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0
기 드 모파상 지음, 김동현.김사행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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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란 단편소설로 익숙한 작가죠? 기 드 모파상.

이 책을 예전에 <학부모 미디어 교육>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단편소설 한 편 읽는 게 숙제여서 구입했었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읽어보게 됐네요!

문장이 짧고, 전개도 빨라서 전반부 소설들은 막장드라마 같기도 했어요. 손쉽게 읽히니 고전에 대한 부담감이 싹 사라졌요.

여성들이 주인공이거나 여성들의 행동이나 심리가 눈에 띄더라고요. 긍정적인 면은 아니고, 화려한 보석을 좋아하고, 외모를 치장하며 남에게 주목받길 원하는 사람들로 여성을 표현했어요. 또, 사랑을 추구하고, 감정적이며, 남성 의존적인 데다 경제력은 없는 모습이 주로 보입니다. 이 책을 보면 당시엔 여성의 외모 그리고 정숙함, 우아한 모습이 경쟁력 같아요. 하지만 이런 여성들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남편을 잃거나, 가족을 잃은, 자유를 꿈꾸는 여성들도 나오긴 합니다.


초반엔 여성들이 주인공인 소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요. 차차 여러 상황, 직업군의 사람들이 나옵니다. 각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 슬픔, 비통함, 참담함 등을 보면, 단편인데도 이런 감정들을 어찌나 생생하게 느껴지던지요. 이렇게까지 감정을 몰입하며 느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 사랑 앞에 배신을, 물질과 돈 앞에 탐욕을, 진실 앞에 무정하고 무관심한 인간들의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몇 소설이 기억에 남았어요. 가족을 잃은 미망인이 전쟁 중에 겪은 일을 제3자 인물이 설명하는데요. ​​

'나는 저 슬픈 해골을 보관하고 있네.

그리고 나는 기원하네.

우리네 자식들은 결코 다시 전쟁을 겪게 되지 않기를.'

p.88

<미친 여인> 中

설명하는 이의 마지막 말이 묵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전쟁이 아니더라도 터키의 지진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비슷하게 떠올리게 됩니다. 저 여인의 끝이 구체적으로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그 끝은 여인의 죽음이었기에 충분히 애석하게 느껴집니다.


또, <노끈 한 오라기>도 기억이 나요.


"내가 우울했던 것은 그 사건 자체가 아니었어. 자네도 알겠지. 그게 아니라, 그 사람 잡는 거짓말이야. 어떤 거짓말로 해서 비난을 받는 것만큼 마음이 상하는 일도 없거든." p.121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분하고 울화가 치밀고 눈앞이 아득하여 목이 죄는 것 같고 하도 낙심천만하여 노르망디 사람의 간계로도 자기를 비난하는 것을 받아칠 기운이 없었으며, 그럴듯한 말솜씨로 그 일의 결말에 대하여 큰소리칠 수조차 없었다. 그가 교활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자신에게 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기란 막연하게나마 그가 보기에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자기에 대한 의심이 너무나 부당한 것임을 깨닫고 가슴이 미어질 듯했다. p.123


노인 자신은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으나 끝내 밝히지 못하고 억울한 죽음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이때 노인을 향한 대중의 잔인함과 무지함에 치가 떨렸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두고 억울함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건들이 많이 있잖아요. 진실을 알기 위해선 당사자가 아닌 나는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어요.

제가 여태까지 읽어온 프랑스 고전(다섯 손가락에 꼽지만)이라 하는 책들은 표현이 아름다우면서도 감각적 표현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았어요. 이 책에서는 특히 시대상(전쟁, 사회적인 문제들 등)을 잘 드러내어 여러 상황과 인물의 감정들을 헤아려 볼 수 있었고요. 프랑스가 겪은 아픔과 비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현재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이 많이 보였어요. 이런 고전이어서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 다른 출판사는 비교를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번역이 이상한 건지, 작품 자체가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간간이 있었네요.

'... 남편은 자정부터 사람도 없는 응접실에서 다른 남자 셋과 함께 자고 있었다. ...'

이 문장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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