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의 삶을 보며 그의 삶을 위대하다곤 할 수 없을 거다. 꼭 닮아가고 싶은 위인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열정만큼은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고, 곳곳에 열정을 담았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가 처음엔 의식하지 못했어도 부모님의 뜻에 반하면서까지 영문학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 이디스가 그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어도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를 향해 열정을 다했다. 그는 영문학을 사랑하여 깊이 파고들었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열정을 다했다. 학계에 있어서만큼은 정직했고, 거기서만큼은 고집을 부릴 만큼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디스가 그레이스에게 헌신적이지 않을 때도 그는 그녀의 딸을 아기 때부터 보살폈고, 서재에서 깊이 있는 시간을 보냈다. 비록 이디스에게 그레이스를 빼앗겼지만 말이다. 불륜을 대놓고 응원할 수 없지만, 캐서린에게까지도 스토너는 진심 '사랑'이었다. 그의 인생에서 그는 온전히 열정을 쏟아부었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는 그 열정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그것만큼은 스토너가 훌륭하다고 할만한 부분이겠다.
그러면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열정적인 사람인가? 나에게는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사람이, 분야가 있나?
모든 사람이 위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 열정을 가지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지 않나?
그것만으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스토너의 눈으로 본 곳곳의 인물들의 수시로 변하는 표정과 행동들이 세심하게 표현된 작품으로 충분히 긴장감과 여러 감정이 전해 느껴졌다. 이런 느낌의 묘사와 표현들이 낯설기는 했지만, 이런 소설도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그랬던 내 모습이 놀랍기도 했다.
작가처럼 스토너의 삶을 '영웅'이라고까지 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 사람의 삶이 충분히 훌륭할 수 있고, 훌륭할 수 있는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어서 의미 있었다.
주변의 상황들이 낡아져가는 형광등이 깜빡거리듯 서서히 희미하게 인식이 되며 깊은 잠으로 빠져가는 스토너의 마지막 의식의 흐름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