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환 옮김 / 별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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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제가 크리스천이다보니 이 소설의 처음에 나온 요한1서부터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사랑'의 구절에서 처음에서 완전히 항복당한 느낌이랄까요? 간증같은 이야긴데요. 이 말씀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제 돈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구두장이의 소심한 모습에 그저 공감하고 있었는데요. 요즘 말로 정신적으로 이상해보이는 미하일이었어요. 그가 눈에 띄어 구두장이 세묜은 그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들어와 살게합니다. 그가 들어오고 그로부터 듣는 말에서 새로운 진리를 알게 되어가어 제 머리가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진리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요. 반전처럼 보이는 내용도 좋았지만,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아무 핑계도 불평도 할 수 없게 만든 소설이었습니다. 이미 이 소설은 제 인생 소설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알았노라. 사람들이 자신을 돌봄으로써 사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사랑 안에 있는 자는 하느님 안에 있으며 하느님께서 그 안에 계시니라.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니라." p.47


2.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도 계시다

어쩌면 많이 본 듯한, 설교말씀에서 많이 들은 듯한 느낌이 드는 구두장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익숙한 듯도 보이지만, 또 새롭게 '사랑'은 어떻게 누구에게 행해야 하는지 이 소설을 통해 다시한번 되새겨봅니다.


3.불씨를 놓치면 끄지 못한다.

이웃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긴데요. 현실에서도 흔히 볼 듯한 다른 이들에게 지고 싶어하지 않고 손해보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한편, 보지 못할 순진하면서도 순종적인 이들의 모습이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싶기도 하고요. 이율배반적인 사라의 특성을 보면서,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사랑하며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사랑으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부정할 수 없네요.


"모르겠어요, 아버지. 이제 어떻게 살죠, 아버지?"

아버지가 눈을 감고 입술을 움직거렸다. 무슨 말을 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듯했다. 그러다 다시금 눈을 뜨고 말했다.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하느님과 함께 살면 살아갈 수 있어."

...

"이반, 너 말이지, 누가 불 질렀는지 말하지 마라. 남의 죄는 덮어줘야 하는 거야. 그러면 하느님께서 네 죄도 용서해주실 거야." p.99


4.바보이반

이 책 읽으면서 빵빵 터졌습니다. 유머를 의도적으로 나타낸 표현은 아니지만, 생각지도 못한 면에 제가 이곳저곳에서 웃어서 첫째아들이 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동화처럼 재밌어서 마침 집에 있는 동화 <바보이반>을 아이들에게도 권해봤어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재밌어 했고, 어쩌다 남편까지 이 책을 읽게 됐어요. 우리 가족이 모두가 재미있게 읽은 최초의 책이 되었어요. 그리스도인은 바보일만큼이나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살기가 너무 어려운 사람이지만, '사랑'에는 도깨비(동화에선 마귀로 나옴)도 쫓아낼만큼 능력이 있네요. 도깨비가 쫓겨나는 모습이 아주 통쾌했습니다!


5.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사람의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요? 우리에게는 많은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그 탐욕의 끝을 모를 때가 많긴 해요. 하지만, 내가 파콤과 같은 상황에 있다면요? 내가 가서 찍고 돌아오는 땅을 모두 주겠다고 한다면요? 점차 늘어나는 재산의 맛을 보고, 이제는 내가 돌고 오는 땅을 받을 수 있다는데 저라면 내 체력과 상황에 맞게 땅을 정하고 돌아올수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파콤보다 덜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게 인간이니까요. 우리가 가진 것만큼 거기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더 갖고 싶어해요. 잘 생각해보면 그래요. 건강을 갖고 있으니, 집을 원하고요. 집이 생기니 더 꾸미고 싶고요, 더 물건을 사고 싶어해요. 집을 한 개 가지게 되면 두 개, 세 개, 네 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 이리 저리 돈 굴릴 궁리를 할 걸요? 지금의 상황으로 충분히 가능할 일입니다. 그런 인간의 탐욕을 보며 잠잠히 제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6.대자

저는 가톨릭의 이 대모대부를 정하는 게 참 좋은 관습이랄까, 제도같아요. 정말로 혹여나 내가 어떻게 될 때, 부모같게는 아니더라도 대모 대부를 통해 우리 아이가 어떻게든 잘 자랄 수 있다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내 아이 또한 함께 책임져 주고 나또한 그렇게 하리라는 공동체 울타리에 든든한 마음이 들거든요.


아무튼, 대부란 사람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의미하는 이는 아무래도 '신', '하나님' 같아요. 대부의 가진 것을 마음껏 누리는 대자의 모습은 마치 성경에서 에덴동산에서 있는 모든 걸 누리는 아담같아요. 그리고 봉인된 방은 마치 선악과 같고요. 인간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하죠. 그게 바로 봉인된 방을 열고 들어가면서 시작되요. 그런 통제욕이, 내가 신이 되어 모든 걸 제어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바로 '죄'라는 걸 이 책에서 제대로 알려주네요. '죄'를 씻기 위해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인생의 한 모습 같아요. 강도의 마지막 말이 참 인상적이네요.


"네가 나를 이겼다, 영감탱이. 난 20년을 너와 맞서왔다. 네가 이겼어... 그러다가 네가 사람들로부터 떠난다고 할 때에야 네 말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게 됐어. 네가 사람들에게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

...

"또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내 마음이 움직였어."

...

"또 내 마음이 완전히 녹은 것은 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내 앞에서 우는 것을 봤기 때문이야."

p.207-208


강도가 본 대자의 모습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자신이 성직자로부터 그 업을 이어받았듯이 강도에게 자신의 업을 이어주죠. 그것은 마치 그리스도인들의 '예수의 제자화(예수그리스도의 제자 삼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기독교인이라 이 책에서 알 수 있는 메시지가 확실하네요. 다른 비기독교인들이라면 이 책을 어찌 받아들이실지 궁금합니다. 이 책이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에게도 추천도서로 권하는 책이더라고요. 학생들에게 권하는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


7. 일꾼 예밀리얀과 빈 북

이 책은 참 동화 같은 단편이 많네요. 그 스토리에 깊이 빠져드는 재미가 있어요. 흥미롭고 다음이 궁금해져요. 예밀리얀은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를 맞이하고 왕으로부터 자꾸 도전이 되는 일들을 받습니다. 아내에겐 무슨 신비한 마법이라도 있는 건지, 아내가 아침에 깨워 일어난 예밀리얀은 하루 만에 교회 건물도 뚝딱 지어내라는 일까지도 수행합니다. 상세히 안 나오지만 아내가 뭔가를 한 것 같아요. 결국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가서 뭔지 모르는 것을 가지고 와라'라는 이상한 과제에 예밀리얀은 길을 떠나고 아내의 할머니를 만나 왕이 시킨 걸 결국은 찾아오죠. 쌩뚱맞게 북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네요. 무슨 마법의 힘이 있어서 군사들을 이끄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마법 같은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맞습니다.^^


8.코르네이 바실리예프

코르네이 이야기는 참 씁쓸했어요. 어떤 이의 한마디로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게 되고 폭력을 사용한 코르네이는 집을 떠나죠. 이후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실패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의 사죄는 비록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가족들에게 고별인사를 합니다. 제가 아내이고 엄마이다 보니 코르네이 부인의 시점이 코르네이의 입장보단 더 이해가 가더라고요. 남편을 바라보는 시각, 아이의 불구자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단편이었습니다. 있을 때 가족들에게 잘하도록 해요!^^;


9. 하느님은 진실을 보아 아시되 더디 말씀하신다

한 사람의 인생이 악쇼노프와 같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쇼노프는 그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악쇼노프의 인생은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돌이킬 수 없는 그의 인생, 가족과의 시간, 자유롭게 살 때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 하나뿐인 인생에서 그것들을 놓쳐버리고 살았다는 게 너무 원통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네요. 삶의 마무리에 다가가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10. 기도

아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절절히 나타나있습니다. 상상도 하기 싫을 이야기예요. 너무 끔찍해요. 내용이 아니라 아이의 죽음이라는 소재 자체가요. 그 아이의 삶과 죽음도 결국은 하나님께 있음을 알게 되는 이야기네요.


11. 지옥의 패망과 부흥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생각나는 책이었어요. Cs루이스도 톨스토이의 책을 즐겨 읽은 것 같던데, 이 단편을 보면 톨스토이의 책에서 <스크루...>의 모티브를 얻은 게 아닐까 싶어요. 선한 것을 살짝 비틀어 악한 것으로 만들어내는 교활하고 영악한 사탄들의 행위에 참담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저 또한 그 악과 늘 싸우거나 아니면 방조하는 이인데요. '죄'라는 단어가 저들의 영악함만큼이니 지긋지긋한 단어이기도 하네요. 죄를 죄로 모르고 선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그에 열심을 다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에 숙연해집니다.


12. 캅카스의 포로

캅카스의 포로가 된 질린의 탈출기를 떨리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몇 차례의 실패에도 계속 탈출을 시도하는 삶과 자유를 향한 그의 도전이 대단해 보입니다. 목마름, 배고픔, 다리 상처로 아픔 그 모든 고통이 글을 읽으면서 절절히 다가오는 소설이었어요.


여기에 접힐 내용을 러시아의 화폐, 거리 등 단위가 러시아스러운 문화가 절로 눈에 띄는 소설이었어요. 톨스토이가 얼마나 기독교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찰로 그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을지 가늠이 되는 소설이었어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너무 좋았던 소설이었지만,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이 상당히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겐 그런 이상적인 것도 현실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제 인생소설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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