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 10일의 축제 100개의 이야기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4
구윤숙 지음 / 작은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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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어느 책에선가 <데카메론>이 읽어보아야 할 고전 중이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책이었나 찾아보니 '리딩으로 리딩하라'에서 6년차에 해당 되는 목록에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이 책은 아쉽게도 <데카메론> 전체를 담은 이야기가 아니라  <고전 찬찬히 읽기>의 시리즈 중의 하나라 구윤숙님이 데카메론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여 살짝 고민이 되기도 하였던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니 원작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들게 되었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먼저 읽었다면, 왜 이런 내용의 책이 고전이 되었을까? 라고 생각한다거나,

데카메론의 이야기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데카메론 속에 있는 이야기들에 대한 줄거리와 그에 대한 당시의 역사, 문화, 그리고 풍속에 관한 해석이 있었기에 <데카메론>이란 책이 더욱 재미있고, 그 이야기들을 이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문학사에서 단테의 <신곡>은 중세문학의 완성으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근대문학의 시초로 거론된다. p 18

데카메론을 '인곡 人曲'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한단다.

 

데카메론은 1348년 페스트가 만연한 피렌체의 대성당에서 시작한다.

페스트라는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 도시를 떠난 7명의 여인과 3명의 청년이 아름다운 별장에 모여 오직 즐거움만을 위해 살기로 약속하며 한 사람씩 이야기를 쏟아내어 열흘 동안 100개의 이야기가 모인 것이 데카메론이란다.

 

도대체 『데카메론』의 주제가 무엇이냐고. 무책임한 대답이 될지 모르나 『데카메론』 전체를 꿸 수 있는 주제는 없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데카메론』 갖는 특이점이다. 주제는 그때, 그때 다르다! 그러니 『데카메론』을 가장 잘 읽는 법은 이성을 잠시 내려놓고 그 혼돈을 즐기는 것이다. p18

 

보통은 우리가, 아니 내가 책을 읽게 될 때에는 저자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주제가 무엇인지,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읽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데카메론의 이야기들은 하나로 이어지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 각각의 이야기들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 왔던 주제들은 없다고 봐야겠다.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을 뛰어넘는다.

아니 우리의 그런 생각들에 대해 조롱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찌 이런 일이,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며, 열정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외설적이기도 하다.

 

죽음을 앞두고서 성당에 묻히기 위해 신부님에게 고해를 하게 된 차펠레토,

그는 고해까지도 철저히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수도사는 그의 고해를 철저히 믿었으며 결국엔 성인으로까지 치대받았다는 이야기가 『데카메론』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아이고! 나보고 지금 집까지 가란 말인가? 지금 여기에 아무도 없으니 절호의 기회일세. 내가 돌아왔을 때 혹여 다른 사람이 있다면 방해가 될 텐데. 지금같이 좋은 상황이 언제 또 올지 누가 안단 말인가!" p92

 

가난한 신부가 아름다운 유부녀 벨콜로레를 유혹하는 말이다.

이처럼 『데카메론』에는 신부나 수도사, 수녀들을 조롱하는 듯한 이야기가 사뭇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절, 종교가 권력화되기 이전에 시골 사제는 경건한 종교인도, 부패한 교회 권력자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때의 사제는 면서기나 마을 이장처럼 마을에 꼭 한 명쯤 있어야 하는 마을 일꾼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종교적 소명의식은 크게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수녀 역시 '독신 서약'은 했으나 '순결 서약'은 하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생산수단을 공유하며 모여 살던 공동체였다고 한다.

 

저자의 이런 해석이 없었다면, 기독교인인 나에게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왠지 종교인들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ㅎㅎ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 특히나 문학작품에서는 그 시대의 사회적 상황이나 그 나라의 문화, 풍속들도 같이 알아야 이해나 재미를 재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커다란 짐승'이란 뜻의 치모네는 아리따운 에피제니아의 모습에 반하여 4년간의 노력 끝에 바보에서 검술, 학문과 철학을 겸비한 신사가 된다. 그러나 이미 정혼을 하기 위해 떠나는 에피제니아.

그녀를 차지하기위해 치모네는 친구들과 따라가서 에피제니아와 정혼한 남자를 죽이고 그녀를 차지하게 된다.

처음 자신을 차지하기 위해 따라온 치모네를 거부하지만 결국 치모네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선한 사람을 죽이는 치모네가 영웅이 되는 좀 과한 위대한 사랑의 모습이다.^^

 

불륜의 현장에서 잡히고도 당당하게 재판관에게 자신의 넘치는 욕망을 개에게나 던져 주어야 하냐고 되 묻는 당찬 부인의 이야기,

유부녀를 재산이 탕진될 정도로 짝사랑 하다 그녀의 남편과 아들이 죽게되자 결국 그녀의 남편이 되었다는 어느 기사의 이야기.

학의 다리가 하나라고 우기는 요리사, 학의 다리가 둘 인것을 알게 해준 주인에게 어제 저녁에는 '훠이, 훠이!' 하지 않았다는 말에 웃게 되어 위기를 모면하였다는 이야기 등.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데카메론』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데카메론』의 100편의 이야기 중 20개가 넘는 이야기를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해석하여 주고 있다.

100편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해석과 함께 데카메론을 읽다보니 데카메론이 어떤 내용의 책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보카시오와 그의 시대를 들려주기도 하고, 데카메론 이후의 어쩔 수 없는 이야기꾼 보카치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왜 '리딩으로 리딩하라'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6년차의 목록에 있었던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그 당시의 사회, 문화, 풍속등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데카메론』은 어쩜 아주 난해한 책이 될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러기에 <고전 찬찬히 읽기>를 통한 『데카메론』을 먼저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ㅎㅎ

그리고 이 책에는 이야기들의 내용을 담고 있는 삽화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많은 화가들이 데카메론의 이야기를 실제 그림으로 그렸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고전 읽기 6년차가 되지 않아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읽기전에, 아니면 읽은 후에라도 이 책을 읽는 다면 데카메론을 이해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라 본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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