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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리커버 에디션)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시공사 / 2018년 1월
평점 :
다윗과 골리앗....
블레셋의 대장으로 2미터가 넘는 거구엿던 그는 이스라엘을 말로는 조롱하고 그의 신체와 용사적인 면모로 이스라엘에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그에 두려움을 뛰어넘어 맞서 골리앗을 쓰러뜨린 역사적인 기적의 인물 다윗이 있다.
이 성경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약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게 하는 승리의 대반전 스토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저 두 인물이 그리고 그 사건이 떠올랐다.
이 책은 점점 주변을 삼키며 거대한 괴물로 몸집을 키워가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과 오랜 가풍과 전통을 고수하며 그들의 생계를 꾸려온 소상인들의 이야기다. 드니즈란 한 여인을 중심으로 하여 그녀의 성장과 함께 시대적인 변화의 상황에 대한 것이다. 백화점의 사장인 무레는 자신의 야망과 꿈을 좇아 자신의 백화점 영역을 확장하기에 이른다. 그에 어쩌면 걸림돌이 되는 각 건물과 상점들을 매입한다. 자신의 것들을 순결을 지키려고 애쓰는 듯한 처녀와 같이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가진 소상인들은 자신의 가게를 어떠한 금액에도 내놓지 않고 자신의 사업을 지키고자 버틴다.
'그래도 있을까? 그래도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반전을 기대하며 판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지만, 꿈쩍하지 않는 상황에서 겪는 소상인들의 애절함과 극심한 고통은 읽는 이로하여금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백화점은 더욱 구매분야를 넓혔고, 그들의 영역을 확대했다. 소상인들의 추억과 생계를 위협하는데에 가차없고 냉혹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구조는 비슷했지만 결론은 다르다.
주인공 드니즈의 큰아버지 보뒤의 가족은 백화점의 등장으로 그 잔재마저 소멸되어 버리는 소상인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잘 보여준다. 아버지는 전통적으로 받은 사업체를 잃고, 엄마는 딸을 잃었다. 딸은 자신의 약혼자마저 백화점 직원에게 빼앗기므로 결국 죽음에 이른다. 건물은 헐값에 매각되거나 그 형체조차 사라져버리고 만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소상인들의 분노와 무너진 자존심을 보며 우리 조차 힘없는 시민 중 한 사람으로써 그들처럼 순식간에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는 약한 자라는데 공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단지 소상인들의 몰락으로 인한 비참함만을 이야기 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어쩌면 아니 언젠가는 있을 변화에 대해서 소상인들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 거대한 괴물의 승승장구는 우리에게 닥칠 시대적인 상황임을 드니즈의 생각을 통해 긍정하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안타깝게도 그러한 희생을 통해서 우리는 또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함을 이야기 한다. 드니즈의 결정과 방향이 아마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듯 하다.
... 맙소사! 이렇게 잔인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눈물 흘리는 가족들, 길거리로 내쫓기는 노인들, 파산이 야기하는 온갖 비극들! 하지만 그녀는 아무도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며, 내일의 파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밑거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아모녀서 드니즈는 다시 차분함을 되찾았다. 체념과 커다란 슬픔으로 인해 내내 깨어 있다시피 하면서 창문 쪽으로 몸을 향한 채 누워 있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차츰 동이 터 오르는 게 보였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은 피로써 치러내야 하는 몫이었다. 모든 혁명은 순교자를 필요로 하며, 죽음을 딛고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피해갈 수 없는 고통이자 각 세대가 치러내야 할 산고 앞에서, 그동안 드니즈가 느꼈던 두려움, 자신이 가까운 사람들의 파국에 일조를 함으로써 그들의 불행을 초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그들을 향한 크나큰 연민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가능한 모든 위로의 방식을 찾고자 애쓰면서, 적어도 자신과 가까운 이들의 치명적인 파국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궁리했다. p.625
또한 이 책은 단지 저 두 부류의 갈등과 대조적인 상황 뿐 아니라 백화점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고발한다. 서로 물고 물어뜯기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해나가는 자본주의 경제사회가 백화점으로 축소화 되었다. 어느 때는 아군이었던 사람이 적군이 되기도 하고, 적이었던 이가 바뀌기도 한다. 자신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백화점의 내부와 쫓기고 굶주리는 드니즈 가족을 품어주는 소상인들의 정감있는 행동은 또한 한 사회안에 공존하고 있는 대조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거대한 프렌차이즈와 대형마트 속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자영업의 좁아져가는 입지가 떠올랐다.(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의 정부 개입이 있기는 하지만..도움이 안될지라도^^;)
유럽이 확실히 우리보다는 경제사회문화등에서 상당히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요사이 우리나라에서 주목되고 있는 대형상인과 소형상인들의 갈등이 이미 19세기말에 다루어졌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또한 이 책을 위해 에밀 졸라는 백화점과 주변을 인터뷰하며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그런 에밀 졸라의 시대이해와 통찰력이 그때뿐 아니라 현시대까지 아우르는 인간의 욕구와 사회상황을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욕망과 내재된 시선들을 어찌나 잘 다루었던지 여성을 고객으로 하는 분야에서는 이 책이 필독서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인물 중 여성들의 욕망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잘 이용하여 경영에 적용하여 성공을 이루었던 무레(백화점 사장)의 냉혹잔인함은 여자들에게 있어서 적과 같이 여겨진다. 아니 책 속의 인물들은 그의 겉모습과 말에 현혹되어 그 안의 야망과 경멸스러움을 알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에 바쁘고 탐욕의 끝을 달리는 여인들의 모습에 현재의 우리를 발견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드니즈'란 인물을 통해서 새롭게 개혁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함으로 여성들의 꼭대기에 있던 무레를 좌지우지(?)함으로 선한 발전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여인들의 물욕과 공허함이란 본능은 오히려 그대로이고 백화점이란 공간을 통해 더욱더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여성들의 본능에서 욕망을 위한 소비에 속수무책인 것이 조금은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될까?
백화점이란 공간으로 과거부터 억눌리고 감춰져온 여성들의 욕망의 발현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든다. 한편으로는, 미투 운동을 통해 점차 회복되는 여성의 인권 현실을 끄집어 내어 보며 또 다른 방식으로 여성들의 욕망들을 해소하고 나아갈 방향들이 이제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물론 소비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참! 책이 너무 예뻐서 읽고 싶었는데 책 느낌이 나는 메모책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