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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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카페에서 누군가 이 책으로 만든 드라마를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왓챠에서 22년 나온 휴먼 웹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였다. 한석규 배우가 주연이라기에 '언제 이런 드라마가 있었던가?' 싶으면서 담담한 독백체 대사, 요리하는 동안 어리둥절한 표정, 아내의 반응을 기다리는 표정 등 모두가 너무도 자연스러워 빠져서 봤다.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였다.


암 투병을 하는 아내를 위한 요리를 하는 과정, 음식 재료의 속성과 영양 등 아내를 향한 섬세한 고심이 담겨있다. 페이스북에 글로 담아냈고, 편집자를 통해 책으로 묶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낸 책이었다. 드라마와 책의 내용은 약간의 설정을 제외하고 음식이 다뤄진 것은 흡사해 보였다. 특히 내가 드라마에서 봤던 건 '돔베 국수'편이었는데, 책에서는 돔베 국수를 만드는 과정과 아내가 친정 자매들과 함께 간 제주도의 내용이 담겨있다. 드라마에선 여러 차례 실패? 후 최후에 만든 국수로 아내는 제주도에서 먹었던 돔베 국수와 제주를 떠올리며 아이처럼 기뻐하며 국수를 먹는 장면이 가미되어 있다.


요리를 위한 계량이 아닌 먹는 이를 배려하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 재료를 넣었기에 그의 음식은 언제나 1인분이 아닌 2인분만큼 넘치게 나왔다. 음식을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는 글에서 상대를 향한 사랑과 배려가 느껴지고, 맛있게 맛보고 즐기는 이에게서 만든 이를 향한 감사가 그려져 마음이 도닥여진다.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게 여길 일상이 적혀있다. 음식 중간중간 아내의 암 투병 주기가 오고 가면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나또한 일상에 대한 감사를 붙들게 하는 책이었다.


담담하고 소박해 보이는 글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암 투병의 아내와 함께 긴장과 일상을 오가면서 한고비 한고비 넘기는 데에 나도 함께 안도하면서 일상이 소중하고 또 귀하게 여겨졌다. 그의 레시피에서는 식재료가 온전히 내어주는 건강함이 느껴졌고, 재료 본연의 맛이 담겨 상대를 향한 마음이 음미되어지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울컥하고, 또 그러면서도 피식하고 웃게 되는 그런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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