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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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그것도 편안한 소설이 읽고 싶었다.

책이 너무 안 읽혀서, 머리를 엄청 쓰고 싶지 않아서, 책 속에서 쉬고 싶어서 말이다.

무엇 때문인지 책이 읽어지지 않긴 했다.

잘 읽힌다는 이 책 또한 나는 잘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읽었다.


이 책은 내게 쉼을 주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내 생각과도 맞았고, 내 지금의 삶의 태도와도 비슷했다.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이 떠올랐다. <섬에 있는 서점>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


소박하면서도 진실성을 갖춘 사람이 주인인 서점이 있다. 이 서점으로 사람이 모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또 함께 감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이 책 또한 서점이 사람을 모으고 서점에 사람이 모인다. 이 책의 전체적인 맥락은 내가 생각한 책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 속엔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관계 그리고 개인 자신에 대한 힘겹지만 외면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타인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담았다는 점에서 어쩌면 피로하고 분주한 삶에 지쳐있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테고, 자신을 찾아가는 용기와 격려를 주었을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 또한 지난 시기 내내 남과 비교하고, 주변에서 '이건 해야 해!'라고 말하는 상식과 정상의 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숨 가쁜 시간들이 보였다. 그리고 나이 40이 지나서야 보게 된 아등바등 일어나려 애써왔던 과거가 이 책에 프리즘 되어 다시 보였다. 꼭 그러지만은 않아도 좋았을 텐데. 그냥 나대로 살 게 내버려 둘걸. 아쉬움과 안쓰러움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껴졌다. 그리고 인물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읽으며 동시에 홀가분해졌다.


이 책은 주인공 영주가 읽은 책 중 엄마와 딸의 관계에 관련한 책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 책들이 소개된 것처럼 영주와 엄마의 관계도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갈등이 해소되려나 생각했는데 그 부분은 예상이 빗나갔다.


역시나 이 책에서 거론하는 책들은 모두 책 광고를 본 듯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특히 이 책에서는 한국소설들이 많이 나와서 친숙했는데, 박완서 작가님 책(저녁의 해후), 김금희 작가님 책(너무 한낮의 연애), 최은영 작가님 책(쇼코의 미소) 등. 그 외에도 <그리스인 조르바>, <일하지 않을 권리>,<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어미 이와 이자벨>, <미카엘라> 등(그 밖에도 더 있음) 읽지 않은 책들은 도서관 예약 혹 구입을 부를만큼 호기심이 발동한다. 책을 알려주는 책 좋다!^^


마지막으로 '행복과 일(직업)'의 관계를 나타낸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나처럼 뭔가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은 사람은, 잘하는 일이 직업이 된 경우가 무조건 '행복'으로 직결될 거란 환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더 생각해봤고, 이해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p.273


...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 지진 않는다. p.274


그만큼 삶이란 복잡하고, 여러 요소가 합쳐진 복합적인 것일텐데 그런 면은 잊어버리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어떤 것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행복할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도 아닌데, 소소한 것들로 행복할 때가 많다. 가끔은 못 찾은 것이 불행하지만은 않은데, '내가 행복하다'라는 사실이 과연 맞긴 할까 의심한 적도 있다. 삶이 가끔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려고 할 때 나는 불행을 끄집어 내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서라는 이유를 갖다 대곤 했다. 이 책을 읽으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행복은 그리고 삶은 단순하지 않다.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또 내가 행복이란 걸 느꼈다면 느낀 게 맞는 거다.


... 지난 제 경험이 가르쳐준 건 이 정도예요.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민준 씨는 휴남동 서점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혹시, 민준 씨를 잃어버린 채 일하고 있지는 않나요? 나는 이게 조금 걱정이에요. p.343


조금은 인본주의적인,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발언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만족스러울 수 없다. 그 안에서 '내가' 어떠한 의미도 찾지 못한다면 그 삶은 다시 돌이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나' 자신만 위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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