자가 한국을 떠나려고 공항에 있는 장면이 나온다. 공항에서 사람들과 이별하고, 비행기를 타러가기까지, 비행기에 타서 그리고 호주에 도착해서의 과정을 독자들에게 일일히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호주에서의 게스트하우스 및 숙소로 연결되고, 어학원에서 혹은 아르바이트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을 일일히 나열한다. 또한 주인공이 지냈던 한국에서의 삶이 중간중간 투입되었다.

처음엔 소설이 정말 재미있고 술술 읽히긴 하는데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인공은 한국에서 부적응자였다. 초중고대학교를 나와 취업을 했지만, 오가는 전철속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마저도 자신이 편히 숨쉴 곳은 없었다. 숨가팠지만, 의미없었다. 의욕이 없었다. 주변에서도 자신들의 현실을 비관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주인공 계나는 거기서 자신이 한국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남들은 연수와 여행으로 가는 호주이지만 그녀는 단지 이 나라를 떠나기 위해서 그곳을 갔다.


그렇다고 호주가 그다지 계나에게 호락한 나라는 아니었다. 몇 년을 살아도 들리지 않을만큼 넘을 수 없는 언어의 장벽으로 괴로워 했고, 타국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몸소 느껴야 했다. 언어 조차 되지 않아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주로 맡았고, 게스트 하우스를 맡거나 회계학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불편한 숙소에서 한국에서와 다르지 않은 동거를 견뎌내야 했다.

한국에 있던 남자친구 지명과는 다른 괜찮은 사람을 만날까 싶어 여럿 사귀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변변찮은 일들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호주에 대한 환상을 약간이라도 품은 사람에게는 찬물을 끼얹을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시민권을 받는 과정에서 잠시 돌아온 한국에서 그녀는 원하는 바와 방향을 찾게 된다.

한국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만한 곳이 없다.", "너는 왜 그 고생을 하러 가냐?", "너랑 헤어져서 지낸다는게 슬프구나.(대략 이러함)"의 말을 하는 이들 하는데, 계나는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을 기피하고 두려워 하며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의 행동을 지적한다.

또한, 자신에 대해 관심은 없지만 명예를 요구하는 대한민국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처음 한국을 떠났을 때와 달리 현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호주를 택했다고 말한다.


이 책을 보며 현실에 대한 안정을 추구하며 수동적이게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봤다. 현재 추구하는 것들이 내 삶과 습관에 오랫동안 켜켜히 굳어져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 알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의 부조리함들, 불합리함들을 지나쳐서만은 안 된다. 그리고 우리 존재의 가치있는 존엄과 행복은 우리의 삶속에서 충분히 고려되야 할 사항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생각하지 않고 당연시 되어왔던 무자비한 희생과 납득되지 않는 상황들에서 우리의 권리와 존엄을 돌이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왜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성향이 안전지향적이고, 예측가능한 상황을 따라가는 걸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경험해 보지 않고도 한국이 가장 편하더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와 대기업 취업에 엄청난 숫자들이 몰린다. 집과 관련하여 안정적이고 싶어 무리한 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인생에는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도 참견한다.

나는 이러한 현상들이 깊게는 전쟁과 일제치하의 상황들로 불안감이 다분하였던 시기를 지나왔던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덜 실패하기 위해서 덜 고통받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사리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려고 했던 것이다. 또한, 그와 더불어 실패와 다양함을 용납하지 않음으로 개인의 모든 결과를 단지 개인의 책임에만 부담지려는 사회전반의 시스템도 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봤다. 국가적인 지원이나 격려가 부족하며, 빈부의 차이가 극심한 상태에서 기회가 평등하지 않다. 그 상태에서 모든 짐을 개인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자살, 정신적인 문제(우울증 등) 등 문제들이 야기 된다.


그동안 몇몇 책을 보면서 막연히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의식이나 사태들을 안타까워하고 돌이켜보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는 개인적인 통념 뿐 아니라 개인을 지지하는 국가사회적인 구조 또한 취약함을 돌아봐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철없는 젊은이들의 현실도피나 허황된 환상이 만든 높은 기준으로 여길 것이 아니다.

정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들을 끝도 없이 생각한 건 아닌가 싶지만, 개개인의 목소리를 함께 이야기하고 들으며, 그러한 소통을 근거로 한 (싫지 않은) 좋은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까지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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