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히어로란? 책을 보면서 뜬금없이 아는 단어를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영웅,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뜻한다고 나왔다.

흔히 히어로하면 마블의 영웅들을 생각한다. 정의를 위해 싸우고,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그야말로 멋지고 매력있는 당당하고 든든한 해결사로 모든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우리가 히어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은 그와 달리 비루하고, 지루하고, 소심하고, 째째하고, 눈앞의 것에 전전긍긍하는 삶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들을 통해서 우리는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들에 열광하며 우리의 숨겨진 영웅심, 정의감, 우월함 등을 표현하고 맛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영웅을 쫓는 우리에게 "잠깐 여기 좀 보실래요?"하고 제안하듯 이야기를 펼쳐낸다.


주인공은 평범한 아니 어쩌면 취준생보다 못한 아예 취업하길 포기한듯 하며, 어느 정도의 나이에도 대학생들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렇게 하면서 어떻게 사나?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하지만 소심하고 평범하며, 움츠러드는 자신의 생각을 속으로 되뇌이는 어쩌면 나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는 편의점 알바생을 통해 새로운 알바에 도전하게 된다. 조금더 일당이 많은 곳으로,,

평범하지 않은 그 회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인가?

건물도 초라하고, 사람들은 무얼하는지 모르겠으며, 어쩌다 따라가는 곳에선 어떤 남자가 울부짖고 있다.

'이게 뭐야?' 불안한 기운 마저 감돈다.


일같지 않다고 생각한 일을 한 주인공은 그 후에 이 회사로 정직원 입사하게 된다.

이 회사는 히어로 주식회사 !

의뢰를 받고 의뢰인들을 히어가 되게끔 돕는다.


여기까지만 봐도 일본 현 사회의 일면이 보이는 듯 했다.

특징없는 얼굴을 지닌 슈지는 우리 안에 히어로가 아닌 우리 모두, 대중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그가 정직원으로 취업하고자 면접을 보러가는 장면에서는 '하라는대로 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눈치와 짐작은 기본적으로 소지하며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일본의 문화가 엿보인다. 이건 우리나라도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공감이 되기도 하다.

헷갈리는 소리를 하고서 정답대로 하지 않았다는 결과로 사회에서 도태된다. 인정받지 못한다.


이후에도 사실 일본 뿐 아니라 현 사회에서 갖는 인간의 고독과 불안, 군중심리(왕따), 인간의 무가치함 등이 도마위에 올려진다.

군중들의 비판과 소외시함, 달면 삼켰다 쓰면 뱉는 듯한 행위들을 한 개인이 겪었을 때 얼마나 참담하며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주인공이 슈지가 다니던 회사에 더이상 다닐 수 없고, 전 애인에게 버림을 받았던 이야기가 씁쓸하고 안타깝게 적혀있다.


솔직히 가해자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은 기사, 뉴스를 접할 때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들이다. 그것들을 당연하다고 하고만 생각해보았지만, 가해자가 진정한 가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 가해자의 입장 등은 전혀 생각을 안 해봤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고 그냥 군중심리에 이끌려 동조할 때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다시끔 보여준 이야기였다.

반문하지 않고, 한면만 보고 그것을 한 사람의 죄인으로 매도하는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무책임을 드러내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러한 상처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상처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극복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들은 히어로로 다른 사람들을 히어로로 만들기 위해 일한다.


주식회사 히어로즈 자체 회사를 보면 그 회사가 실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의미를 담은 회사임을 알 수 있다.

히어로즈에서의 일원들은 그들 자체가 히어로가 아니었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어쩌면 그들의 모습 자체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어쨋든 선택되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히어로가 되기 위해 도왔다. 그리고 히어로가 되었다.

히어로들은 그들의 조력을 통해서 히어로로 더욱 거듭났다. 그리고 고독과 아픔들을 극복했다.

누군가의 히어로가 되기 위해 그리고 히어로를 돕기 위해 대단한 인물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인식하지 않았고,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주변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히어로이고, 히어로가 되기 위해 도운 사람들이다.

슈지는 객관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무능력해보이지만, 히어로즈 주식회사에서 자신만의 다정함과 경청의 능력으로 만화가 도조선생님과 배우 다사키 마이를 히어로 되게 했다.


그러기에 미치노베씨의 한 마디는 모든 사람이 히어로가 된다는 의미에 더욱 힘을 싣는다.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대타'가 될 존재임과 동시에 모든 사람이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p.175


배우 다사키 마이는 슈지에게 한 이야기를 미치노베씨에게 이야기 했던 것에서 위의 말을 한 것인데,

다사키가 한 말은 아래와 같다.

"누구에게나 '대타'가 있어. 당신이 말한 프로 운동선수 역시 그렇지. 누군가 다치면 다른 사람이 시합에 나가. 유일무이한 것 따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아."

p.166

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스타가 되어 높은 자리에서 느끼고 감당할 무게와 아픔이 얼마나 클지 이 글에서 느껴졌다.

그러기에 그녀가 말한 많은 분야에서 저렇게 유일무이한 것은 없고, '대타'를 통해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 모든 것이 그렇다는데에는 반박하여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아기에게 있어서 엄마는 대체불가한 존재다. 엄마는 아기에게 유일무이한 존재다.

또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떠한 사람도 같은 삶을 살지 않았고, 각자의 시간에 각자의 서로 다른 일을 하고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개인은 존귀하며 유일무이한 존재다. 개인을 그 어느 존재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각 개인은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다.

정도로만 생각해봤다.

아마 두번째로 이야기 한 것이 아마 저자가 말하는 히어로즈는 누구나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아니겠나?


소설 속에서는 슈지의 할아버지가 슈지에게 유일무이한 히어로였다.

사고에서 사람을 구한 금발 남자는 구조자의 히어로였다.

평범해보이고, 어쩌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사람들조차도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고,

그들은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 누군가에게 유일무이한 히어로다.

소설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현 사회가 공감이 되기도 하고, 짤막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인물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묘사로 술술 읽히도록 재밌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아픔등을 보며 우리가 직시해야할 것들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보며, 현대의 부조리함에 더이상 생각없이 쫓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기도 했다.


너무 재밌지만, 재밌게 읽으며 생각해 볼만한 소설!! :)


"특징 없는 얼굴이라 그리기 어려웠어."

그렇게 말하는 도조 선생님은 마치 처음 캐리커처를 그려본 열 살 아이 같은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p.71


불안해져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안경을 쓰고 얌전해 보이는 청년에게 "저.... 전화로 편한 차림으로 오라는 말 듣지 않으셨어요?"라고 묻자 그 남성은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빠르게 훑더니 성실한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오늘은 면접도 있을 예정이라고 해서 혹시 몰라 정장을 입고 왔습니다."

"하지만..."하고 입을 열자 내 말을 가로막고 남자는 계속 떠들었다.

"결혼식 피로연 안내에 '평복으로 오십시오'라고 적혀 있어도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가지는 않죠. 때와 장소에 맞게 갖추어야 할 복장이 있는 법입니다."

마치 이런 건 상식이라는 듯한 말투다.

그런건가....? 하지만 굳이 평소대로 입고 오라고 했는데.

그럼에도 '면접'이라는 이름이 붙은 자리는 정장으로 가는 것이 상식인가.

어쩐지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가 '정장을 입는다'를 선택했다면, 아마도 내가 비상식인 거겠지. 그렇다면 처음부터 헷갈릴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이것도 얼마나 상식이 있는 인간인지 체크하는 시험이엇던 건가.

87-88p


"슈지 씨가 신용받지 못한 것이 아니에요. 슈지 씨 주변 사람들은 다들 생각하기를 포기한 거예요. 인간은 휩쓸리는 동물이죠.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의견이 많은 쪽으로 흘러가요. 그러는 편이 편하니까요. 슈지 씨의 예전 애인도 상사도 다들 휩쓸린 거예요. 인간은...."

미야비는 뭔가 삼키듯이 말을 끊더니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인간은 생각하기를 포기한 순간, 인간이 아니게 됩니다."

p.140



"남의 인생에 관여한다는 건.... 무서운 일이지?"

할아버지는 사과를 먹는 손을 멈추더니 내 눈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무슨, 하나도 무서울 것 없다."

"하지만 내 말로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람 인생길이란 건 누군가 바꾸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런가...."

"정해진 대로 될 뿐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할아버지는 다시 한 번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할애비가 옆에 있으니 하나도 무서울 것 없다."

p.277-278


어쩌면 할아버지 인생을 '아무런 재미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책임의 일부분은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좀 더 친밀한 시간을 보냈더라면 할아버지 인생은 더 다양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삶이 되었을까.

p.289



문득 나는 그 말을 떠올리고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인생은 어떤 인생이었어?"

할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지."

지난번과 똑같은 말을 했다.

"일만 죽어라 하고. 사치도 한 번 못 부렸어."

그래도 말이지, 하고 할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정말로 행복한 인생이었어."

할아버지는 씩 웃었다.

"이렇게 맛난 것만 먹었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사 온 쿠키와 사과를 번갈아 먹는 할아버지는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p.294-295



다음에 병원에 가면 이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해드리자.

히어로는 뜻밖에 가까이에 있다.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분명히 히어로가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 소년은 손수건을 내민 순간, 틀림없이 누군가의 히어로가 된 것이다.

나에게 할아버지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그 현장에 있던 사람에게 금발 청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그때 할아버지의 얼굴은 정말고 행복해 보였다.

미소 지은 할아버지의 가늘어진 눈은 누구보다 상냥했다.

p.306 


*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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