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취향 -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책 읽기
고나희 지음 / 더블: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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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고유한 취향을 갖고 있다. 취향은 우리의 삶에 쉽게 접하는 음식, 패션, 거주하는 집, 음악, (이 책과 같이) 독서 등 전반적인데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취향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시도하면서 우리는 더욱 즐겁고 행복함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취향'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매력있는 단어다. 호기심이 인다. 설레인다. 자꾸 보고 싶다. 사랑하는 연인처럼...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좋아하는 단어인 '취향'을 합친 이 책에 나는 그저 끌릴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취향이란 것은 저마다 다른 것이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끌린다는 것이 모험적인 일이었을지 몰라도, 난 그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그저 누군가의 독서의 취향은 무엇일까 알아보고 싶었다. 내 취향이 아니면 말고?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독자이자 작가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따라 <나누어 읽는 이의 취향>, <여행하는 이의 취향>, <쓰는 이의 취향>, <품은 이의 취향>라는 네 가지 파트 속에 책들을 구분 해 넣었다. 웃겼던 것은, 나 자신을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정작 이 책에 소개된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익숙한 제인오스틴과 브론테자매의 책과 그리고 드문드문 알고 있는 작가들 외에 책속의 책에 대한 정보는 내게 거의 없었다. 

 그렇게도 책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만반의 준비가 된 작가 앞에서 나는 제대로 된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 같았다. 또한, 소개된 책들은 대체로 손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을 시작하는게 더욱 주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시작했다. 독서의 취향에 끌렸던 내 직감을 믿었고, 일단은 읽어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

 저자의 글은 묵직하고, 사색적이었다. 자신의 여행과 과거의 경험을 끌어내어 책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풀어쓰기는 했지만, 그 글은 구체적이고 편의적이기보다 깊이 있고, 신중했다. 다양한 단어들이 글을 통해 생기있었고, 마냥 감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고 은유적인 표현이 인상적이다. 소개된 책 자체가 어렵기도 했지만, 저자 또한 아주 쉽게 써 주지는 않았다. 자신의 생각 그대로를 친절하게 풀어쓰기보다는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독자다운 창의성을 충실히 표현한 것 같다. 평론적인 글의 느낌이 나면서도 시적이고 감성적이었다. 집중을 요하는 걸 지나서 묘하게 그의 글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럴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우리와 같은 문화와 시각, 감정 등을 많은 부분에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 대체로 다뤄진 책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에밀 브론테의 소설을 보면서는 약간 멈칫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사회적 시대적인 비판이 담긴 책들을 제대로 읽어보았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그저 삶을 되는대로 주어진대로만 충실히 살아왔던 내게 어떤 주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이상한 짓이었고, 무모한 짓이고, 통일성을 해치는 짓이었다. 단체를 와해하는 몹쓸 짓에 왕따를 자진하는 짓이어서, 도무지 용기를 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그랬던 내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을만한 불씨가 될만한 책을 읽었더라면? 과연 지금과는 다른 가치를 갖는 삶이 될 수 있었을까? 한편으로 아쉽고, 씁쓸한 마음에 그 소설을 다룬 몇 장에 마음 한 켠이 덜컹거렸다.

한동안 글을 쓰고 나누다가 주변과 비교하면서 더이상 쓰는 것이 의미없다고 여겨졌다. 읽기 시작한게 얼마나 되었다고, 쓰기 시작한게 얼마나 되었다고 싶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비교 앞에 힘없고, 완성도 떨어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갈 길을 모르겠는 나의 글쓰기 앞에 나는 멈추어 서있었다. 각자의 상황에서는 그만큼의 글이, 자신에게 적합한 글이 보이는 걸까? 마치 저자가 나를 아는 듯, 저자의 고민과 사색 속에 내 자신이 아파했던 어떤 것이 보이는 것 같아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몇 줄 안되는 글에 내 멈춰있던 시선이 흔들렸다. '글을 쓰는 이는 글을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는 말이 그렇게 힘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글 쓰는데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내 앞에 막혔던 글쓰기의 벽은 서서히 허물어졌다.

제목만 보고 고른 이 책의 저자와의 첫만남은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그의 글이 내게는 가볍지 않은 곱씹는 재미가 있고, 다양한 단어사용과 표현이 꽤 신선했다. 일방적으로 그가 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책들에 무지한 상태를 받아들이고 저자가 보여주는 책과 그에 따른 의미들을 내 방식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가 써내려간 사유을 따라 나도 사유를 걸었다. 책에 대해 갖던 막연한 부담감을 덜었으며, 저자의 접근을 따라 갔던 길을 곁눈질하며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접근을 해 보고 싶다는 기대를 얻었다. 그 책들을 읽고 난 후 이 저자와 그 책들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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