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신선한 발상과 날카로운 지적인 돋보였던 작가님의 책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주저 않고 집어들었다. 손원평 작가님의 작품들은 작가님이 내셨던 제목처럼 '프리즘' 같다. 작품의 결이 다채롭다.
주인공 김성곤 안드레아의 여러 자살시도가 어처구니 없이 막히며,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라이더로 일을 하고, 소소하게는 굽은 허리를 바르게 펴서 바른 자세를 갖도록 매일 사진찍으며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의 피자집에서 알바로 있었던 진석과 함께 있으면서 유투버로의 삶을 살며,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로 사업계획을 구상한다. 그리고 여러 분투끝에 결국은 성공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왜 그는 끝내 자살을 결심했을까?
여기까지 읽으면서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개발서처럼 뭔가 성공과 그 기준으로 이끄는 것처럼 보이는데다가, 인물들의 너무 올바르고 자연스럽지 못한 성공을 향한 행동들이 내겐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열 때마다 자세를 바르게 고치려고 나도 모르게 허리와 어깨를 폈던 게 우습지만 사실이다. 자기개발서의 설득에 홀린 듯 하면서 '이건 소설인데... 내가 성공을 알려고 이 책을 읽은 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였다면 나는 이 책의 리뷰를 쓰는 게 지금보다(지금도 아니 매번 리뷰쓰기는 어렵다.ㅠㅠ)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성공'의 삶을 지향하고 그걸 목표로 제시하는 책은 분명 아니다.(한때 루저였던 인물들이 성공을 앞두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모습에 저같이 혹시 손발이 오그라드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더 힘을 내세요!! ^^)
물론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난 뒤에도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 영원토록 따듯한 바닷물 위에 아무런 노력도 없이 둥둥 떠있는 속 편한 삶이란 없으며, 혹여 그 비슷한 것이 어딘가 존재한다면 장담컨대 그 삶의 이름은 행복이 아니라 권태와 무기력 일 것이다. 우린 실내 수영장이 아니라 풍랑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또 비바람을 만나야 하고 그러면 또 헤쳐 나와야 한다. 자신만의 기술과 혜안을 가지고. p.272
읽다보니 우리는 실내수영장이 아닌 풍랑 속의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 맞다. 또한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인생은 어떤 것이 복이 되고, 어떤 것이 화가 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이런 삶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풍랑을 거쳐가며 인생을 대해야 할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인생 앞에서 우리의 노력과 뭔가를 해석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헛될지도 모르겠다. 그저 겸손하게 삶을 대하며 그저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닐까? 그렇다고 삶을 허무하게 바라보는 건 아니니 오해마시길.
삶의 가장 큰 딜레마는 그것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삶은 방향도 목적도 없이 흐른다. 인과와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종종 헛된 이유는 그래서이다. 찾았다고 생각한 정답은 단기간의 해답이 될지언정 지속되는 삶 전체를 꿰뚫기 어렵다. 삶을 관통하는 단 한가지 진리는, 그것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뿐이다. p.238
작가님은 오래전 포털의 질문란에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는, 그런 이야기가 자신에게 너무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이 작품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나또한 성공하는 이야기는 궁금해 했지만, 실패한 이가 다시 성공하는 것에 대해선 나또한 들어본 적도 궁금해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매체에서 확 두드러졌던 이들의 이야기는 한순간 번쩍였다가 어딘가로 사라졌고, 그저 그들은 성공했던 어떤 영웅처럼 회자 된다. 이 책을 읽으니 그렇게 우리의 시선을 확 끌었던 평범했지만, 훌륭하게 성공을 일궈낸 이들의 현재 모습이 궁금해진다. 가끔은 꺾어진 그들의 근황을 우연히 보기도 했다. 그들의 삶에서 모든 성공의 끝이 성공에서 끝나지 않음을 그리고 우리가 죽는날까지 인생을 늘 성공으로 끝맺게 가꿔가기란 쉽지 않다는 걸 헤아려 볼 수 있다.
우리의 삶이라고 뭐가 다르랴.
잘 되어가는 듯 보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코로나, 자연재해 등 여러 알 수 없는 환경)에 무너지게 되는 삶의 굴곡을 누가 피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우리들 모두가 그러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굴곡 속에서 '다시 일어나 보시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