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7
제프리 초서 지음, 김영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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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표지의 그림에서 느껴지듯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배경은 트로이가 그리스에 멸망하기 전, 트로이의 용감한 기사이자 왕자인 트로일러스가 과부인 크리세이드를 사랑하게 되고 배신당하게 되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그린 소설같은 장편시이다.

 

트로이 시 전체에서 제일 곱고 모든 사람을 능가하는 미인, 하늘이 내려보낸 천상의 완벽한 존재와 같은 크리세이드.

그녀는 예지력을 가진 칼카스의 딸로서, 칼카스는 트로이가 멸망한 것을 예감하게 되자 그리스로 망명을 간다.

그러나 딸은 트로이에 내버려 둔 채.

하지만  크리세이드는 아름다움과 고결한 성품과 인품으로 트로이인들에게 존경을 받는 여인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버지 칼카스의 트로이에 대한 배신에도 불구하고 트로이에서 명예를 지키며 잘 살고 있었다.

 

임금의 아들이며, 사랑하는 연인들을 우습게 여기고 비웃기도 하던 트로일러스.

그의 뜻을 거슬러 마음을 뒤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트로일러스에게 큐피트의 화살이 당겨졌으니, 그는 크리세이드를 보자 한순간에 사랑의 포로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그러고 나서 그는 방에 혼자 남게 되자

침대에 털썩 주저앉더니 제일 먼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고 수시로 신음을 하며

끝도 없이 그 여자 생각만 하였고,

눈을 뜨고 있으면 그의 정신은 사원에서 그녀를

만났던 일과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으니

거듭해서 같은 생각을 하고 또 했다. p 27

 

왕자인 트로일러스가 슬픔과 한탄에 빠져있는 것을 본 판다로스는 그를 돕기로 한다.

판다로스는 크리세이드의 삼촌이였기에 그를 도울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였는데, 판다로스는 크리세이드에게 왕자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게 되면 트로일러스와 자기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크리세이드에게는 명예를 지키는 것이 우선,

처음에는 거절을 하지만, 트로일러스의 모습과 그의 마음을 판다로스를 통해 듣게 되고, 트로일러스의 편지를 읽게 되자 그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한다.

그들은 한동안은 만나지 못한 채 사랑의 마음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판다로스의 계획으로 그들은 만나게 되고, 트로일러스는 크리세이드에게 자신의 마음을 더욱 강렬히 전달한다.

 

나만의 여인이며 매우 신뢰하는 이에게 하듯

나는 나의 모든 지력과 근면을 다할 것이니,

당신 뜻에 따라 내가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기꺼이 그에 갈음하는 당신의 벌을 받겠으며

당신이 금하는 일을 한다면 목숨이라도 내놓겠소.

그러니 당신이 언제 어떤 명령이라도

내릴 수 있는 그런 영광을 베풀어달라는 것입니다. p 162

 

이때는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를 할 때, 사랑을 하게 되면 남자는 여자의 종이나 다름 없었나 보다.

여인의 종이 되겠다고 하는 표현도 많으며, 여자의 명령이 무조건 복종하겠다는 말이 구애에 있어서 하나의 조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라듯이 크리세이드와 트로일러스는 이제 서로 사랑하게 된다.

판다로스의 전적인 도움으로 그들은 누구도 모르게 비밀리에 만나기도 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여러 밤을 같이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게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그토록 사랑에 행복해하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그들에게 불행한 사건이 생기고 만다.

그리스에서 포로로 잡혀온 안테노르와 크리세이드를 교환하자는 제의가 온것이다.

안테노르는 훗날 트로이를 배반하는 역적이되지만 당시에는 훌륭한 기사로 트로이 의회는 포로교환을 수락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트로이를 떠나 그리스로 가게 되는 크리세이드.

크리세이드는 열흘 안에 다시 꼭 돌아오겠다고 한다. 자신이 배신을 하면 생명 실을 끊어도 좋다는 맹세와 함께.

 

그러나 크리세이드는 돌아오지 못한다.

아버지가 보내주지도 않을뿐더러 그리스에서도 크리세이드를 보고 사랑에 빠진 이가 있으니 바로 디오메데스로 그는 그녀에게 끈질기게 구애를 했으며 장차 트로이는 멸망할 것이라고 트로이의 사람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크리세이드는 흔들렸으며, 결국에는 트로일러스가 사랑의 증표로 준 브로치 마저 디오메데스에게 주고 만다.

그리고 데이포브스가 전쟁에서 디오메데스의 옷자락을 찢어온 것에서 브로치를 확인한 트로일러스..

 

그러므로 진실로 나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이 시각부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으려고 하오.

그날이 아무리 빨리 온다 해도 나는 상관없소.

그러나 오, 내가 언제나 온 힘을 다해 섬겨왔던

아름다운 내 사랑 크리세이드, 정녕코 나는

당신에게 배신당할 아무 것도 하지않았소. p 418

 

참으로 웅장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무척이나 서글픈 장편시다.

사랑에 빠진 트로일러스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에서는 정말 애타고 죽을 것만 같은 그가 옆에 있는 듯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다.

이 시대에는 왜 사랑을 비밀에 부쳐서 해야 했으며, 왜 그토록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지금의 시대에 사는 나로서는 트로일러스의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기사로서는 용맹하고 누구보다도 멋진 남자 트로일러스가 사랑앞에서는 짝사랑으로 시름 시름 앓아가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크리세이드의 명예를 위하는 일이라며 비밀에 부쳐야만 했는데, 오히려 공식적으로 혼인을 내세우지 못했던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토록 목숨까지도 바치겠다며 맹세를 하던 크리세이드.

여자의 마음이 이리도 약하단 말인가...ㅠㅠ

트로일러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자책했다는 이야기도 있기는 하지만, 하긴 맹세라는 것이 그당시 마음이지만 영원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리라..

 

누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의 마음과 비슷하리라. (ㅎㅎ 나역시도 그랬었겠지..^^)

그때는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애절하고 열정적이던 그 사랑의 순간이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단단하고 열정적인 사랑일지언정 그대로의 모습으로 영원하게 지속된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의 마음은 남아있을 지언정 그 열정과 맹세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변하지 않던가..?

그 변해가는, 변한 사랑의 모습에서 아파하고 절망하기도 하고 슬퍼하게 되는 것이 우리가 아닌가 싶다.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정말, 정말 멋진 작품이다.

지금의 시대와는 사뭇 다른 사랑의 표현들일지라도 그 표현들이 너무 멋있다.

여자로서 이런 프로포즈를 받는다면 ,, 설사 그것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얼마나 행복할까?ㅎㅎ

이 작품은 영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초서의 작품으로 보카치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며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중간 중간에 초서가, 작가가 말하는 듯한 내용들은 이 사랑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하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제프리 초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모상대로 그대들을 지으신 하느님께

그대들의 마음의 눈을 들어올려라.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

아름다운 꽃처럼 금방 사라지는 것임을 잊지 마라.

 

......

 

그분은 최고의 사랑이며 가장 온유한 분이시니

헛된 사랑을 찾아헤맬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p424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마음에 들고, 재미있으며,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서정적이고, 비통하며, 사랑스러운 사랑에 관한한 최고의 멋진 책이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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