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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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흡인력이 강해서 읽을 때마다 놀라운 작가!

아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갖고 놀듯 책에 푹 빠질 수 있는 거지? 어이없이 당해버리는 것같은 작가의 필력에 감탄한다.

역시나 독자들을 위해 쉽게 쓴다고 했던 그의 배려와 더불어 쉽고 가독성있게 읽히도록 쓴 능력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어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게 여겨진다.


그간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이번 책은 단편소설이다.

그 짧은 내용안에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함은 여전히 그의 소설로써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극적으로 치닫다가 반전으로 상황을 역전하기도 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그것들이 이 짧은 내용 안에 담긴 것을 보면 장편 뿐 아니라 단편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 탁월한 작가로써의 면모가 돋보인다.


<새해 첫날의 결심>에서는 빨리 사건을 해치우고 싶은 서장과 형사의 태도에 어처구니 없는 실소가 나온다. 하지만 살인 사건이 군수가 죽지 않아 미수가 되고, 신사를 관리하는 구지의 소홀로 생긴 문제임이 밝혀진다. 처음에 살인이라는 긴장감에서 서서히 어이없는 사건으로 종말이 되는데, 새해 첫날의 결심에는 다른 결심이 있었음을 알면서 더없이 허탈해진다. 우리가 보통 영화나 책에서 하나의 사실과 한 방향의 진행에 익숙히 여기하다. 그와는 달리 이 책은 계속 새로운 사실이 나와서 당혹스럽다. 그러나 익숙치 않은 새로운 전개라 흥미로웠다.


<10년만의 발렌타인데이>,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에서는 작가가 독자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갔다가 뭔가 패대기(?)치는 느낌이다. 작가의 소설들이 대체로 그러하긴 하지만 여러 번을 나는 패대기 침 당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라 생각한다.(이건 내가 이런 류의 소설을 잘 안 읽어서일 수도...) 생각지도 못한 전개가 신선하고 그럴 때마다 쾌감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하는 건 작가의 매력이자 그의 책을 믿고 보게 하는 요소이다.


<렌털베이비>의 이야기도 그런 반전이 있지만, 다소 내용은 요즘 저출산,비혼(?)이 만연해진 세태 속에서 다소 공감이 되는 이야기여서 인상적이었다. 정말 이런 상황이 현실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끔찍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까지 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상체험으로 경험해야 할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완벽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엿보이기도 하고 점점 비인간화 되어갈 수 있을 미래에 대해 그다지 반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어쨋든 그 내용이 상당히 충격스럽긴 했다.


어느 책이나 그 나라와 시대상을 반영하는게 당연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일본의 인식과 문화에 대해서 조금은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이 있었다. 워낙 신사를 가까이 두고 있는 등 문화가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서 '아! 여기는 일본이었지?'하고 다시 깨닫는 순간들이 곳곳에 있다. 동물과 사물에 깃든 신비스러움들을 보며 다소는 비현실적이어보여도 그 상황에 대한 간절함과 특별함이 더해지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았다.


짤막한 단편이라 흐름이 끊겨도 부담이 없지만, 가독성이 상당한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소설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에 대한 걱정이 무색할 것이다. 오히려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책이라 헤어나오지 못할 것을 염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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