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았던 토리... 그녀가 빚어가는 삶을 읽어 내려가며 내 삶을 떠올렸다.
내가 그때 무엇을 했더라?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어떠한 감정이었던가?
아이와 마주하면서, 아이를 키우며 어떤 마음이더라?
딸로서, 연인으로서, 엄마로서 살아왔던 인생을 토리와 함께 보는 듯했다. 나 자신은 토리와 같이 어떤 일을 이룩한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일에서 매일 별거 아닌 일을 대하고 나니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는 토리나 나나 비슷하다 여겨졌다. 내 앞에 다가와 주어진 단계들을 하나하나 거쳐왔던 건, 그녀나 나나 같을 테니까 말이다.
인생이란 게 특별히 어떠한 운명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것보다 책 제목이 그렇듯, 윌슨 문이 인생을 말해줬듯 '흐르는 강물처럼'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것 아닐까?
... 새로운 삶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지난날의 선택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의심했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 ... 그것이 옳든 그르든, 내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걸 믿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 장례식을 끝으로 아이올라와 나 사이 인연의 끈이 끊길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곧 내 길을 떠날 것이다. p.274
이 책을 다 읽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을 것 같다. 개발되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터전을 뺏기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말하고 싶었지만, 분량이 이미 많아 쓰지 못했다. 그런 독자들의 분출 욕구를 알았는지 '독서모임 가이드'도 있다.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하면 더욱 풍성한 독서가 될 것 같다.
아직 2024년 1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은 벌써 내게 '올해의 책'이 되었다.
영화처럼 꽉 채운 듯한 자연이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서 숨 쉬며 다가왔고, 마음을 가득 채우며 감정을 들썩이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토리의 삶이 빅토리아의 삶이 되면서 내 삶을 하나하나 돌아보게 됐고, 읽고 난 후도 그 여운과 감동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토리가 만약 살아있다면, 지금쯤 할머니가 되어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른 이들과 어떤 삶을 나누고 있을까?
가끔 정신없이 내 삶을 살고 있을 때, 나에게 말해줄 그녀가 떠오를 것 같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고 말하는 그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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