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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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임슬립이나 SF 소설의 뭔가 아다리가 맞지 않는 장면을 만나면 이해할 수 없어서 갑갑함을 느낀다. 그래서 SF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이번 소설도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가족 간의 화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가족으로 나 자신으로 성장하는 스토리인 면에서는 감동적이기도 했다.


2. 쉽게 읽히고, 전개 또한 흥미로웠다. 두꺼운 소설책이 두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3. 한국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전개가 억지스럽게도 느껴지는 부분은 어쩔 수가 없다. 연재와 지수만 봐도 딱 한국 영화스러운 인물들의 케미가 나온다. 남녀였다면 딱 로맨스로 전개될 각이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전개도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이 책! 이미 연극과 뮤지컬로 공연이 있었다고 한다. 책 못지않게 연극이나 뮤지컬의 호응 또한 좋았던 모양이다.


4.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 안에서 기수와 기마의 조건들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5. 인간이 로봇으로 대체화되는 상황이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지 모른다. 아니 이미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주문은 키오스크가 받고, 접시와 음식을 갖다주는 서빙은 로봇이 하고 있다. 바리스타 커피 로봇도 있는걸? 무인 편의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애견숍도 있지 않나?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도 있다는 점도 이 책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사람(어린이)들의 장난으로 로봇의 고장 부담, 로봇이 고장 났을 때 비용적 부담, 화재 사고 시 확률만으로 판단해서 희망 가능성을 배제하는 점 등 말이다.


6. 인간, 동물, 로봇 모든 존재 간의 연대가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이 책의 휴머노이드인 콜리는 1000개의 단어라는 한계가 있지만, 실제로 인간과 교류하고 교감하고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며 인물 간의 매개체 역할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로봇이 그와 같이 연대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5번에서와 같이 로봇은 인간의 많은 부분을 편리함으로 대체하긴 하나, 작은 것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희망을 보는 인간의 시선을 대체하긴 어려울 듯하다. 분명 로봇, 휴머노이드! 편리하지만 그것들 모두가 옳진 않다. 그러기에 인간과 동물 그리고 비생명체인 로봇은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연대는 글쎄.. 아직 내 상상력은 거기까지 가지 못한다.


여기서 주목하는 인간의 특별한 능력(?)이 있다. 생명이 없는 것에도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착 인형에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이건 독서모임에서 한 분이 말씀해 주심)도 그런 모습 중 하나다. 책에서는 보경이 자신의 자동차를 팔며 울었다는데 나는 그 부분이 엄청나게 공감이 됐다.ㅎㅎ



7. 스토리 전개에 있어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콜리를 통해 보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 가족 간의 갈등과 해결, 생명존중에 대한 글들은 인상적이고 생명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8.SF 소설이라서 그렇게 느껴진 걸까? 굉장히 글이 굉장히 이과스럽다. 간간이 어떤 것에 대한 정의와 설명이 교과서나 비문학 지식 글을 보는 듯하다. 그런 면이 다른 소설 속 글과 달라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과스러우면서도 어떤 것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글이어서 흥미로웠다.


9.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고 있나? 휴머노이드로 어떤 존재를 내 삶에 받아들이고 싶나?(애완동물? 집안일 기계? 등등),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부여해 애착을 가진 적이 있나? 이런 질문들과 답을 공유하고 싶다.


10. 인지와 학습능력을 넣어두었다고 하더라도 휴머노이드가 콜리 같을 수 있을까? 자신의 본분을 잊고 하늘을 본다거나,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한다거나, 어떤 것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해한다거나 그런 휴머노이드가 가능할까? 소설은 소설일 뿐 왜 이렇게 따지고 드냐?라고 하신다면 할 말이 없다. ㅎㅎ


11. 휴머노이드는 욕망을 가질까? 인간이 되고 싶어 할까? 물론 이 소설 속 콜리는 알고 싶고 되고 싶은 바람은 가진 휴머노이드였다. 그러나 인간이 되고 싶진 않다고 했다. 양철은 심장을, 허수아비는 두뇌를 갖고 싶어 하는 이야기였던 <오즈의 마법사>가 생각났다. 인간의 눈으로 소설 속 등장 대상을 봐서 그런가? 등장하는 이들은 인간의 어떤 것을 궁금해하고 인간의 어떤 것을 동경한다.


12. 당신을 이루는 천 개의 색깔은 ??

아 여긴 콜리가 초록이고 그가 좋아한 색은 파랑이지만, <오즈..>에서는 에메랄드의 초록이 떠오른다. 내가 가진 단어는 어떤 색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 콜리가 바라본 하늘과 같은 그 어떤 것을 나는 보며 감탄하고 행복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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