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157회 수상작이라고 하는 이 책은 아마존재팬에서 베스트셀러 1위까지 하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적잖은 기대를 안겨주고 있는 작품이다.

표지부터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것을 시작으로 수상작품인 이 소설에서 사토 쇼코란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나는 달처럼 죽어서 다시 태어날 거야. 너를 만나러 갈 거야."
"달이 차고 기울 듯 당신에게 돌아올게."

라고 겉표지에 쓰인 글귀로 받을 수 있는 소설의 인상은 끊어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 불변의 사랑정도다. 하지만 달처럼, 달이 차고 기울 듯이 상대를 만나러 돌아오겠다는 표현은 그게 깊이는 어떤 뜻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역자의 표현으로는 달의 차고 기우는 것, 즉 책 제목의 영휴라는 것이 환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달이 없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차고 기우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에서 환생을 말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반복해서라도 당신에게 돌아오겠다. 그만큼 상대를 향한 의지와 사랑을 보이는 듯 하다. 책을 읽고 그 표현을 다시 보았다. 사랑에 대해 부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주인공은 그렇게(환생)라도 할 수 있으면 해 보겠다며 애절함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구나 싶었다.

결국 하나로 맞추어보면 완성되는 퍼즐과 같이 띄엄띄엄 스토리가 조각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었다.

처음은 한 모녀와 중년의 한 남성이 만나는 장면이다. 그림을 건내는데 받는 여자아이의 말투는 당당하기 이를데 없고, 남자는 그가 가져온 그림을 내보였다가 자신의 딸 것이라며 움츠러든다. 또, 상황을 읽어볼 때 남자와 여자아이가 손가락에 꼽을 만큼정도만 만났을 것 같은 사이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여자아이는 그 남자와 도라야키를 같이 먹었다고 하고 남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뗀다. 도무지 어떤 상황인지.. 아직 안 오는 남성은 또 이들과 무슨 관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중년의 남자인 오사나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루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사나이의 딸인 루리는 7살즈음에 원인 모를 열로 일주일간 앓는다. 심각하다 여겨질 때즈음 회복하지만, 딸의 행동이 이전과는 차이가 있음을 그녀의 엄마이자 오사나이의 아내는 인지하게 된다.
그러다가 엄마와 아이는 그로부터 10년쯤 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그가 가족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남자의 이야기에서 제목과 책 표지의 글들, 이게 바로 그것이었고,
저자가 인물의 사랑을 이어주고자 선택한 장치임을 알 수 있다. 

달과 같이 영휴를 하고자하는 주인공인 '루리'는 겉으론 사고사로 보이지만 의도가 있는 죽음을 통해 환생을 하는데 성공한다.
그녀가 지나간 여자아이들을 통해서 미스미와 만나기 위해 아이의 모습으로 시도하는 모습은 어쩔 땐 애처롭기까지 하다. 성인의 경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아이의 경우 유괴와 실종, 성범죄 등 여러가지 문제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어른들의 관심과 신경을 비껴나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3명의 아이를 통해 최종적으론 미스미 아키히코와의 만남을 이루게 된다.

그 만남을 이루기까지 여자아이 3명의 주변관계가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흥미롭게 구성되어있다. 마사키 루리는 그녀의 남편의 사장 딸인 루리, 그리고 한 평범한 사람의 딸 루리, 루리의 친구의 딸인 루리로 환생을 하게 된다. 그들 간의 얼키고 설킨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미도리자카 모녀는 오사나이가 그의 딸에게 있었던 일, 그리고 매체를 통해 접한 사건의 내막들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 오사나이 자신도 관심을 갖게 된 전생, 환생의 문제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반전의 희열을 하나하나 선사한다.

이 책이 수상작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루리와 미스미의 관계는 영화 <건축학 개론>과 같이 설레이는 풋사랑 같은 느낌을 갖을 수 있었고, 루리와 류노스케의 사이는 열정있지만 성숙하진 못하지만 온건한 느낌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생소한 소재이면서 신비스러운 상상력이 발휘되어서 재미있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어떤 인물들이 연결될지 생각해볼만하다. 또한, 영화(4월의 이야기)와 소설(안나 카레리나)를 연상케 하는 상황으로 그 상황을 더 쉽고 애틋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들 모두를 작가의 섬세한 인물해석과 흡인력있는 필력으로 잘 완성해낸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덧붙이는 말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열이 날 때 루리병(루리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7살즈음 원인 모를 열로 앓다가 이후에 달라지는 현상으로 내가 지은 병이름^^)을 의심하며 이 소설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우리 아이에게 누군가가??......'


"언젠가 본 영화에서 어떤 책에 쓰여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인간의 조상은 나무 같은 죽음을 선택해 버린 거지. 하지만 나한테 선택권이 있다면, 난 달처럼 죽는 쪽을 택할 거야."
"달이 차고 기울 듯이."
"그래. 달이 차고 기울 듯이,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거야. 그래서 아키히코 군 앞에 계속 나타나는 거야."
p.182

예를 들어 "이제부터는 만나면 만날수록 괴로운 마음이 될 거야, 서로에게"라든가 "만나면 만날 수록 불행해진다고 해도"라고 하는 순애보 드라마의 시나리오에서 주워 온 것 같은 대사 또한 솔직한 마음에서 한 말이었을지 모른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불행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피할 수 없는 불행을 회피하기 위해서, 크게 모순되는 말이지만, 애초에 있을 수 없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역전의 발상으로 자살을, 즉 '시험 삼아 죽는 것'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는 것'에 이르는 길을 모색했는지도 모른다. p.191

"사람이 죽는다는 건." 마사키는 거친 숨이 가라앉자 다시 시작했다.
"그건 정말 무참한 거야. 우리 아버지 죽을 때 이야기 들려줬지? 아버지는 환갑을 맞이하기 전에 췌장암으로 죽었어. 여위어 홀쭉해져서 피부는 갈색이 되고 퍼석퍼석 죽은 나무같이 돼서 숨이 끊어졌어.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무참한 모습이었어. 하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 열심히 살아 냈다고. 생을 완수하고 그런 끝에 죽음을 맞이 한다. 인류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살아남은 우리들이 살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죽음을 돌본다. 그게 인류의 책무야. 야에가시 선배는 고귀한 생명을 그런 식으로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은 식의 건방진 유서쪽지로 조롱했어. 모독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할 수 없어. 난 계속 화가 나. 화가 멈추지 않아. 내가 아까부터 말한 모독의 의미는... 루리, 혀 내밀지 마."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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