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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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싸움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교도소에 가 있는 아버지, 일명 쌈닭
우울증에 걸려 침대에만 있는 엄마
자신과 터울이 있는 언니 재키와 살고 있는 나, 바로 내 이름은 찰리, 정확히 말하면 샬러 메인이다.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가정의 모습은 작은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의지하고 믿었던 언니마저도 자신의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기, 더군다나 이제는 가족이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사회복지사에 의해 어린 찰리의 앞날을 위해 콜비에서 살고 있는 엄마의 언니, 즉 이모와 이모부가 있는 곳으로 전학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1111분에 자신의 소원을 비는 찰리.
그녀의 곁엔 몸이 불편한 하워드란 빨간 머리에 안경 낀 하워드가 학교 생활에 필요한 이모저모를 알려주려 책가방 짝꿍이 된다.
하지만 찰리의 마음은 이곳을 떠나 자신이 살고 있던 곳을 그리워하게 되고, 자연히 학교에서도 ''하는 성질을 자제하지 못하고 말썽을 피운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
그가 말했다.
"화가 나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파인애플'이라고 말해."
'파인애플?"
""
"?"
"그게 진정하라는 암호 같은 역할을 할 거야....(중략)
 
천성이 따뜻함을 지닌 하워드로 받은 이 일은 찰리에게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장면들이 풋풋하고 여린 감성의 어린이 행동을 느끼게 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따뜻이 맞이해주는 이모와 이모부가 계시지만 이미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찰리에게는 모두가 헛된 일, 다만 자신이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사물이나 시간이 오면 그저 소원만을 빌기 바랄 뿐이다.
 
어느 날 거리에서 배회하는 개를 만나게 되는 찰리, 자신의 처지와 같다는 동병상련을 느끼고 개를 잡기 위해 하워드와 묘안을 짜게 되는데....
 
찰리가 빌고 있던 소원의 대상들은 수시로 바뀐다.
1111분도 중요하고 새들도 중요하고 자연의 모든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소중함도 모두 그녀의 기도의 대상이다.
어린 마음에 깨진 가정의 모습들은 찰리의 성격에 영향을 더욱 미치면서   다가오게 만들지만 작은 시골 마을처럼 여겨지는 콜비에서의 생활은 점차 그녀를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개의 이름인 위시본, 어린아이지만 어떤 때는 어른보다도 더 성숙한 생각이 깊은 하워드란 친구, 그리고 뭣보다 친부모 이상으로 찰리를 예뻐해 주고 귀하게 여겨주며 보살피는 이모 가족들이 이루는 이 소설은 따뜻함과 위안, 그리고 진정한 가족애란 무엇인지를, 우정과 동물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점차 생각이 발전해 나가는 점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어서 빨리 이곳 콜비를 떠나고 싶어 했던 찰리, 과연 사회복지사의 방문으로 인한 결과는 어떨 것인지, 이제야 정이 들기 시작하고 위시본과 하워드와 그의 가족들, 성경학교를 통해 친구들과의 소통을 이루어보려는 그녀의 생각은 이루어질 것인지,,,
 
우리는 때론 커다란 소원만이 소원인 것처럼 여기며 빌게 되지만 찰리란 소녀의 소원과 생각,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자신만이 갖고 있는 소원의 형태를 생각해 보기도 하는 책이기도 하고 모처럼 정겨운 시선이 깃들어 있는 책을 접해서 그런가, 나도 한 번 소원을 빌어보게 되는 책이다.
 
흡사 빨간 머리 앤의 배경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이야기 흐름이 같은 듯하면서도 전작의 작품처럼 푸근함을 전해주기도 하기에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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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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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책들 속에는 현직을 갖고 있는 직업을 십분 활용해서 그 세계 속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책들이 있다.

특히 법에 관한 부분에 종사하는 분들, 일례로 현직 판사 출신으로 추리소설가로서도 명성을 지니고 있는 도진기 작가, 여기에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현직 판사라니, 판사분들의 글솜씨는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도진기 작가가 소설이란 장르에 힘을 빌려 추리와 스릴을 겸비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그려서 독자들로 하여금 재미를 만끽하게 해 준다면 이 책의 저자인 문유석 판사는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법 테두리 안에서 발생하고 처벌에 합당한 선고를 내리기까지의 여러 가지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귀동냥이나 뉴스 보도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을 엮어서 그린다.

 

 

여성인들의 법 진출도가 남성 못지않게 활발한 가운데 이 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박 차오름 여성 초임 판사는 출근 첫날부터 지하철에서 지저분한 행동을 한 남성을 상대로 행동을 벌임으로써 이름을 알리게 된 열혈 신참 판사이자 법원의 판사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에 대한 포부가 신선하단 느낌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미스 함무라비란 애칭을 지니게 됐지만 말이다.

 

 

 서울 중앙지법 44부로 발령받은 초임 판사 박 차오름은 부장판사 한 세상, 우배석 판사인 임바른 판사와 함께 사건 해결에 있어서 판결을 내리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니, 나 자신조차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판사가 봉을 두드리는 장면이 실제는 없다는 사실을 처음을 알아간 사실, 저자의 말처럼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변호사나 검사들이 위험에 몰리거나 의뢰인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애를 쓰는 장면들은 많아도 판사들의 생활을 다룬 부분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수긍을 하게 한 점들이 인상적이다.

 

 

살아가면서 소위 말하는 인맥이 없는 사람들, 너무나 억울해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결백이나 주장에 대해 명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곤 법뿐이다.

 

경찰서 앞이나 심지어 파출소 앞만 지나쳐도 죄를 지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꺼림칙해서 정면으로 보지 않게 되는 높은 벽이란 생각이 드는 장소, 더군다나 법원이라고 하면 방송에서 나오는 사회의 이슈 문제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으로 알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정말 희망의 분수령이 바로 법원, 그것도 바로 판사가 판결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란 점에서 일단 이 책은 판사란 직업을 가진 그들의 세계, 그들이 판결을 내리기까지 초임 판사와 경험 많은 부장 판사의 이견을 통해 고루 평등한 법의 처벌 형태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에 흥미를 돋운다.

 

 

경험은 없지만 정의는 반드시 있고 그 정의를 위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판사란 직업의 끝없는 서류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작으로 현장으로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현 세태의 흐름과 피고와 원고의 다른 시각 차이로 인한 변호사와 검사 간의 대질 심문들, 여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판결을 내리기 위해 합의란 것을 이용해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승복을 할 수밖에 없다는 법의 한계를 느끼게도 된다.

 

 

누구나 법 앞에서는 공평하다고는 하지만 피고와 원고가 어떤 위치에 있고 사회적인 일반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관습의 허울 좋은 잣대, 전관예우에 대한 저자의 생각,  권세 있고 명망 있는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 원고란 자리에 앉았을 때와 피고인으로 앉았을 때의 처벌 상황은 과연 고루하게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들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주는 책이다.

미국처럼 일반인들을 무작위로 배출해 배심원단으로 지정하고 그들로 하여금 피고와 원고의 잘잘못을 의논하는 과정은, 특히 한 사람의 생명이 자신들로 인하여 좌우된다는 말을 한 노인의 말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냉철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린다 하더라고 그 결정을 하기까지 판사들 또한 인간이란 사실, 법이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법정 선고를 내리기까지 그들 또한 고뇌하고 번민한다는 사실은 그나마도 일반 사람들에겐 위안을 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요즘 법원에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의 용어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법 앞에 평등한 세상, 법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선 순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억울한 사연과 함께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얼마나 심적이나 경제적으로 힘들었을지를 조금만 생각한다면 어렵게 공부하고 법에 몸담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조금만 더 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는 판사님들이 더욱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 세 사람만 같으면야 누구나 법원에 대한 친근감이 배로 늘어날 지도~)

 

 

저자가 제시한 법 판결의 선고에 앞서 연이어서 터진 어려운 문제 해결이 독자의 입장에서 과연 나라면 누가 더 죄가 많다고 느끼며 선고를 내릴 수 있을까? 나쁘고 추한 사람은 없고 나쁘고 추한 상황만 있을 뿐이란 말, 그리고 이러한 모든 딜레마 같은 연속적인 법적인 문제들이 터졌을 때 좀 더 우리가 가진 권리를 잠자게 하지 말자는 말에는 법을 만든 것도 우리요, 그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우리임을, 그렇다면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법적인 환경과 체계를 만들어야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고려해 보게도 되는 책이다.

 

 

책 중간 중간 판사들과 법원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여성 판사가 많아지면서 서류보따리와 가방 대신 캐리어가 등장했다는 말에는 새삼 시대의 빠른 법원의 적응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 책이다.

 

 

한 파트 한 파트 짧고도 굵은 이야기 속에 법이 다루는 갖가지 사연들을 접하고 있노라면 말만 책이지 실제 법원에서 강의를 듣는 듯도 하고 실제 내가 배심원이 되기도, 판사가 되어보기도 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기에 그동안 몰랐던 그들의 애환과 법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심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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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 노트
tvN [내게 남은 48시간] 제작팀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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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초가 되면 한 해의 계획을 부지런히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들을 하지만 연초부터 책 제목인 '내게 남은 48시간' 이란 문구는 다른 때와는 다른 감정을 전달해준다.

 

이 책은 잘 아시다피시 한참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웰 다잉이란 주제 안에서, 그것도 48시간 제약된 시간이란 과제가 주어진 tvN의 프로그램 [내게 남은 48시간 : 웰다잉 리얼리티]에서 출연진이 직접 작성하여 화제가 된 ‘엔딩 노트’를 토대로 엮은 책이다.

 

고(故)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란 노래 가사 말에서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고 불렀다.

그 당시 이 노래를 들었을 때에는 서른이 되기도 한참 전임에도 불구하고 가사의 노랫말이 전해주는 느낌은 눈물을 두서없이 뚝뚝 흐르게 만들었던 지라, 이 책을 접하게 되면서 문득 실감을 더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미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리기를 하는 인생이라고 했던가. 어찌 보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타인들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다가오는 슬픔은 비록 가까이 접하지 않았다 할 지라도 깊은 상실감을 가져오게 만든다.

하물며 만약 나에게 이런 죽음이란 과제가 주어지고 이 시간 안에 정말로 해야만 하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책, 바로 그래서 이 책은 새해부터 다른 때와는 다른 결심들을 하게 만든다.

 

 

 

 

 

무심코 지나치는 자신의 현재, 과거, 그리고 먼 미래의 나를 생각하게 해 보는 질문들은 앗차 하는 찰나의 순간이라도 넘길 수 없는 시간의 숭고함을 전해주는 동시에 내 몸 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보는 시간에는 내가 내 몸을 가지고 어떻게 사용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성과 살펴봄을, 인생에서 큰 도전과 성공을 돌아보는 ‘성공과 실패’, 여행이나 음식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연상케 해준다.

 

한때 유행했던 뇌 구조의 그림은 ~내 속에 내가 너무나 많아^^~란 가사 말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그림과 함께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뇌 속의 생각들은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를 그려보고, 일 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다이어리 계획표, 그리고 뭣보다 점차 48시간 남았을 때 하고 싶은 일, 24시간이 남았을 때 하고 싶은 일. 마지막으로 10초가 남았을 때 떠오를만한 장면을 묻는 책 파트에서는 점차 가벼울 수만은 없는 진중한 자세와 함께 삶의 궤도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의 성찰 시간을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나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주위를 다시 둘러보고 과연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나의 뜻을 같이 헤아려 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 나의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죽음을 맞이 했을 때의 생명 연장 치료, 장기 기증 같은 주변 정리를 평소에 해 두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파트는 가볍게 둘러보면서도 각 파트마다 쉽게 생각을 할 수 없는 시간적인 제약에 얽매여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가 주어진 만큼 인생 전반을 통틀어 재 정비를 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항상 죽음과 함께 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의 끝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내 뜻과 같이 맞이하면 좋을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적어볼 수있는 책이기에 이 새해에 들어 또 다른 계획의 차원으로 세워보아도 좋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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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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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의 광고 문구인 '미 비포'유'를 뛰어넘는 플롯이란 말에 궁금증이 일었다.

엄청 울면서 읽었던 미 비포 유를 넘을 정도라면 또 얼마만큼의 울음을 흘릴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도 있었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 비포 유'와는 또 다른 감성 어린 사랑과 인생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발견한 동전 하나를 보더라도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주웠을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누구의 것일까를 연신 궁금하게 하던 일들을 한 두 번은 겪어 봤을 독자들에겐 더욱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우연에 의해서 발생하는 일들이 저자의 놀라운 상상력을 뒷받침으로 빛나게 만든 하나의 좋은 이야깃거리로 탄생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요나단 그리프는 시계추처럼 하루하루 일과가 정해져 있는 사람이다.

일어나기 싫어도 억지로 제시간에 맞춰 놓은 시계에 맞춰 수년간 조깅을 하고 있는 42살의 돌싱-

아내는 베프와 눈이 맞아 이혼을 요구하고 돌싱이 된 지 4년 차다.

아무런 생활의 의미도 없는 그저 하루가 다른 날과 다름없이 돌아가는 그에겐 타인들처럼 하기 싫어도 생계유지를 위해 억지로 일하러 가야 하는 부담감이 없는, 그야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느 때와 같이 1월 1일을 맞아 새벽에 조깅을 하던 그는 자신의 자전거 핸들에 다이어리가 들어 있는 가방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첫 장을 펼쳐보니 ‘당신의 완벽한 1년’이라고 적혀 있었고 한 해에 해야 할 일들의 계획이 꽉 차있는 것을 읽게 되면서 유실물 센터에 두고 오려했던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엄마와의 연락을 거절했던 요나단에겐 다이어리의 글씨체가 바로 엄마의 필체와 비슷함을 느끼면서 혹시 엄마가 이탈리아가 아닌 독일로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동반한 의문을 갖게 된다.

 

한편 2달 전의 한나는 친구인 리자와 어린이 놀이방을 개원하게 되면서 바쁘다.

남친인 지몬으로부터 청혼을 받을 희망에 부풀어 있던 차, 지몬의 해고 소식과 더불어 지몬의 병 소식은 청천벽력처럼 가슴을 무너지게 하지만 특유의 긍정마인드인 한나는 이 모든 것을 이겨 나갈 수 있으리란 마음으로 지몬을 위한 하나의 이벤트를 보여주게 된다. 

 

이 소설은 세 사람의 중심으로 이뤄지되 모든 상황 설정상 서로가 서로에게 인연을 맺어가게 되는 과정들이 매끄럽게 표현이 된다.

무심코 발견한 다이어리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요나스는 적힌 그 날짜에 해당되는 모든 일들을 해보려 노력을 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지금까지 자신이 미처 모르고 살아왔거나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화해, 그리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남자 대 남자로서, 아버지와 아들이란 존재로서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여러 색채를 다루고 있다.

 

다이어리의 주인은 책 중반에서 밝혀지지만 과연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스릴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독자들은 쉽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되며,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그 다이어리의 주인이 누구이며 어떤 사연으로 건네 졌는지를 알게 되지만 이 또한 그 후의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과 함께 또 다른 사랑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인물과의 관계도를 그리는 과정들이 로맨스란 장르를 십분 발휘하면서  “당신에게 인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를 연신 묻게 하는 책이다.

 

 

 

 

사실 이 다이어리에 적힌 내용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읽어보면 에이~ 이런 대목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야, 하고 생각하게 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묻어 나오는 작은 행동에 속하지만 실제 이러한 실천들을 해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많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하루하루의 소중함과 인생에서의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들에게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물어보는 계기가 된다.

 

 

 

 

눈물, 콧물, 쏙 빼놓는 강렬한 슬픔은 없지만 책 전반부를 통해 느껴보는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실천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도 하는 책이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 오해, 진정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선 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두루두루 생각해 보게 된 시간을 주는 책이기에 한 번쯤 읽어도 좋을 것 같다.

 2016년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최고의 화제작이란 말 게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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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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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릴과 추리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2014년 작인 이 작품으로 인해 그가 그동안 써왔던 주류의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게 한 작품을 접했다.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된 것만도 만만찮은데, 그의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궁금하게 하는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영화로 만날 수 있다니 또 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엮어진 이 책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과거에 기타 리스였던 제이미 모턴이다.

1962년 6살이었던 제이미는 마을로 부임해 온 목사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에 걸쳐 인연을 이어나간다.

찰스 제이컵스 라 불리는 젊은 남자, 마을 감리교회의 공석으로 비었던 목사의 자리로 부임하게 된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이 마을의 목사로서 생활을 이어나가고 그가 갖고 있던 취미인 전기에 관한 한 연구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들은 어린 제이미에겐 커다란 흥미를 갖게 된다.

 

형의 목소리가 사고로 시일이 지나면서 회복되리라 여겼던 가족의 희망과는 반대로 그 시기가 길어지자 목사는 형의 목소리를 예전처럼 나올 수 있게 전기를 이용한 치료를 하게 되고 이는 곧 회복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는 기적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불의의 사고로 한꺼번에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잃게 된 그는 그 이후 '신'에 대한 믿음에 절망하고 의심하면서 끝내는 설교에서 가차 없는 신의 모독을 의미하는 말을 하게 되고 그 이후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 장소에서 목격한 목사의 설교, 결국 어린 제이미 조차도 신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는 가운데 성장하면서 우연하게 잡은 기타로 인해 그의 인생은 여러 그룹의 기타 리스트로 전전하는 생활을 하는 청춘이 이어진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다리의 고통은 모르핀에서 점차 헤로인으로 번져가고 약물중독 증세까지 겹쳐지자 그룹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한다.

하지만 기적적인 찰스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의 치료로 인해 회복을 하게 되지만 그 이후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는 등, 알게 모르게 그 여파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종교와 믿음, 죽음 너머엔 과연 무엇이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모든 것에 대해 의심과 증오, 그리고 철저하게 믿었던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찰스가 행하는 전기 치료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실체의 접근을 오싹하게 그린 작품이다.

 

제이미 자신 또한 그러한 과정을 겪었고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를 저지하려는 행동 앞에 결코 물러나지 않았던 찰스란 인물의 기막힌 인생의 꼬임은 제이미가 나이 50이 넘도록 이어지는 여정을 그린다.

 

스티븐 킹의 한창 대표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미저리나 샤이닝, 닥터 슬립처럼의 느낌을 기대했다면 그와는 좀 덜 약해진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 내지는 항상 의문점을 달고 있는 죽음 이후의 문에는 과연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현상으로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았던 찰스의 경우는 어쩌면 우리들 같은 보통의 사람들도 가끔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생기는 의문을 스티븐 킹 식으로 해석해 그려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죽은 시체를 다시 살려내어 그 시체를 통해 보이는 죽음의 실체 너머에 집착하려 한 찰스가 가진 인간의 궁금증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이미나 찰스의 눈에 보이는 호러의 형상들 묘사는 여전히 스티븐 킹 답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미신적인 호러들의 행적은 과연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도 하는 책이자, 종교에 대한 믿음을 무너졌을 때 벌어지는 한 인간의 쓸쓸함과 분노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무너지게 하는지,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행태로 인한 후유증 묘사는 실제처럼 느껴지는 대목들이라 여전히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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