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
이시형 지음, 이영미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어느 까페에서 받았다.

사실 이미 둔하다고 생각하는 내게 '둔하게 삽시다'라는 책제목이 한번에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여기서 어떻게 더 둔해???'


나는 태생이 무언가를 잘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둔함이란 그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과민함과 민감함에 대해서 둔감하라는 것이다.

그게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이 책을 선물한 분은 아주 나를 잘 파악하셨다.


30년이 훨씬 넘게 40년이 가깝게 살아가는 내게 과민,민감함이란 존재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사는게 아주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냥 남들은 넘어가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 그렇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행히도 매사에 그렇지는 않다. 특정분야(?)에서 그것들이 작용한다. 하지만 정말 괴롭다. 신경을 곤두세워서 계속 그것들을 묵상(?)하는 것이 결국 나를 죽이듯 괴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선택한 때가 괴로운 순간이었다.

주셨으니 읽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첫부분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된 타이밍이 너무 적합해서 내 인연과도 같은 책이라 여겨졌다.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비합리적으로 그리고 이미 불쾌함으로 생각하는 방식, 습관이 내게 문제였다는걸 알아차렸다. 늘 명확하지 않은 그 예민, 민감의 존재를 해결하고 싶었는데, 그걸 지목받은 것만으로도 굉장히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나의 사고방식과 흐름의 습관을 고치고 싶어졌다. 아마 이렇게 원인을 제대로 직면한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의 효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특히 빠른 변화속도를 따라가는 한국 사람들 안에 있는 스트레스와 과민함을 주목한다. 사회적인 환경들에서 비롯된 현대인의 감정상황이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이 사회적인 현상이 단지 그 원인의 전부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개인의 도량 문제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해결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도 개선과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알만한 방식을 제안한다.

제목처럼 '둔하게 살자'이다.


문제에 대해서는 원인과 현상에 대해서 제대로 분석하고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데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쉬운 면이 있었다. 물론 개인의 감정, 상황 등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해서 책 한권으로 그것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과잉의 시대, 불행,,, 이것들이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외부적인 행동이나 노력으로 긍정적이고 둔한 삶을 제시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언가 해결되지 않은 걸 뛰어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아무래도 뇌과학자이자 정신과 전문가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사회적인 현상을 가지고 문제를 캐치해 낸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 안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잘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과잉경쟁, 빨라져가는 변화속도, 그리고 극한 갈등 등이 우리의 환경이다.

그 안에서 과민과 민감함에 과연 자유로웠는지 또한 우리 속에 감추어져 파악하지 못한 열등과 괴로운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그렇다고 무거운 책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며 우리의 긴장을 풀고 새롭게 나아가게끔 돕는다. 


자극과 감정 사이에 끼어 있는 부정적인 사고를 찾아내 이를 교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화는 물론이고 감정은 내 의지대로 조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감정은 만들어낼 수도 없다. 기분 나쁜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바끌 수 있다면 세상 살기가 얼마나 편할까? 그러나 그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슬퍼할 이유도 없는데 슬픈 감정을 만들어보라. 억지로 슬퍼하는 게 되던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무슨 짓을 해도 지금의 내 감정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그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케 한 생각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

 생각이 이렇게 되어간다면 녀석을 만나는 순간 기분 나쁜 감정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진작 이렇게 생각했어야 했다. 이게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간 나 자신이 화가 난 사건을 두고 지나치게 과장, 확대 해석하고 몇 년을 속앓이해온 게 아닌가. 나의 이런 비합리적인 생각이 즉각 화를 내게 한 원흉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비합리적인 생각은 점점 악화된다. 이게 과민증후군이다. 녀석 목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서고 불쾌해진다. 과잉이요. 과민인 것이다.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는 데는 반드시 불쾌한 사고(思考)가 선행한다. 그리고 그 사고는 대체로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에 따라 감정 역시 비합리적으로 된다. 이를 합리적인 생각을 하도록 바꾸는 일, 이걸 합리적 정서치료Ret, Rational Emotive Therapy라 부른다. 성(화)를 촉발하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합리적으로 바꾼다면 감정 역시 합리적으로 순화된다. 성내거나 고함을 치거나 다투는 행동도 사라진다.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이를 '합리적 정서 행동요법REBT'이라 불렀다.

p.37-38


그런데 아무리 우리 사회가 신경과민을 촉발하는 환경이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긴장은 하되 적당히 하고 또 때로는 느슨하고 수월하고 대충하기도 하는 등 강약조절을 잘한다. 자기 조절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신경과로를 잘 해소하고 치유해나간다.

 문제는 어떤 환경에서든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비슷한 환경인데도 남들과 달리 과잉 및 비상 반응을 하는 등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우선 상황 판단부터 과잉이고, 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도 걸핏하면 과잉 반응을 하거나 비상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과민증후군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회 환경이 아무리 고약해도 결국은 개인의 문제로 귀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정책 변화를 기회로 여기고 도전적으로 동기 부여를 함으로써 발전의 계기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화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고 구태의연하게 해오던 대로 하다가 어느샌가 낙오자로 전락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문제는 개인이 처한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p.76-77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면 여간 노력으로는 안 된다. 행여 싫어하지나 않을까 계속 상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싫은 기색이 있으면 그만 안달이 난다. 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바짝 긴장해야 한다. 전형적인 과민증후군이다.

 이런 사람의 해결책은 목적의식을 갖는 일에서 시작된다. 선한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사노라면 줏대 없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목적을 위해 일로 매진만 한다면 남들이 뭐라 하든지 왜 신경이 쓰이겠는가. 그리고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는 사람에게까지 왜 신경과민이 되어야 하겠는가. 설령 원수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의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있다.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소신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따. 남이야 뭐라 하든, 자기가 살아 있어야 한다.

p.126


인생의 어떤 힘든 일에도 그 속에는 숭고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걸 읽어낼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도 마찬가지로 힘든 스트레스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잘 알려주어야 한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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