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꾸제트
질 파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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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으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책도 나와 인연이 있기에 읽게 된다는 것. 여러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책들도 그렇고 우연하게 손에 넣은 책인데 기대 이상으로 감동을 주었던 책들은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다.

 

바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는 마침 프랑스 문학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던 터라 도서관에서 우연히 프랑스 문학 코너에 눈을 돌리다 읽게 된 책이다.

도서관이란 곳이 최신 작품을 우선시해서 바로 눈길이 쉽게 가기 쉬운 곳에 자리를 비치해 놓는 책들이 있는 것을 먼저 찾아 읽게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엔 맨 밑 코너 속에 있었다.

 

당시의 제목은 '꾸르제트 이야기'로 나왔다.

책은 두꺼웠지만 정말 의외적으로 빨리 읽었다는 기억, 그 후에 소장하려고 찾아보니 절판이란다.

정말 아쉬움을 갖던 차에 이번에 새로 제목과 표지도 더욱 예쁘게 나오는 바람에 정말 흥분을 감출 수가 없게 한 책이다.

 

꾸르제뜨-

호박 덩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말, 당연히 엄마는 꾸르제뜨라 부르며 같이 살아간다. 

그런데 아빠는 없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빠는 영계를 찾아 집을 나갔단다.

일은 하지 않고 매일 맥주 마시며 TV만 보던 엄마, 어느 날 본의 아니게 옷장 속에서 권총 하나를 발견한 꾸르제뜨는 엄마를 죽이게 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연을 지닌 친구들과의 만남은 가슴이 찡해오면서도 예외 없이 그 나이에 맞는 솔직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 독자들을 웃기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훈훈한 장면들을 많이 보인다.

 

*****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바로그 나이와 밤이면 빼서 물 잔속에 담가 두는 틀니를 제외하면 아디들하고 비슷하다.

그들은 우리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마찬가지로 잘 먹지 못한다.

시몽도 얘기 하기를, 나이란 고무줄과 같아서 아이들과 노인들이 그 양쪽 끄트머리를 붙잡고 잡아당기다 보면 결국 탁하고 고무줄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 건 노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이 죽는다고 한다.

 

***** 사람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고 모를 걸 다 아는 건 아니다.

 

**** 어른들 세상이 대답 없는 물음표로 그득한 것은 그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머릿속에 꼼꼼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 얼굴은 보면 말해지지 않는 온갖 질문들이 불행이나 슬픔의 표정을 통해 익힌다.

 

***** 얼굴에 파인 주름이라는 것도 한 번도 열어보지 못지않은 질문 상자 속을 지나가는 시간이 대신 가득 채운 모양일 뿐이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말이나 행동들은 어쩌면 이해할 수도 없는 이상한 일들의 연속성을 보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해 돌아오는 답들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각기 개성이 다른 아이들의 등장은 이 책에서 꾸르제뜨와 함께 모이면서 다양한 행동과 결과물을 낳고, 저자가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글을 쓴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간결하고 어른들이 느낄 만한 공감대를 형성해서 글을 썼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자기 앞의 생'의 모모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처럼 꾸르제뜨란 아이의 천성이 낙천적이고 천덕꾸러기인 신세지만 그런 역경 가운데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른들과 청소년들이 같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하늘을 미워한 아이로서 자란 꾸르제뜨가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른들의 세계를 통해 삶에 흠뻑 빠지다 삶에 대한 새로움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성장 소설로서의 느낌을 충분히 만끽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다시 한번 읽으면서 즐거움과 슬픔, 코 끝이 찡해짐을 느끼면서 읽은 행복함을 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주위에 추천을 해줬던 책이기에 이번에 새로 개정이 되어 나온 책인 만큼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같이 보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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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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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아름다운 말이 들어있는 시를 읽게 되면 공책에 정자체 글씨가 아닌 무늬 글씨로 메모를 해 둔 적이 있었고, 열심히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시'란 장르는 어떻게 보면 가장 짧은 말속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의미를 포함해서 드러내 놓기에 가장 쉽고도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길게 늘어놓은 문장들은 읽어나가면서 그 장소, 시기, 말속에 내포된 뜻을 이해하기 쉽지만 시란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하다는 것에서 더욱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배가되어 나오는 글귀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던 고(故) 장영희 교수가 쓴 신문의 칼럼을 생각났다.

그때도 무척 시를 사랑한다는 느낌과 함께 칼럼의 내용들은 시의적절하게 시를 포함시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병마에도 꾸준히 활동하시다 천국에 가셨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은 김점선 화백의 그림과 함께 엮어 출간이 됐다.

아쉽게도 이 책의 두 사람 모두 고인이 됐지만 그래서 더욱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시 투병 중이던 장영희 교수가 일 년 동안 연재한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을 부제로 사랑을 주제로 한 49편을 묶어 ‘생일’, 희망을 주제로 한 50편을  ‘축복’이라 분류를 했고 이것을 이번에 다시 묶어서 그림과 함께 산뜻하게 단장을 한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책 속의 여러 작가들의 시구들을 원본과 번역을 통해서 느껴가는 맛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읽으면서 세월 속에 쌓아 온 인생의 경험담과 자연에 대한 존경, 그리고 역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는 각기 다른 주제들의 시들은 여전히 이 계절에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좋아하는 시들은 여전히 고전처럼 내려온다는 사실과 더불어 90편이 넘는 시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 두고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들이란 생각이 든다.

원본과 번역 그리고 그림, 뒤편에 어떻게 이 시를 읽어나감에 있어 더 좋은 감동을 전해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글들이 가슴에 더욱 와 닿기에 시를 통해 이 봄날에 천천히 음미해 본다면 짧게만 지나가는 이 계절에 대한 기억을 더욱 소중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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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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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계 스포츠 종목인 쇼트랙은 물론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를 TV에서 방영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세계 빙상대회 월드시리즈~~ 몇 차...

이런 식으로 경기 운영방식을 각기 다른 나라에서 치르며 최종 개인 순위를 다루는 것 같은데, 사실 하계 올림픽만큼 동계에서 다뤄지는 종목은 그저 위의 종목과 피겨, 크로스컨트리, 영화 국가대표에서 나오던 점프, 알파인 스키, 김연아로 인해 더욱 보게 되는 피겨 정도다.

스노보드도 있었지..

 

 

 

운동이란 관심 있게 보다 보면 그 나름대로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경기 해설 방식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와 콤비를 이루며 열성을 쏟아 해설과 진행을 이어나가는 것을 듣는 입장에선 종목마다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이처럼 에세이를 통해서 재미와 맛깔스러운  글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재밌겠단 생각이 든다.

 

 

 

 

워낙에 다작가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인지라 그가 내놓은 에세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당연히 책을 집어 들면서 같은 나라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시드니'와도 비교해 보게 되는 책이고 계절상 정 반대의 대회를 겪으면서 쓴 글들이라 작가들의 특성과 나름대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도 느끼게 된다.

 

책은 처음에 작가가 기르는 애묘  유메 키치와 함께 2006년에 올린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이탈리아 토니노에 달려가 경기 관전과 그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있는 운동에 대한 지식과 응원,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주된 등장의 흐름은 애묘이기에 책의 느낌은 말하는 동물로 주인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작가의 직업을 떠나 운동 경기를 관전하고 즐겨하는 운동 마니아로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책의 전반부는 일본의 동계 스포츠의 현황이나 유명 선수에 대한 애정을 그리고 있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관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기 개인들이 좋아하는 운동들이 있다 보니 무라카미의 경우엔 본인 자신도 마라톤을 즐겨하듯이 글에서도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그리고 있는 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스키점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은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듯한 인상을 준다.

 

 

 

하긴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동계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보니 내년에 열리는 우리나라 동계 올림픽인 평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책의 글 내용 중 한국의 한 곳에만 편중된 운동 육성에 대한 글은 고루 평준화된 운동 지원의 방식도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줌과 동시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리라~ 하는 생각을 심어준다.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이야기들의 구성은 저자만이 간직한 운동에 대한 박식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기에 이번에 다시 한번 동계 종목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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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규칙
조디 피코 지음, 엄일녀 옮김 / 포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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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그것에 대한 이름들인 규칙, 예절, 관습처럼 내려오는 것들, 여기에 덧붙여 일반인들보다 약간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평범한 보통의 우리들과 어울리기 위해 별도의 규칙을 정해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도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에 대한 철칙을 세우고 생활한다는 것도 쉽게 가족 간에 맺어진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제이컵 헌트-

올해 18살로 고등학생이면서 3살 터울 아래인 동생 테오와 엄마 에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이다.

범죄를 다룬 [크라임 버스터스]란 드라마에 빠져서 모든 방송분을 제시간에 봐야만 하고 방송에 나오는 주인공과 대결해 누가 먼저 범인을 맞추는지에 대해 신경을 세우며, 옷장 안엔 무지개 색깔별로 옷을 진열해 놓고 목욕은 반드시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절차, 주황색에 대해 극도의 예민함을 보인다. 

더군다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시, 허벅지에 손을 파닥거리면서 두들기고 발작을 일으킨다.

반면 쉽게 외울 수 없는 영화 대사, 평범한 지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광대한 과학과 범죄 수사에 대한 습득 지식들, 언어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 그렇다면 이런 제이컵은 천재?

 

천재는 천재이긴 하나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있고 타인과의 감정 교류를 이어가지 못하는, 오직 흑과 백만 있을 뿐인 소위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병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이다.

 

한 예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테오가 할아버지는 과연 죽은 뒤에 어떻게 될까를 물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천국이나 평안한 안식처 같은 장소를 말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제이컵은 사실 그대로만 말한다.

시체가 부패되고 구더기와 여러 가지 미생물들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이런 제이컵에게 싱글맘인 엄마 에마는 자신의 일생을 오로지 제이컵에게 쏟아부었고 이런 제이컵이 보다 원활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규칙'을 만든다.

 

1. 자기가 어지른 것은 자기가 치운다,

2. 거짓말하지 않는다.

3. 하루에 두 번 이를 닦는다.

4. 학교에 지각하지 않는다.

5. 형제를 돌본다. 내 형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충실히 엄마와의 약속이자 규칙을 지킨 제이컵, 자신의 대인 관계술을 가르친 제스와의 만남은 자신에게 엄마 외에 또 다른 친구이자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던 제스가 죽었다.

교수 집을 봐주기로 하면서 그 집을 방문했던 제이컵은 욕실에 누운 제스를 발견하게 됐고 동생 테오의 발자국을 보게 되면서 그는 규칙을 생각하게 된다.

즉 내 형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며, 틀림없이 동생이 제스를 죽였을 거란 짐작하에 사건의 흔적들을 지우고 제스의 거처를 경찰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게 실행에 옮긴다.

 

이쯤 되면 완전범죄의 전형적인 탄생, 더군다나 모든 죄의 전황이 제스의 남친으로 쏠리게 만들었음에도 제이컵은 거짓말하지 말라던 규칙에 따라 경찰이 물어보는 과정에서 시신을 옮긴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로' 말한다.

 

책은 무척 두껍다.

벽돌의 무게와 맞먹을 만큼 무거운 782페이지를 자랑한다.

덕분에 책을 출, 퇴근길에 들고 다니면서 읽느라 엄청 힘들었다는 사실, 1.2부로 나눠서 출간했다면 이런 책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은 덜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전자책 출간은 필수라는 생각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제이컵, 테오, 에마, 그리고 제이컵을 변호하게 되는 올리버, 그리고 제이컵을 법에 의해 구속한 리치 경찰의 관점으로 이어 나간다.

 

누구보다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재능이라고 불리는 것의 범위에 머문다면 분명 제이컵은 모든 부모들이 부러워할 기막히게 특출 난 천재에 속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이컵이 가진 재능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충실히 따른다.

 

한 집안에 누군가 아프면 온 가족들의 생활은 그 사람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에 머물러서 차도를 보인다면 다행이지만 영원히 자신의 안에 머물면서 결코 타인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악한 행동을 보이진 않지만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교류를 못하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자식을 두었다면 부모의 가슴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 그 자체일 것이다.

 

책은 이미 제이컵이 제스의 시신을 옮겼다는 진술과 부검을 토대로 당연히 제이컵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법의 집행 절차를 보인다.

오직 진실만을 말하고자 했으며 자신은 자폐증의 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 결코 자폐아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제이컵에게 가족들과 올리버는 거짓을 강요하게 된다.

 

왜?

제이컵이 정신적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에 따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야만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클 것이고 이것만이 오로지 제이컵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란 아이러니를 유발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오로지 거짓과 진실만이 있을 뿐이고 자신이 제스에게 한 행동에 대한 진실을 말하려 하는 제이컵의 심정, 동생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한 번도 식단에 넣을 수 없으며, 장애를 가진 형을 가졌단 사실을 알고 나면 주위의 친구가 없게 되는 상황, 오로지 제이컵, 제이컵, 제이컵...

엄마의 신경은 제이컵에게 쏠려 있기에 자신이 가족다운 분위기를 그리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가정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의 행동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그 흔한 가정에서 아빠와 아들이 해 볼 수 있는 낚시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성장해 온 심경들이 구구절절 가슴을 파헤친다.

 

그렇다면 엄마는?

제이컵과 테오를 버린 남편 대신,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살아왔던 여린 그녀는 말한다.

제이컵이 있음으로 해서 보다 강해졌고 싸움도 잘하는  엄마가 됐지만 반대로 편파적인 인간으로 변해버렸단 사실, 특히

 

- 엄마가 된다는 건 시시포스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뜯어진 솔기를 꿰매고 돌아보면 또 다른 곳이 벌어져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이 삶은 딱 맞는 맞춤옷이 될 수 없을 것이다.  (p135)

 

제이컵의 논리대로 따르자면 평범한 사람들이라 부르는 우리들이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제이컵 나름대로의 행동을 보인 것은 오히려 정학 감에 속하게 되고, 이는 제이컵이 보는 세상에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조치에 속한다.

 

책은 장애를 둔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의 포착을 무척 공들이고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문장 속 어느 한편에 독자들로 하여금 울컥하게 하는 심정, 그 외에 장애우에 대한 대우가 선진국답게 잘 이루어졌다는 미국이라 할 지라도 슈퍼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를 보는 시선들 속에 엄마 에마가 감당해야 하는 마음과 행동들은 우리들 현실의 이웃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제스가 결코 죽지 않길 바랬다는 제이컵의 진실이 담긴 증언은 그것을 듣고 받아들이는 우리들 보통의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 네가 바로 범인이구나 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제이컵의 입장에선 자신과 소통을 했던 제스가 그렇게 죽지 않길 바랬다는 뜻으로 전달된 상황의 대화 소통의 부재로 인한 현상들은 과연 우리들은 '다름'이란 것을 정말로 관대하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여기에 덧붙여 법에서 다루는 한계 또한 파급의 효과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보인다.

제이컵처럼 정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심문을 위한 절차와 필요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치, 이러한 점을 악용하게 되는 정상적인 증인들의 위험천만적인 행동들이 나타날 현상들을 과연 법이란 체계는 이를 커버할 수 있기는 한가? 에 대한 고민도 해보게 되는 책이다.

 

오로지 거짓이 아닌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었고, 자신이 좋아한 범죄 드라마에 힌트를 얻어 경찰들로 하여금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게 하려 했던 행동들, 더군다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가족이니까, 우린 형제이기 때문에 테오를 위한 행동이 이렇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을까?

 

어릴 적부터 거짓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던 우리들, 그렇다면 과연 제이컵처럼 테오가 저지른 일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정황을 우리들 가족들 한 사람이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부분들 중 하나인 가족애와 인간의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우치게 되는 책, 다름이 결코 틀린 것과 동의어가 아닌 하나의  일부분으로써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하는 줄을 모르고 매번 거절만 당해왔던 제이컵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보이진 않을까?

 

책의 뒤편에서 다루는 '마이 브러더스 키퍼'는 제이컵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부분들을 다룬 것으로서  읽으면서 저자의 탁월한 글의 흐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게 하고 있어서 여전히 책을 덮으면서도 오랫동안 생각에 생각을 던져준 책이었다.

 

고루고루 균등하게 펼쳐지는 각 인물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그려진 글의 맥락으로 인해 우리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왔던 것이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이제라도 눈을 돌려 제이컵 같은 사람들에게도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별점 다섯 개를 그다지 주진 않지만 흡입력이 좋고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던 책이라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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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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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하란 말이 있다.

말인즉슨, 가까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저 건성으로 대할 것이 아닌 진정으로 내게 가장 가깝단 사실을 알고 있는 서로 간의 존경심과 대화는 필요하단 말일 듯도 싶은데, 특히나 부부 사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작가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다루어온 작품의 세계는 처음이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데뷔 이래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은 기본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책 또한 상영이 되었다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책의 흐름은 영상미를 떠오르게 한다.

 

유명 야구인과 동명이인의 이름을 갖고 사는 인기 소설가 쓰무라 케이-

사실 이 이름은 소설가로서의 필명이다.

대학 시절 잠깐 만났던 인연을 계기로 미용사로 일하고 있던 아내와의 결혼 생활은 그가 직업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길을 접어들었을 때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가정의 기본적인 가장 노릇을 해왔던 아내가 어느 날, 불의의 버스 사고로 그녀의 친구인 유키와 함께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다.

 

하루아침에 날벼락같던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울고 불며 난리를 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아내의 죽음에 대한 그 어떤 일말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다.

 

사망인의 물건을 찾아갈 때도 아내가 어떤 가방을 들었으며, 옷은 어떻게 입고 떠났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라면 말 다했다 싶을 만큼 정말 무관심의 최고가 아닌가 싶다.

 

다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슬픔을 가장한 모습만 투영했을 뿐, 사고 당일 그 자신은 편집자인 다른 여성과 같이 있었단 사실을 만약 아내가 알았더라면 하는 그런 상상만 하는 정도....

 

하지만 그의 내면에 변화가 서서히 일어난다.

유키의 남편인  오미야 요이치와  그녀의 아이들인 남매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 자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시작하는 여정이 서서히 물에 젖은 스펀지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하지만 자신이 결코 느낄 수 없는 그 어떤 '가정'이란 말속에 포함된 온기와 혈연으로 맺어진 그들만의 생활방식은 자신이 미처 알고 있지 못했거나 이미 알았던 사실들, 즉 아내의 지원은  자신이 소설가로서의 길을 접어들고 인기를 누리게 됐으면서도 정작 그녀에 대한 자신의 자존감의 위축 때문에 이름만 부부 사이였던 것은 아니었는지, 더 나아가 이미 요이치는 죽은 아내의 일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아내 유키로부터 전해 들은 사실을 전달한 것만 봐도 이미 그들 사이는 부부 사이에 다져지는 유대감들이 있었던 반면 자신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설사 들었다 할지라도 거부를 했었던 지난날들을 반추하면서 비로소 눈물을 흘리게 된다.

 

우리들은 어쩌면 부부라는 사이, 가족이란 이름, 그리고 자식을 낳고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부딪치는 일들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가고 아껴주는 가족이란 형태와 부부간의 연대를 만들어가지만 정작 쓰무라 자신은 그 어떤 아내가 보내오는 신호조차도 자신의 얄팍한 자존감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을 충분히 겪어가며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거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사람은 후회하는 생물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건 어째서일까.

사랑해야 할 날들에 사랑하기를 게을리 한 대가가 작지 않군." -p 323

 

 

이미 자신을 떠난 아내에게 긴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지만 정작 떠나간 아내는 그의 이런 변명 아닌 진심을 전해 들었을까?

 

이미 지나버린 과거를 통해 뉘우침과 다시금 새롭게 인생에 대한 또 다른 출발을 결심하는 쓰무라 란 인물의 변명은 정말 곁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소중한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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