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푸(Pooh)근한 인상으로 친숙하면서도 통찰과 분석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를 다른 사람들도 그렇듯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에서 보았다. 새로운 분야 뇌과학이란 분야와 신선한 과학적의 접근으로 더이상 푸근함보단 지식인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얼핏 '뇌과학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원래는 물리학자였다고 한다. 물리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그의 뇌과학 연구는 크로스오버같은 느낌이다.

저자의 분야를 TV로 보면서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책의 두께와 과학자가 낸 책이라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비유와 자료를 통해 보다 쉽게 설명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어! 나도 그런데!'에서 '아! 그래서 그렇구나!'로 탄성과 함께 공감하며 설득되는데, 이 책이 베스트 셀러란 사실을 납득할 수 있었다.

12가지의 발자국으로 된 이야기는 그가 강의한 것들을 선별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을 과학적으로 해석했다. 우리가 흔히 행하고 지니고 있는 습관, 인식에서 나와 우리의 모습을 직시해 볼 수 있다. 나에게 결핍은 어떤 것이었을까부터 나는 무얼하고 놀지? 무얼하고 놀면 즐겁지?,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가? 인정욕구가 강한가? 내 성격과 특징에 무감각하게 여기며 살던 것이 이 책을 통해 이해가 된다. 이를 알고 어떻게 할지 저자가 약간의 행동개시를 제안하는데, 각자가 고민해보며 자신이 원하는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를 위해 시도해봐야 할 것이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필자의 말대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반복적으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일을 시도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하나씩 파악한 후 올해 새해 목표로 하나씩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용'의 필요함을 실감한다. 회의적인,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동시에 마음을 크게 열 수 있어야겠고, 나의 생각을 피력하다가도 다른 이들이 왜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지도 관점을 이해해 봐야 할 것이다. 디지털화 되어 빠른 변화에 순응하면서도 사색하며 몸으로 받아들이는 균형이 필요하다. 중요성은 너무나 당연할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 연달아 제시하는 이 중용, 즉 중도적이고도 균형있는 판단과 방향, 실행은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지혜롭게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우리가 잡아야 할 기준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나이가 들고 있고, 보수적으로 변화하는건 아닌가 생각했다. 아니 보수에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멈칫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서 그것들을 흘러가게 두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다. 현재의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유지하고 싶고, 보다 더 안전하고 싶은 마음의 관성이 작용했다고 본다. 그게 나뿐 아니라 내 주변까지 그 관성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통제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없이, 변화에는 눈살부터 찌뿌리며 보는 관성이 진행되는 내 삶에서 이 책에서 제시한 단어 '혁명'이란 단어가 내 마음에 꽂혔다.

투쟁, 혁명의 시대가 없었더라면 현재 누리는 자유도 편리함도 평등의 상황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 역사 속의 혁명은 필요했다고 여기면서 현재의 혁명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고 과소평가하는 내 모습이 모순으로 보였다. 비트코인을 대하며, 4차산업혁명이란 상황을 보며 그랬다. 내 편향적인 시각을 돌이키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그 안에 머물러 있는데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조금더 열린 자세와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예전에도 지금도 관성과 습관에 매여있는 나 자신이 얼마나 거기서 풀려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그래도 읽은 게 내가 나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 고민이라도 하니 나은 거겠지 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앞으로도 나는 책을 읽게 될 거니 비교적 덜 치우치고, 덜 눈살을 찌뿌리며 나를 돌이켜 보겠지? 점차 보수가 되는 데에서 조금 덜 보수가 되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혹시나이면서도 역시나 관성을 밟고 있을 1년 후의 내게 이 책을 다시 건내주고 싶다.

위트있고, 재미있다. 신선하고, 유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