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로 - 편혜영 소설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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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님 책은 책이 잘 읽히는데 다루시는 바는 쉽지 않아보인다.

지난번 <죽은 자로 하여금>이 그랬고, 이번에 단편집인 소년이로가 그렇다.


그런데 이 단편집의 대부분의 삶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목숨을 잃고, 실패하고, 누군가로부터 무시당하고, 사고를 당하고, 가족을 잃고, 비웃음 당하고, 직장에서 버려지고 ... 상실과 아픔을 겪은 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쓰라리고 쓸쓸한 마음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그 아픔을 쓸고 내려가는 작가의 헤아림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그럼에도 가차없이 주어지는 잔인한 일상이 있을 뿐이다.


특히 첫 작품인 <소년이로>는 습하고 무거운 기운이 주인공인 화자의 말을 통해 깊숙히 드리워진 느낌이다. 소년의 어머니와의 긴장감, 소년과의 긴장감, 소년의 아버지와의 긴장감, 그리고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는 이가 준 앵무새까지 가족이 많아 답답했던 자신의 집이 육체적인 억눌림이 있었다면, 부유하고 가족이 적지만 넓은 집인 소년의 집은 정신적인 억눌림이 집안 곳곳이 베어있다. 그 집엔 죽음과 어두운 삶의 그림자가 스며들어 있다.


'아! 내가 저런 상황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될지 모를, 내 이웃의 이야기일, 그러면서 아니길 바라는 그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있다.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나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의 이야기가 그 안에 있다.


먹먹함에 마음은 불편하지만, 그 헤아림을 다시 느끼기 위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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