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약파기
윤형중 지음 / 알마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너하고 나는 친구되어서 사이좋게 지내자
새끼손가락 고리걸고 꼭꼭 약속해!
우리 아들이 요즘 많이 부르고 다니는 동요이다. "엄마가 이따가 해줄게"라고 이야기 한 것들을 나는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고서는 "엄마가 ㅇㅇ이 이따가 해준다고 한거 지금 해줬지? 이게 바로 약속을 지키는거야. 약속을 지키니 ㅇㅇ이도 좋고 엄마도 좋지? 약속은 이렇게 정말 중요한 거야."라고 생색을 내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어린 아들이 알아듣든 말든 일단 이야기하며 주입을 시키는 수고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약속이란 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약속이 파기되었을 땐 그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또한 하지 않길 바라는 것도 있다.
공약이란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이라고 한다.(네이버사전 참고> 입후보자들이 우리 국민에게 약속을 하는 것이다. 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다수의 국민들을 두고 약속하는 것이다. 저 위의 어린이들도 지켜야하는 것이라고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인데, 이 공약이란 것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국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여 보여줌으로 국민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대선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통해 그 공약이 얼만큼 이행이 되고, 반대로 부분이행 혹은 미이행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공약은 단지 약속을 지키는 행위 뿐 아니라, 그 이행의 여부를 통해 그것들이 정책에 반영이 되고 그것들이 집행되어 우리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때문에 중요하다.
비록 이번 책을 통하여는 저자는 두 대통령에 대해서만 공약을 통하여 정책적인 실행을 이야기 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약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 공약을 통한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 여태껏 보지 못한 공약이라는 프레임을 토대로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의 정치사회경제 분야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발하고 현실적인 책이다.
나의 경우엔 워낙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인지라, '공약'하면 '지루한 것, 그게 그거인 듯 보이는 것, 좋은 말만 나열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읽으면 뭐하나? 그다지 뭔가 나아지는 것도 없던데?'라는 식의 방관하는 태도로 공약에는 거의 무관심했다. 그래서 내 생각보다는 아버지 혹은 남편의 말들이 내가 정치적인 결정을 하는데 많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사건과 더불어 최근까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국정농단의 사건으로 더 이상 정치에 무관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과감히 들게 되었다. '공약'이라는 글자를 지루하게만 여겼던 내가 이 책을 시작하고 읽어내려가기가 다른 책 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내 환경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관심을 갖는 건 불가피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역시나 읽어내려가면서 정치, 경제, 사회적인 용어가 낯설긴 했지만 나올 때마다 찾아보며, 팩트에 근거한 통계가 나올 때도 꼼꼼히 비교해보며 읽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나같은 정치무관심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간간히 아주 쉬운 비유를 들어서 그 상황이 한번에 파악이 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끄럽게도 낯설고도 모호하게 느껴졌던 단어는 '경제민주화'라는 것이다. 이 단어는 각당의 그당시 대선 유력후보들이 최우선순위 정책이라고 강조한 것이란다. 대기업의 성장에 따른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그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떠오른 시대정신인데, '생산, 분배, 소비에서 국민이 주인 노릇한다'는 뜻으로 일단 볼 수 있다.(p.95) 하지만 김종인 대선후보자가 문구를 사용함으로 그 단어가 생겨났는데 그가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에서 그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만 이야기하자면...
경제민주화는 경제세력간의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자는 것(48쪽)
경제민주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61쪽)
이 책의 저자는 법이 현실에서 규범력을 회복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라고 하고 있고, 정도전의 말을 인용하여 노동자들의 대가가 인정되고 민주경제화라는 체계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무튼 생소하고 잘 헤아려지지 않는 단어를 시작부터 공약에서 이행을 통해 설명함으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사소한 지적으로^^;
<육룡이 나르샤>는 KBS 드라마가 아니라 SBS 드라마다.^^;
팩트는 중요하니까~
그동안 뉴스로는 많은 기사화가 되어서 대선후보자들의 공약과 그 파기된 행정행태들이 낯설지가 않았다. 그동안은 기사문구만 보고 더 이상 알아보기가 귀찮거나 내 삶과 무관한 듯보여서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현실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정부와 그 위정자들의 태도가 어찌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그들의 행적을 내보이기 위해 유리하게 선택한 통계, 말로만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현실성없이 소멸되어져버린 정책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과 돈으로 무참히 밟은 노동자들의 삶.... 우리 사회는 산업혁명을 지나 IT 시대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정치와 행정은 여전히 뒷걸음 치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서 씁쓸함과 동시에 더욱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자각하게 되었다.
물론, 정부, 위정자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아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대통령에게는 국내행정의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교 군사 문제 등 국외적인 일들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일과 책임이 그들에게 부여된다. 세계경제침체로 인하여 딸려오는 부동산의 침체를 극복할 수 없었고, 청년실업 및 출산율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미이행과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그들이 원해서 그렇게 했겠나 싶기도하다. 그러나! 그들이 노력했다고, 그 이행에 좋은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고 보기엔 너무 소극적인 태도였다. 예를 들어서 노동정책에 있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말로는 강조했지만, 4대보험 미가입사업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업장에서 법을 지키도록 감독했어야 했다.(p133 참조) 즉, 노동관련한 사회적인 문제(비정규직 증가와 그들의 처우개선, 최저임금제 보장 등)들에 대해서 그들 나름 공약을 제시했지만 미이행되었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파악하고 조사하여 법적인 대처를 하는데 있어서 그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럴듯하게 표심을 위해 공약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빛 좋은 개살구'식으로 정작 개선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정치적인 이득만 국민으로부터 챙기고 그들을 지지한 대개의 기득권층을 지키려는 태도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말이다.
나는 엄마라서인지 이 책에서 제시된 육아관련 공약 이행에 대해서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작년 6,7월쯤에 '맞춤형 보육'을 아무런 국민여론을 따지지 않고 2016년 당해 8월부터 시작한다고 한 것이다. 종일반 보육과 맞춤형 보육으로 나누어져 정부에서 다른 금액으로 지원을 한다. 맞춤형은 9시부터 3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고 그 이후의 금액은 부모부담이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종일반 보육을 보내왔고, 연년생 육아로 가뜩이나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맞춤형이 실시 될 때, 금액차별에 따른 어린이집에서의 대우가 달라질까봐 걱정이 컸다. 어린이집에서도 맞춤형을 꺼려했기 때문에 나에게 취업 등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 당시 돌 고작 지난 둘째아이를 데리고 있는 내게 취업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까지 보내야하나 하는 생각, 이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민의 여론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들이대는가 하는 생각에 분노가 일기까지 했다. 그 당시엔 나뿐아니라 엄마들의 분노는 말할 것도 없고, 어린이집까지 정부의 그런 무대포적인 정책시행에 어이없어하며 어린이집 파업 및 집단휴업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어떤 합당한 근거와 적절한 시일을 정하고 서서히 시행하는게 아닌 소통없는 밀어붙이기 식의 정부에 그 당시에도 정말 치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이 보육정책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부터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을 시작으로 더욱 넓게 실시되었는데, 이는 결국 출산율 증가와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무분별한 공약으로 재정부족의 사태에 이르렀고, 그에 따라서 긴급히 정책을 수정하기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 정책을 감내하는 국민들은 무슨 죄인가 조금더 신중하고 정직한 정치, 행정을 이 나라에 부탁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민의 무관심이 그리고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 얼마나 무섭게 부메랑처럼 국민의 삶에 돌아오는지를 공약을 통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얼마나 반응이 없었으면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공약이라는 중요한 약속을 '안되면 말아라'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지르고 말았을지 국민으로써 책임감을 갖게 된다. 조삼모사식으로 우리에게 과감한 숫자와 비현실적인 공약으로 달래고 결국 당선이 되고서는 미이행은 물론이고 공약역주행까지 했는지 나의 무관심이 한탄스럽고, 그런 것을 악용한 정치인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하지만 이제는 공약이란 것을 판단근거의 하나로 주의깊게 꼼꼼히 확인할 것이다. 더이상 하고보는 공약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의 행위에 국민이 잘 보고 판단하여 선거로 그들을 감시, 심판(단어가 너무 무섭네) 해야한다.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주주의로써의 역사가 100년이 채 안될만큼 짧은 시기로 계층간 세대간의 갈등이 심한 대한민국이지만, 이번 국정농단사태가 밝혀진 것을 시작으로 그 역동적인 역사만큼 역동적으로 민주주의를 찾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새 희망을 보았다. 나 또한, 이 공약을 남으로부터가 아닌 내 자신이 파악하는 것부터 하여 이번 선거로 권리와 의무를 다할 것이다. 또한 평소에 이 대한민국에서 행하여지는 정치사회의 상황을 직시하고 파악하며, 함께 참여하여 우리 아이들에겐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선거에서 공약이 있는 이유는 정치를 통해 이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공약에는 '문제'와 '해결책'이 함께 담긴다. 만일 정치인이 공약에 담긴 해결책을 실행하지 않거나, 미진하게 집행해 약속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건 공약의 미이행 혹은 파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이 공약에서 제기한 문제를 악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사용한다면, 그건 어떻게 봐야 할까? 그건 공약의 파기나 미이행보다는 '역주행'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공약의 관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을 정확히 설명하는 표현이 바로 역주행이다.p.143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상황을 허용하는 법률을 만든 적이 없고, 소수의 사법 엘리트들이 법률과 모순되거나 근거가 빈약한 논리로 규범력이 강한 판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판례의 규범력을 멈추게 하거나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관련 입법 이전에 공약이 있어야 하고, 공약을 만들고 선거를 치르면서 법 해석의 문제도 함께 제기해야 한다. 그런 다음 투표로 선택받은 공약이 법이 되어야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법치를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다. p.168
기업경영권을 장악한 재벌 총수 일가 대부분은 기업이 만들어 내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편법적으로 사유화한다. 그 사유화된 이익을 나눠 갖고, 또한 보호해주는 주체가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이다. '보수'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스럽다. '이익의 카르텔'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보수언론과 보수정당, 재벌이 3각 이익보호 결합체라는 것을 인식하면, 이들이 왜 노동을 경시하고 적대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과는 달리 노동 역주행으로 일관한 것도 이런 그들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면서 거대한 유권자 계층을 구성하는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가상의 적(정규직 노조)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상징조작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수정당에게 정규직 노조는 북한만큼이나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존재다. p1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