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걷으면 빛
성해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속 소설들>

언두

화양극장

OK, Boomer

괸당

소돔의 친밀한 혈육들

당춘

오즈

김일성이 죽던 해


내가 들은 라디오에서 소개한 책은 <김일성이 죽던 해>였다. 도서관 앱 검색창에 이 제목을 넣어보니, 이 책은 단편 중하나였고, 이 단편을 포함 여러 편의 소설을 묶은 책의 제목 <빛을 걷으면 빛>이 결과로 나왔다.

<김일성이 죽던 해>의 초반을 읽고 소개해주는 염승숙작가님의 말이 생생하게 다가와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황당함, 어처구니 없음, 오해해소 등 청취자의 귀를 쥐락펴락하는 작가님의 설명에 읽고 싶어졌다. 내 눈으로 읽고 저 느낌 나도 느껴보겠어!! 그렇게 이 소설 통째를 들어 읽었다.


작가님의 사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이리 아리땁고 고운 분이(심지어 검색해보니 20대!!) 어떻게 중년의 소설가나 쓸 법한 이런 작품을 쓴거지? 거기에 놀라고!

가독성 뿐 아니라 그 전개의 끝이 궁금해져서 놀라고!!

글들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여름의 끈적함, 사람으로부터 오는 여러가지 감정(이해할수 없어 답답함, 다 이해해 줄 수 없는 난처함, 다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함 등등)이 생생해서 놀라고!

인물들의 여러 감정들이 반영된 주변 사물을 보며 그 표현에 놀라고!


이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이 보는 이들이다.

농인인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도호

극장 메이트, 흔치 않은 여성 스턴트맨 이목씨

밴드 연주영상을 찍는다고 내 집으로 쳐들어온 아들과 그 친구들

제주도로 온 처음 보는 재종숙 부부

분명 친구인데 친구이기 어려워지는 오수

끝없는 긍정의 끝판왕 삼촌

동거인으로 만난 오즈 할머니

우리 엄만테 선긋는 게 지긋지긋해지는 엄마


각자의 상황에서 양 끝(세대, 일반적 vs 비일반적 등)에 서 있는 인물들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여태껏 맺어오지 않았던 방식으로 맺어진 관계, 그리고 (나또한) 쉽사리 보기 힘든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간극은 멀고도 크다. 이들의 간극이 좁아졌다가 넓어지는 그 순간 그리고 과정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관계에서 개인이 느끼는 시선, 그리고 감정(행복감, 짜증스러움, 불편함)이 다르지 않기에 소설 속 상황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분명해서 감정이 더 쉽게 느껴진 것도 같다.


각 소설에 사회적인 문제들이 속속히 드러나는 것도 이 소설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좁혀질 줄 모르는 빈부격차, 젊은 세대의 빈곤함, 다문화시대, 쇠퇴하는 지방(농촌 등) 문화, 거부당하는 소외층의 목소리는 우리 시대의 모습같아 씁쓸하게 다가온다.


각 작품에 나타난 양끝에 선 부류에서 난 어디쯤 속했을까 계속 재보며 읽었다. 나와 비슷하기도 했고, 현저히 다르기도 한 이들을 보며 간극이 느껴지면서 이런 간극은 좁힐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런 간극이 좁아지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날카롭게 바라보면서도 어찌저찌 서로를 격려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은 따뜻해 보였다. 각 소설에서 보여주는 양끝에 선 이들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 하지만, 좁혀지는 그 순간 가장 진실된 진심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삶의 모습이 나와 다른 이과 현재를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로 이 책이 내게 주는 의미를 찾았다. 이 소설속 화자는 작가시점이지만, 그들과 함께 살고자 하는 그리고, 연대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다.(상대는 딱히 요구하지 않았지만, 선긋지 않고 그들과 어우러져 살고 싶었다)


너무 진지하게 적었지만, 중간중간 위트있는 부분도 있고, 유튜브 제작과정을 배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당춘> 중)의 각가지 모습도 재밌게 읽혔다.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김일성이 죽던 해> 중)는 우리집이랑 달라도 뭔지 모르게 공감과 이해가 된다.


누가 내게 '요즘 뭐 읽었어?' 라고 묻는다면 이 책을 말하며, 주저없이 추천할 생각이다.


일단 잘 읽히고 공감가고 감정이나 상황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게 재미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