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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 시나리오에서 소설까지 생계형 작가의 글쓰기
김호연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0년 11월
평점 :

딱히 글로 무언가가 될 자신은 없지만, 글은 잘 쓰고 싶은 욕망은 항상 갖고 있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아하!! 계속 쓰라고?!!'
그럼 어떻게? 언제까지? 왜 그래야 하지? 라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리라 기대했다.
이 책을 읽다가 역시나 '글쓰기'로 무언가가 되는 건 웃프지만 포기했다. 김호연 작가님이라면 어떻게 보면 베스트셀러 작가이신데, 이렇게 되기까지 20년간 쓰시고 힘겹게 오르고 오른 그 길들을 보자니 내 목이 다 죄는 느낌이며, 내 밥줄까지 위협당하는 느낌이다.
하아... 난 굶으면서까지 쓸 생각을 갖기에 너무나도 맛있는 걸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리하여 난 과감히 후반부 쯤 나오는 '공모전 노하우'는 간편하게(?) 읽었다.)
시나리오 막내로 시작하신 압구정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작가님의 삶이 소설 못지 않게 배꼽쥐게 웃겼다. <매트릭스> 모피어스같은 분은 상상하며 웃고, 작가님의 흥분하시는 글에서는 입을 틀어막고 눈물 줄줄 흘리는 만화 속 인물들 표정도 떠올라서 웃었다.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걸리고, 너도나도 칼날을 들이대는 줄은 여태 몰랐다.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정말 쉬운 건 없어. ㅠㅠ) 우리가 알만한 시나리오 작업도 하셨지만,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일도 있고 만화스토리와 출판업 쪽에 계시다가 다시 시나리오로 돌아가셨다가(너무 왔다갔다 하셔서 기억조차 어려움 ㅎㅎ) 여러 실패와 경험 끝에 결국은 소설가!!
참 다사다난한 삶이셨더라.
작가님들에게 제공되는 작업실(문학관)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고, 그렇게 이일 저일 해보신 줄도 몰랐고, 글이란 글 쓰는 곳(출판, 영화, 만화, 연극 등)이란 곳은 모두 들어가보신 줄 몰랐고, 공모전이 그렇게 많은 줄도 몰랐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님인 작가님도 떨어진 공모전이 그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디스 죄송). 거쳐온 글의 종류와 다양성으로는 작가세계에 신기록을 세우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러 곳을 전전하신 것이 결국엔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자' 즉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분이니 그런게 아닐까?
얼마 전에 <망원동 브라더스>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에 관련한 이야기(영화 판권을 방송인 이경규 씨께 팔았다는 것과 작가님은 망원동에 산 적이 없다는 사실과 <망원동...>이 연극으로도 있다는 등)에는 눈에 불을 켜고 읽었다. <망원동 ...>에 대한 이야기 분량도 꽤 있어서 반갑고 흡족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보니 망원동브라더스에서 나온 수유리의 그녀, 홍대의 자주가는 바(술집) 부터 <불편한 편의점>에서 문학관 이야기, 연극 시나리오 작가이야기, 맥주 이야기까지 왜 그리 생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님의 이야기가 왜 그렇게 쉽고 재미있는데다가 감동을 주는지 이 책을 읽으니 알 것 같았다. 본인이 잘 쓸 수 있는 글스타일을 잘 알았고, 글을 쓰려면 '스토리텔링'이고 그 글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 읽힌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 진심이었고, 열려있었으며, 솔직했고 겸손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웠고, 그들을 통해 배운 걸 소화해 김호연만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거였다.
글이 있는 모든 공간을 이 책을 통해 두루 살펴봐서 좋았다. 우리가 보는 영화, 드라마, 책, 연극을 쉽게 보기만 했는데, 쓰는 이의 한사람 한사람의 노고를 알 수 있어서 '글'이란 것이 참 값지게 보였다. 글로 부자가 되는 길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임에도, 글을 향한 진심을 가진 이들이 많아서 감사했고, 그런 이들이 많아지는 만큼 문화적인 예우와 대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쓰기의 노하우같은 걸 알 수 있나 했는데, 작가가 되기 위한 고행을 간접적이지만 힘들게(글이 어렵다는게 아니라 작가님의 삶이 너무 어려(힘들)웠어요.ㅠㅠ) 알도록 해 준 책이었다.(베스트셀러 작가들만 보고 작가란 세계에 환상을 갖지 맙시다!!!) 결국은 모든 것의 통로와 연결은 사람이고, 나도 많은 이들의 글에 빚진 자라는 생각지도 못한 가르침을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