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필로소픽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 나는 부유하지 않다. 그 자체만을 가지고도 책 제목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가난함을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중에 내가 구차하고 싶지 않았고, 그 가운데서 내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내 가난을 나와 동일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난한 중에도 우아하게 사는 법이라는 책 제목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나의 현재 가난을 부정하며 앞으로 나는 부유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갖고,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가든 나라면 방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 나는 현재의 상황에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배우겠노라 대답하며 결심했다.


그리고 요즘 방법에 대한 책이 워낙 쏟아지는 출판의 상황에서(번역에서 출판업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방법'이라는 것에 혹하리라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제목을 지은 걸지도...) 일본서적을 많이 발견했는데, 독일 서적은 거의 접하질 않아봐서 궁금했다.

우리와 다소 비슷한 일본인들의 서술이나 전개와 달리 독일서적을 통해 알 수 있는 전개와 구성은 어떤 것일지,, 어떻게 문제에 대해 접근하며 풀어갈 것인지 새로운 관점을 접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의 언론인인 저자가 실직의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가문이 가난에 어떻게 대처했으며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 한다. 또한, 그와 더불어 자신이 체득한 가난의 유익과 삶에 있어서의 진정한 것으로 접근한다는 의미로써의 통찰을 보여준다. 다소 재치와 유머로 책의 내용을 전개해갈 뿐 아니라 언론인으로써 다방면의 지식과 정보, 인맥을 근거로 자신의 가난에 대한 가치를 피력한다.


소유함, 소비함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많지만, 단지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올바른 행동이다.

매체와 지인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입되고 있는 소유에서 오는 행복이란 것은 어쩌면 우리를 다루며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 다른 무비판적인 수용과 행위는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비교할 대상은 끝도 없고, 우리의 욕심 또한 끝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저자는 여러 주제(집, 자동차, 외식, 여행 등)를 통해 자신의 가난함과 연관하여 깨달은 삶에서 진정한 것들을 누리기 위함을 이야기하는데 참 인상적이다. 유행이나 미디어를 쫓는 삶이 아니라 주도적인 주체의식을 가지고 이런 주제들에 접근함으로 자신에게 맞는대로, 자신이 그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고 한다.


특히 '휴가여행이 필요한가' 부분에서는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오히려 조금더 아둔해진다는 학문의 결과로 시작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리고 '휴가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미래의 선구자라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려줘야하지 않을까?'라는 마지막 말에서는 여행을 덜하는 사람으로써 신명나는 결론이 아닐 수 없었다. 여행을 가지 않음을 이렇게라도 정당화 하는 것은 어쩌면 비참할지 모르지만, 여행에서 교통수단이나 숙소가 생겨난 상황이 사실은 현재의 여행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개한 저자의 독특한 접근은새롭게 알게 된 정보이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아둔하지 않게 쇼핑하는 법'에서는 소비에 대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심리가 다뤄진다. 다소 씁쓸하기도 하고 소비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다. 우리의 소비는 어떠한 근거와 심리에 기인하여 이루어지는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면서도, 그러기에 우리에게 의식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실업급여로 받은 댓가가 인도 조종사의 연봉에 맞먹는다는데...(p.13) 이런 표현은 알길이 없어서 답답했다. 언론인 1만명이 해고가 될 정도면(p.74) 경제적인 위기가 있었다는 건데 그건 언제였고 어떠한 시대적인 상황이 있었던건지 알 수가 없다.(저자가 실직당한 911테러 이후일지, 미국에서의 다른 경제위기사건이 일어난 때인지..) 뭐 읽는 독자의 무지함이 부끄럽게도 밝히는 거지만, -친절하게 숫자를 기대한 건 아니더라도 나같은 독자가 있을 수 있는데- 저자의 개성있는 글을 쓰기 위했음 이라할지라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정확한 표현이 아쉬웠다.


이 책은 제목처럼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보다는 실제로는 '우아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란 제목이 더 걸맞을 것 같다. 가난이라는 단편적인 상황에 주목하지 않고, 세상에서 일반적이고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때론 비판적으로, 때론 우회적으로, 때론 거꾸로 바라봄으로 삶을 더욱 유연하고 안정적이며 행복하게 누리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구차하고 찌질해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일 때도 사실 많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거야 남의 시선이다.

어떠한 것이든 우리의 행복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향해 가는 것일진데, 어떠한 것이 옳고 그르고, 지혜롭고 아둔하다고 따지기 전에 우리의 행동은 과연 어떠한 판단을 따라 행하여 지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유와 환경과 상황들을 따지기 전에, 우리에게 처해진 가난이란 환경에 대해 어떻게 의연하게 사고하며 대처할지 우리가 어떻게하면 보다 행복할 수 있을지 좀더 본질적이고 진정한 것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가난해지는 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 상황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여유로운 시점이, 그리고 만족하는 삶의 태도에 나는 진심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가 미덕인 잉여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실망을 맛보게 된다. 경제는 점점 더 정교한 세뇌작용을 통해서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입시키려 한다. 그동안 이런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치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윤택한 삶은 많은 돈이나 물건을 쌓아두는 것과 무관하다. 인간은 오로지 올바른 태도를 통해서만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

p.24


먼저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여기에서 결코, 암묵적으로도, 삶의 쾌락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물론 현재 사회를 휩쓰는 여행 열풍보다 더 즐거운 것이 있지 않을까 또는 우리가 '잘 먹었다'고 일컫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즐거운 것일까, 이런 문제들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쾌적한 삶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 쾌적한 삶에 이르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삶의 쾌락은 세계와 하나로 묶이기 위한 전제 조건이며 그렇지 못한 인간은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물질적인 것을 외면하고 모든 쾌락에 등을 돌리고 금욕자가 되는 것은 겁쟁이들이나 엄숙주의자들을 위한 길이다. ... 포기할 수 있는 참된 기술은, 첫째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인식하고, 둘째 그것들을 최대한 많이 갖도록 힘쓰는 능력이다. 포기할 수 있는 기술은 삶의 쾌락을 위한 진정한 전제 조건이다. p.27


진정으로 사치스러운 것은 에르메스나 카데베, 마누팍툼 통신판매 회사에서는 얻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기보다는 황폐하게 만들 뿐인 무익한 유혹에 맞서서 우리 자신을 지킬 때에만 풍성한 삶이 가능해진다. 진정으로 부유해지고 싶은 사람은 적어도 일부나마 독자적인 태도를 회복하고자 용기를 내야 하며, 예를 들어 결국 좌절만을 맛보게 하는 소비에 무턱대고 탐닉하는 대신 참된 만족을 주는 것만을 누려야 한다. p.60


우리는 매스컴에서 과대 선전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매스컴에서 석유회사 셸이 후원하는 대규모 해양전시회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고 매일 권장하면, 너도나도 사실 그 전시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먼저 건전하게 무시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매스컴에서 현재 무엇을 선전하는지 모르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면 적어도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 어쨋든 얼마만큼이 '사회적인 통합'기능을 위한 것이고-즉, 오로지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기 위한 것'이고- 또 얼마만큼이 실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인지를 따져서 문화 소비에 임해야 한다. p.142


대중매체와 여론, 이벤트의 악영향에 의식적으로 저항하면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과 흐름을 쫓아다니는 사람은 많은 돈을 낭비해가며 아주 긴장되고 획일적인 삶을 영위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돈을 절약하고 자주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 규격화되고 동질화된 시대에 사치가 아니겠는가

 문화 쓰레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하나는 전문 지식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빠듯한 자금 사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삶에 무리한 부담을 주는 모든 잡동사니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그러면 진실로 애착을 느끼는 일들만이 남는다. p.148


아이들은 선물과 장난감 탐하는 마음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자라면서 힘들게 몸에 익히는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이 제대로 기쁨을 누리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비결은 원한다고 무조건 모든 걸 사주지 않는 것이다. 호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부모들이 무리하게 형편을 무시하고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을 마련해 주는 경향이 종종 있다. 혹시라도 남들보다 자녀들에게 못해 주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온갖 잡동사니, 말하는 인형, 디즈니 그림이 그려진 책가방, 비디오게임, 나이키 제품 일체를 사준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학우들에 비해 불이익을 당한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어른이 되면, 옆 사람이 가진 것은 무엇이든 갖고 싶어하는 마음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스스로를 전혀 억제할 줄 모른다. 출생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시장이 제공하는 모든 것에 푹 파묻혀 지낸 아이들에게 최악의 경우에는 언젠가 결핍이 혹독한 체험일 수 있따. p.151-152


미래의 소비자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많은 것을 노출시키게 되고, 경제분야는 점점 더 정교한 수단으로 소비자들의 돈을 향해 손을 뻗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을 자주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유혹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곧 깊은 마족을 향한 길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고, 돈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부유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p.160


저명한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원숭이의 도움 없이도 이 사실을 인식했다. 두뇌 연구자들의 실험이 있기 이미 오래전에 나온 '성취의 우울증'에 대한 불로흐의 이론에 따르면 소원과 동경은 언제나 성취에 이르는 문턱에서 사그라진다. 이러한 인식을 마음속 깊이 새기는 것만으로도 아주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p.163


"당신이 최근에 내가 선전한 환상적인 자동차를 살 수 있을만큼 충분히 돈을 모으면, 이미 다른 새 자동차 선전광고가 나온지 오래지요. 나는 당신보다 세 걸음 앞서 있으며, 당신을 확실하게 실망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결코 눈부신 아름다움에 이를 수 없습니다. 나는 신상품으로 당신을 유혹하지만, 그 신상품은 오래 새로운 것으로 머무르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요... 내 임무는 당신의 입에 군침이 고이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아무도 당신이 행복해지길 원하지 않아요. 행복한 인간은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p.166


다른 한편으로 그 체험을 통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생활양식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깨우쳤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결코 부유해질 수 없다. 현재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보다 더 부유하고 더 화려하게 사는 사람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위를 향한 가능성은 그야말로 한이 없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것을 토대로 부유하게 느끼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 때문에 항상 가난하다고 느끼는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p.190


그런 다음 달리 어쩔 도리가 없는 부정적인 면들을 기억에서 지우고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기로 결심하면서, 놀랍게도 이런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때부터 나는 내 쓸쓸한 처지에서 이 세상 다른 어떤 상태에서보다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따고 추론하기 시작했다."

........

'로빈슨 크루소의 원칙'을 매혹적이게 하는 것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긍정적인 사고'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삶의 우여곡절을 받아들이고, 희생자의 역할에 파묻히는 대신 끝까지 행위하는 사람으로 남아있는 능력이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라고 설파하는 서적들의 잘못된 점은 행복의 진부한 상투어를 독자들 눈앞에 들이밀면서 이루지 못할 기대를 일깨워 불행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원래 어떤 삶이든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행복해지려면 있는 그대로 현실을 인지하고 이루지 못할 꿈을 뒤쫓지 말아야 한다......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영원한 행복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사람은 확실하게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생 물질적인 부만 쫓아다니는 사람은 결단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p.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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