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오후 -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까지 시가 가진 매력에 푹 빠진 편은 아니다.

오히려 잘 알기 어렵고, 맥락상 연결이 되나?싶은 생각도 들고, 은유와 비유가 설명없이 쓰이는 것도 많아서 이해하기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러면서 힘들었던 국어시간의 공포가 떠오르기도 한다.

<동시를 만들어보기> 국어시간이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을 쓰고 그것을 압축해서 쓰란다.

뭘 어떻게 쓰고, 압축을 하란건가?

자체가 내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도무지 시의 매력을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창작이 되지 않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상태는 정말 괴롭다.

그래서 그 진땀나는 두려운 느낌이 아직도 내게 남아서 가끔 내 감정을 툭 치고 지나가듯 느낌이 살아있기도하다.


이 책을 집는 것은 어쩌면 모험이었고, 어쩌면 도전이었다.

물론 책을 가까이 하게 된 요즘은 단어 하나의 매력과 구절의 리듬감, 세세한 비유적 표현과 상징을 찾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는 내게 알 수없는 무언가의 수수께끼같고 미지의 세계같다.


저자가 나시를 입은 모습이 시원해보인다. 녹음을 뒤로한 배경으로 시집을 읽는 모습은 그야말로 나도 저렇게 시집을 즐겨봤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표지의 글과 같이 "처음 읽을 때는 웃었고, 다시 음미하면서 내 속에 울음이 고였다."할 만큼 감성적이고 싶고, 푹 빠지고 싶은, 그 시의 매력을 나도 맛보길 바라며.... 그렇게 조심스럽게 이 책을 들었다.



3가지의 주제에 따라 저자로부터 선정된 시들은 시와 함께 시인의 인생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저자의 삶이 두런두런 적힌 에세이집이다.

작가로써의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 아웃사이더임을 자처하며 문학계에 대한 비판도 살짝 들어가있고,

홀로 누워계신 어머님의 수발을 드는 삶도 있다.

강의를 나가는 모습도 있고,

축구를 즐겨보며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그의 일상이 평범하게 느껴지면서도 

시에 대해서는 무르거나 마냥 부드럽지는 않고

작품에 대해서는 섬세하고, 감성적이면서도

그저 관대하지만은 않은 깐깐함이 느껴진다.

 

시인의 인생을 알아야 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p.72


시에 대해서 이야기 할 뿐 아니라 시인들의 이야기를 보탬으로 그 시가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의 인생이 다 다르듯이 아무리 시인이라 할지라도 다른 삶들이 공존해 있다. 그래서 여러 다른 작품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구미와 감정에 맞게 사랑받는게 아닐까 싶다.

나는 어렵다고 느껴진 시보다는 딱 봐도 알겠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느껴지는 퍼시 비시 셸리의 <종달새에게>, 도로시 파커의 <베테랑>, 삶의 열정과 사회에 대한 정의가 생각이 나는 마야 안젤루의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가 개인적으로 좋았다.

몇년 전에 알게 되어 기억하고 있는 이 책에서 내가 유일하게 아는 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봤을 때는 반가웠다.

내가 숲에 서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길을 찾아가는 느낌, 길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느낌,,,

그리고 나의 인생과 함께 연결되는 그 길...

오랫만에 다시 음미하며 그 시를 읽었다.


그리고 나는 어쩔수없이 밥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가사같이 읽으면 쉽게 아는 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걸 보며,

아직 시를 알기엔 내게는 아직도 가야할길이 먼건가? 싶기도 하다...

어쩔 수 없다....;; ㅋ


이 책을 차례만 보고 왜 우리나라 시는 없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취향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작은 소견으로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의 시의 경우 대부분 일제강점기 혹은 정치적인 시가 많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루지 않은 이유를 나름 납득했다.


하여튼 세계적인 명시를 다루어 그 시에 대한 이해와 시인을 접하게 된 건 그 어느 것보다 값진 독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깊은 감성과 섬세한 감정을 시에서 느끼는 건 참으로 신선했다.

또한, 감정의 최대한의 농축된 엑기스들을 느낄 수 있는데 시만한게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휴우증(?)이라 할만한 것은

시가 조금더 lovely하게 보인다는 것.

그리고 책을 읽으며 리듬을 시처럼 타게 된다는 것..

그런 나를 보며 웃었다.

아! 그리고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나름 목소리에 분위기 잔뜩 싣고 읽는 시의 느낌은 천지차이다.

부끄러워 하지 않고 정말 마음을 다해서 시인이 된 기분으로 분위기 잡고 읽으면 정말 이 책을 시들을 가장 최고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1행의 '아이들'은 문학적 자식들을 말한다. 그대의 머리에서 태어나 자라난 아이들이 어느덧 네 마음의 새로운 친구가 되어 있음을 발견할 게다. 자주 너의 아이들을(기록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대에게 이로우며 장차 그대의 책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니.


망각에 대비해 너의 생각을 글로 기록하라는 시인의 충고를 영국은 외면하지 않았다. 서양 문명은 기록의 역사였다. 기록하는 자가 이긴다.

p.87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지

두 길 모두 갈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을 내려다보았네

저 멀리 덤불 속으로 길이 구부러져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러다 똑같이 멋진 다른 길을 선택했지,

그 길엔 밟힌 자국도 없이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

하기야 그 길을 갔더라도

어차피 밟힌 자국이야 엇비슷했을 것이지만,


게다가 그날 아침엔 두 길 모두 똑같이

검게 눌린 자국 없이 나뭇잎들로 덮여 있었지.

아, 다음을 위해 나는 첫 번째 길을 남겨두었네!

길은 길로 이어지기 마련임을 알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이 있을까, 나는 의심했다네.


나이가 지긋한 먼 훗날 어디에선가

한숨지으며 나는 그날 일을 이야기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지.

그러자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p.1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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