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인생에도 곧 40이 온다. 몸 여기저기에는 탄력 대신 군살이 늘었다. 얼굴에는 자글자글 하루가 멀다고 주름이 늘어간다. 거기에 체력은 더 꽝이다.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몇 가지 집안일을 하고 나면 닮처럼 졸곤 한다. 어디 외출이라도 다녀와서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리곤 한다.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고 두 아이를 출산했다. 그 후 2년이 지나고 내과 검진에서 당뇨전 수치인 100을 찍었다.(100-120사이가 당뇨 전 수치 단계란다) 임당인 사람이 당뇨인이 된다는 건 얼핏 들었지만, 나름 건강하게 살아왔다는 내게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당뇨로 진입을 막기 위해 허벅지 근육을 키우라는 선생님의 조언 그리고 내 인생 열차에 40이란 정거장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운동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와 길잡이가 간절했다.

 

저자는 에디터로 오랫동안 앉아서 일해왔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발견되었다. 아이의 학교 운동회 때 넘어지는 망신을 당한 남편이 시작한 달리기에 그녀도 한 발을 담가봤다. 그렇게 운동 인생이 시작됐다.

원래 저자는 운동을 좋아하고 그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크루즈 여행을 꿈꾸고 철학 책을 읽으며, 재즈와 와인을 즐기는 깨끗한 환경을 선호하는 더없는 도시녀였다는데... 그녀의 야성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며, 에너지 넘치는 현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절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여기서는 적용이 안 되나 보다. 운동의 묘미를 알고 그 안에서 얻은 에너지로 새롭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했으니 그녀 입장에선 진리를 찾은 듯 운동 전도사로 이 책을 쓰게 된 게 이해된다.

 

저자는 이 책에 수영, 달리기, 자전거를 거쳐 철인 3종 경기에 참석하기까지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세세하고도 재미나게 담았다. 물속에서 드러나는 두려움에서부터 자전거 트라우마 극복기는 운동을 담쌓는 누구에게나 희망이 될만한 이야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달리기로 시작한 이야기를 하루키 이야기, 달리기의 유익한 점, 마라톤의 경험 등 다채롭게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문장은 어찌나 맛깔나고 술술 읽히는지 책에서 여러 가지 매력을 느낀다.

직업이 에디터이셨던지라 다양한 책을 거론하는 것이 좋았다. 인생 선배 언니가 자신의 삶으로 조언하듯 결혼, 직장, 태도를 다룬 이야기도 좋았고 말이다. 챕터 제목도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문장도 짧고 생동감 있게 느껴져 좋다. 무엇보다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강한 동기부여를 주어 좋았다.

 

운동을 통해 인생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리허설하라는 조언은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젊을 때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두 팔 걷고 운동부터 했을 텐데 아쉽다.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되고, 피로에 절어있는 뇌에 육체활동을 가미함으로 오히려 탁월한 성공을 이룬다는 말은 운동의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부록처럼 운동 Tip과 Q&A로 운동 관련 궁금증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나도 이번 달 3월부터는 달리는 걸로 시작해야겠다.

활력에 찬 40이 기대된다.

 

 

달리기는 운동복과 운동화만 착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비만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며 내장 기관이 튼튼해지고 이런저런 잔병 치료에 좋다. 관절에 안 좋을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오히려 달리기를 하면 허리와 발목 무릎 근육이 강해진다고 한다. 뼈에 가하는 지속적인 자극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p.50

 

"로저 배니스터는 4분 안에 주파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처음으로 간 사람이었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도달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이 위업들이 이루어지기 전에,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그 사람들은 다 실패했다. 그런데 한 번 성공이 일어나자, 많은 사람이 그것을 똑같이 해냈다. 왜일까? 뇌는 어떤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는 대략의 지도를 그린다. 배니스터, 암스트롱, 힐러리는 상식을 거슬러 희망을 품어야 했다. 그들의 뇌에, 목표에 이르는 지도를 그리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들의 뒤를 따른 사람들은 앞서 달성된 위업을 지도로 이용했다."로저 배니스터는 4분 안에 주파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처음으로 간 사람이었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도달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이 위업들이 이루어지기 전에,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그 사람들은 다 실패했다. 그런데 한 번 성공이 일어나자, 많은 사람이 그것을 똑같이 해냈다. 왜일가? 뇌는 어떤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는 대략의 지도를 그린다. 배니스터, 암스트롱, 힐러리는 상식을 거슬러 희망을 품어야 했다. 그들의 뇌에, 목표에 이르는 지도를 그리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들의 뒤를 따른 사람들은 앞서 달성된 위업을 지도로 이용했다."

<두려움,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나쁜 습관> 中

p.77

 

'용기'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두려움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생기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p.95

 

"연습은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를 말한다. 그러니까 특정 영역에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킨 다음에는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기술을 연습하고 숙달시켜야 한다. 하루에 몇 시간씩, 몇 주, 몇 개월, 몇 년 동안 자신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반복 연습해야 한다. 그릿은 현재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관심이 무엇이든, 이미 얼마나 탁월한 수준에 이르렀든 상관없이 그릿의 전형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보다 나아질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릿> 中

p.100

 

.. 다윗 왕이 세공사에게 명령한다. "전쟁에 이겨 교만할 때는 지혜가 되고, 패배하여 절망할 때는 힘이 되는 말을 찾아 반지에 새겨 오라"라고. 도무지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세공사는 현명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p.114

 

힘들어서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표를 던지는 것은 언제든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이 아닌가. 내던지기는 쉬워도, 다시 일을 시작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정말 멈춰 서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때까지는 참고 올라가는 것이 낫다. 최대한 안장에서 내려오지 말고, 해볼 수 있을 만큼 페달을 돌리다 보면 의외로 평지 구간이 나오기도 한다. 마지막 히든카드는 정말 마지막에나 써야 한다.

p.116-117

 

그래서 평탄하고 무난한 삶을 살아온 사람일수록 다양한 운동을 통해 좌절과 실패를 연습해 보길 권한다. 혹여 진자 인생길에서 자빠지는 일을 당했을 때, 그렇게 실패를 극복해 본 경험과 요령은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125

 

그러고 보니 우리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노력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둘째,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 꾸준히, 오랫동안 해야만 효과가 나타난다. 넷째,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시급하지 않아서, 당장 실천하기 어렵다.

p.141

 

사실 '먼 북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내 마음, 내 심장 속에서 간절히 울리는 소리다. 처음엔 희미하지만, 점점 커져서 도저히 모른 척하거나 거부할 수가 없다. 언젠가 시간과 형편이 될 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남이 보기엔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한텐 꼭 달성해야만 하는 간절한 뭔가를.

p.167

 

책으로 남의 생을 주르륵 읽어 내는 것은 쉽다. 하지만 모험을 결심하고 반전을 이뤄 내는 데 들어간 당사자의 시간이나 고통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할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그 길을 따라간다. 조지프 캠벨은 그것을 가리켜서 '블리스'라고 불렀다.

내 인생에 반전이 될지도 모를 블리스를 따라가지 않고 주저앉으면, 어떠한 영웅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닥쳐온 모험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가장 민감한 내 아킬레스건을 극복해서 반전을 일으켜 보자. <인간의 품격>을 쓴 데이비드 브룩스는 영웅은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데모스테네스는 말을 더듬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위대한 웅변가가 되었다고들 한다. 결함이 오히려 그와 관련된 기술을 완벽하게 연마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p.184

 

소설가이자 마라토너인 하루키도 <먼 북소리>를 쓸 때부터 어느 나라에 가든지 꼭 달리기를 한다.

"여행지에서 그 동네의 길을 달리는 일은 즐겁다. 주변 풍경을 보며 달리기에는 시속 10킬로미터 전후가 이상적인 속도이다. 자동차는 너무 빨라서 작은 것을 놓치기 쉽고, 걷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동네마다 각기 다른 공기가 있고 달릴 때의 기분도 각각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길모퉁이의 모습, 발자국 소리, 보도의 폭, 쓰레기 버리는 습관 등도 모두 다르다. 정말 재미있을 정도로 다르다."

p.189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미생> 中

p.222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中

p.240-2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