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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평점 :

고전으로 뻑뻑해진 머리를 식히려고 고른 책이었다.
25세 여자 하나, 남자 둘이 돈을 벌려고 뭉쳤다!!!
인물소개
-구로가와 치에 : 모델 출신. 아빠로 받은 상처를 아빠의 돈을 뺏음으로 되갚아주기도 하고, 그돈으로 여유롭게 카페 하나 차려서 살고 싶다. 거침없고, 불같은데다 털털하지만 남동생에 대한 애정만은 각별한 인물.
-요코야마 겐지: 연애 알선 파티를 열어 공갈협박해 돈도 가로채고, 여성을 연예계나 포르노 비디오 출연에 소개하기도 한다. 나름 사업가다. 일찍부터 돈 맛을 봤다. 거금을 쥐고 화려하게 노는 게 그의 꿈이다.
-미타 소이치로: 명문 게이고 대학을 나와 대기업 미타그룹에 입사했다. '미타그룹의 미타입니다!' 한 마디로 많은 곳에서 의심없이 통과 특권(?)을 받는 인물이다. 암기력과 추리력이 좋아 세 명 중 브레인으로 활약한다. 그의 꿈은 리조트도 없다는 최후의 낙원!! 키리바시 공화국에서 사는 것!
줄거리
<이름을 통일하지 않고 편리한 이름을 사용하겠습니다.>
연애 파티를 주최하던 겐지는 대기업(미타) 사원인데다 이름까지 '미타'인 미타를 발견하고, '아리사'로 유혹하게 만들어 한 건 올리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재벌기업의 아들이 아닌 그저 연필깎이 공장사장의 아들이었다. 이에 실망한 겐지, 뭐라도 미타에게서 얻어내려고 하는데... 마침 겐지 때문에 계획이 틀어진 후루야가 겐지를 협박하며 호화주택 하나를 구입하라고 협박한다. 이 때다 싶어 미타가 생각난 겐지는 그를 이용한다. 후루야의 주택이 도박장으로 사용됨을 각자 알아차린 겐지와 미타는 후루야의 돈을 뺴돌리려는 계획을 꾸민다. 그들이 아니라 제 3의 인물이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한 게 치에라는 걸 알게 된 계기로 이들 셋은 치에네 아빠 시라토리의 돈 10억을 빼돌리기로 한다. 이들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우리나라에선 연애파티?보다는 나이트 클럽(넘 구식인가?ㅋ 요즘은 클럽인가?)이 더 익숙한데, 연애사업을 벌이는 일이 일본엔 실제로 존재하나 싶게 낯선 풍경이기도 했다. 여성들을 상품으로 이용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의 지시에 따라 애교 부리고 따르는 모습이 요즘 시대에는 조금 거슬리다 싶은 내용이었다. 물론 나중에 '치에'가 남자 둘을 시원하게 부리긴 해준다. 치에 또한 독립적인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상처로 아빠 돈을 뜯어내려는 모습이 아쉽긴 했다.
난 연연하지 않은 데다 구식인 사람이니 그래 예전엔 이랬을 수 있지 하고 지나갈 수 있었다.(작가님이 우리엄마보다 한 살밖에 안 적으니... 이런 내용은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겐지... 하는 짓은 양아친데, 재즈를 좋아하는 캐릭터라 조금 의외였다.
"페트루치아니의 연주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p.147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던 재즈 피아니스트까지 나와서 흠칫 놀랐다. 뭐야? 이 사람?
그저 인물 속에 녹아난 취향을 보여준 거지만, 작가의 취향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 속에 그의 이름을 새겨져 있는 걸 본 나로썬 개인적으론 반갑고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처음엔 내가 왜 이 책을 골랐지? 잊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알 것 같았다. 오쿠다 히데오스러운 가볍고 유쾌한 액션에, 찌질하지만 명랑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이 어우러내는 소설을 읽으며 이 여름에 나는 킥킥대고 놀고 싶었나보다. 후덥지근한 여름철~ 시원하고 신나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