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씨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 번은 지인이 정말 웃긴다며 노래 하나를 던져(?) 줬다. '부럽지가 않어'란 장기하 씨의 노래였다. 처음으로 장기하 씨의 노래 한 곡의 가사를 잘 읽어보며 들었다. '이 사람의 생각엔 뭐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장기하 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게 된 건, 최근 러닝머신을 뛰며 보게 된 TV 유퀴즈(유퀴즈 온더블럭. tvn)에서였다. 책을 좋아한다고 다른 이에게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책 내용이 기억도 안 나고, 책 소개를 잘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긴 한다고 말했다. '나뿐만이 아니구나!' 내 생각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손뼉을 쳤다.(저렇게 잘난 사람이 나랑 비슷할 때 우리는 더 환호한다!) 그리고 그는 책 한 권이 끝날 때까지 하나만 쭉 읽지 않고, 여러 책을 돌려본다고 했다. 책도 TV 채널처럼 이게 지겨울 때 다른 걸로 본다는 이야긴데 아주 신박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러한 이유로 장기하 씨의 책이 읽어보고 싶었다.
한 사람을 만나 그와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듣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쭉 이어가다가도, '에이 그게 아니잖아!'라고 말할 상대방의 의중을 캐치했다듯 거기에도 대처하는 말을 (알아서) 한다. 이런 식의 전개가 꽤 많다. 한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두루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는 그의 생각의 스펙트럼이 좋았고, 신선했다.('기분'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존중해주는 사람이라니!!) 당연하다 여겨왔던 걸 '그건 그렇지 않은데?'라고 말하는 것도 괜찮았다. 생각에 깊이도 있었다. 그래서 재밌고, 깨닫지 못했던 다른 것을 깨달아가는 느낌이다. 친구 특히 생각이 남다른 친구와 진지하지만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하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다 말이다. 요것이 에세이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