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앳 홈
루카 도티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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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요정으로 수식되는 배우, 깜찍한 인형 같은 외모와 비쩍 마른 체형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던 배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릴 적에 무앗인지도 모르고 봤던 영화, 알고 보니 그것이 '로마의 휴일'이란 제목을 달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사실들을 접하고는 어쩌면 같은 인간인데도 이런 사람이 존재하다 싶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특히 가장 깊이 새겨진 위의 영화 말고도 '티파니에서~,의 기타 치는 모습과 함께 '마이 페어 레이디' 같은 영화,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표현했던 영화 속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때면 아깝게도 생을 일찍 달리 한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큼직한 미소에 피어나는 그녀의 삶, 말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빈곤국을 다니면서 행한 모습들이 각인되었기에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시대적인 전쟁의 반발 상황 때문에 배고픔의 원천적인 아픔이 무언인지를 아는 그녀, 때문에 그녀의 삶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비록 자신의 식성에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코 불평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소양분이 되는 계기가 됨을 알게 해 준다.

 

책은 오드리의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오드리의 자식으로서는 둘째 아들(첫 번째 남편 사이에 장남을 두었다.)에 해당되는 루카 도티의 기억과 자료수집, 그리고 처음으로 공개되는 사진들과 레시피 소개를 통해 그녀만이 생각한 인생의 철학과 일과 결혼, 엄마로서의 삶들을 모두 보여주는 책이다.

 

 

 

 

 

영국인 귀족 출신의 아버지와 네덜란드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오드리, 세계전쟁의 여파는 그녀의 성장 과정에서 영양부족과 황달, 천식, 부종, 빈혈을 겪게 했고 이는 평생에 걸친 그녀만의 음식 취향을 가지게 한다.

 

흔히 말하는 여배우들의 기본적인 식단이라고 하는 음식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오드리 헵번은 스파게티와 초콜릿에 관한 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한 사람의 보통사람이었다.

 

어릴 적 발레를 했지만 포기하게 됐음에도 여전한 그녀만의 남다른 일찍 일어나는 습성은 헐리우드에서 발견되는 약물 의존에 살다가는 기타 다른 배우들과는 구분되는  철저한 인식의 행동들이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만은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촬영 때문에 다른 장소에 가게 되었어도 스파게티에 대한 것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남은 마지막까지 소울 메이트로서 관계를 갖는 로버트 월더스의 관계는 40이 넘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자녀에 대한 양육과 가정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녀만의 행보가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다.

 

오랜 소원이었던 가정 주부로서의 철칙을 지키면서 스위스에 자리를 잡기까지 그녀만의 감각과 동물에 대한 애정, 이탈리아 음식의 변형과 기타 주위의 절친들만의 모임을 통해 작은 기쁨을 누리고자 했던 소박한 여인의 결실이 행복함을 느끼게 해 준다.

 

와인이나 과일,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은 그녀가 겪었던 상황에 맞춰 벌어진 파티들과 모임들의 모습들이 아들의 기억 속에 간직한 추억들을 통해 꺼내어봄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색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겠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문득 오드리의 집에 초대를 받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책이다.

 

 

 

 

 

 

말년에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기아에 가까운 배고픔에 대한 잔상이 초콜릿을 준 미군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그 이후 초콜릿과 케첩 펜네에 이어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아이들을 봄으로써 또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는 사실이 새삼 일찍 영면한 점을 거듭 안타깝게 만든다.

 

 

 

 

 

 

 오드리 헵번이 스타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을 통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은막의 스타로서만이 아닌 진정한 따뜻함을 선사해 주고 간 사람이란 사실이 감동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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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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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한 스릴러의 전형적인 범주를 벗어난 글들을 더욱 원하는 독자들의 성원 때문일까?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읽었을 때의 상상은 틀에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여성 수사관의 독특한 활약을 그린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에서 나오는 경험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읽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어나가기는 어려웠던 책이다.

 

아내, 경찰관, 엄마란  세 가지의 역할에 완벽함을 이행하면서 충실하게 살아가기란 정말 어렵다치더라도 이렇게까지 치달은 삶을 선택할 만큼 캐릭터의 형성은 충분한 설정 자체에 대한 배경이 약간 부족함을 느낀다.

 

대략 7세 정도의 여아가 온몸에 피범벅인 채 나체로 은행에 들어간다.

곰 인형을 안고 나타난 여아는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고 테이프에 담긴 음성대로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꼼짝 못하고 당한 은행 직원들을 뒤로하고 목적을 달성하며  유유히 은행을 빠져나간다.

 

아이의 행방은 오리무중, 그 지역 일대를 샅샅이 뒤져도 흔적조차 찾을 수없는 상태. 스톡홀름 경찰청 강력 범죄 수사과의 레오나 린드베리 형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

 

책은 레오나 라고 하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그녀의 성장을 통해서 극단적인 삶을 대비시켜 그려 나간다.

온라인 포커 게임에 빠져 중독에 허덕이는 여인이자 부모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자랐던 그녀의 삶은 사회에 적응을 제대로 하고자 하나  못하는 사람, 아이에게만은 엄마로서의 감정을 느끼지만 결혼이란 자체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루어나가기 위한 방편이었단 사실들은 도대체 이 여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 어떤 지향점을 향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이용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연이어서 벌어지는 은행사건을 통해 그녀의 또 다른 비밀을 옥죄어 오는 기자, 정치 스캔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목숨 건 정보 빼내기들을 통해 또 다른 사건을 저지르는 레오나란 인물의 캐릭터는 기존의 일반 상식을 넘어선 경찰 신분을 가진 여인의 모습으로 대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범행의 진행 과정이나 수사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자신 스스로가 범죄에 뛰어든 여인, 막판에 또 다른 반전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미완의 해결처럼 보이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는 만큼 시리즈물답게 차후에 나올 이야기들은 그녀가 어떻게 이 순간을 헤쳐나갈지, 법대로 제대로 된 형량을 받을 수는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게 만든다.

 

경찰이지만 제복만 벗으면 하나의 평범한 여인인 레오나란 인물의 통제할 수없이 빠져드는 도박 중독 현상과 공감능력이 결여된 성격을 보이는 캐릭터 창조라는 소재를 가지고 전혀 다른 모습을 만든 저자의 글은 북유럽 소설의 또 다른 면을 읽어보게 됨으로써 상상력을 초월한 이야기의 대비를 읽는 즐거움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감대 형성에 대한 부족함을 조금만 채워진다면 뛰어난 한 편의 스릴러물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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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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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쓰다 신조의 현대적인 괴담을 담은 수록집이라서 그런지 옛 일본의 정형화된 표현들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무더운 계절에 읽으면 더욱 등 뒷골이 서늘함을 느끼게 되는 뭔지 모를 실체에 대한 느낌들, 저자가 그리는 불가 사해 한 일들의 나열들을 읽노라니 더욱 깊은 밤에 읽기가 꺼려진다.

총 6개의 이야기들을 수록해 놓은 연작 형태의 출판사 관계자들과 엮인 이야기들을 토대로 저자가 또 새롭게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형식을 취하는데, 현재인지 상상에 그치는 허구에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를 도통 감 못 잡게 하는 흐름은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책의 제목인 괴담의 테이프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녹음한 테이프 안에 세 개의 이야기들을 듣고 이야기를 읽게 되는 형식들인데, 마치 죽기 전에 무언가를 본 듯한 장면들과 숨 막힐 듯 다가서는 숨소리들의 장치들은 그것의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한 상상을 더욱 키워나가기에 끔찍함을 더한다.

 

빈 집을 지키던 밤-  아르바이트로 집을 지키게 된 한 여대생의 상상을 초월한 극 체험에 해당한다고 할까?

도망치면서 곧 자신의 등 뒤에 바짝 다가와 무섭게 잡을 듯하던 존재의 무시 못할 기괴한 현상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산행에 초대를 하고 정작 본인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인솔자로 나선 사람과 나머지 세 사람의 산행을 통해 전혀 예기치 못한 풍경과 비밀에 감춰진 듯한 돌의 존재를 통해 현실적으로는 증명할 길 없는 상상에만 의존하는 사연을 들려준다.

 

시체와 잠들지 마라- 요양원에 모신 엄마를 뵈러 오는 주인공이 엄마 옆에 새로 들어온 한 노인의 불가사의한 정체를 듣게 되는 사연을 그린다.

과연 노인이 말하는 그 정체는 무엇일지....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는 비가 오나 비가 오지 않거나 항상 노란색 우산과 우비를 입고 말없이 바라보는 여자를 보게 됨으로써 그 이후 계속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스쳐 지나가는 것- 항상 같은 시간대에 출근을 하게 되면 마주치면서 오고 가는 익숙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 유나의 기이한 체험을 그린 이야기다.

어느 날 검은 형체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친구까지 연루되어 그 원인과 해결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진행이 숨 막히듯 숨조여오는 상황을 그린 일들을 통해 결국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려준다.

 

각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지만 공통적으로 흐르는 '물'에 연관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자연의 기이한 조화와 인간관계의 불합리한 조합을 통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풀 수없는 체험담들을 통해 저자 특유의 신비한 글들이 더욱 체감을 실제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

 

더욱이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내용들을 접하다 보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를 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 시원스럽게 그  해결의 제시 방안이나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활자로 접하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이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겨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전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들 또한 그런 범주에 벗어나지 않는 저자의 특징을 발휘한 작품이라 두 가지의 결합된 이야기들을 통해 등골의 시원함을 느끼길 원한다면 읽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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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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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국어 과목 속에는  '시'가 항상 있다.

문학의 종류를 공부하고 그 안에 포함된 '시'라는 것을 접하고 한때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적힌 것을 수첩에 적고 외우거나 시험에 대비한 구절구절들을 일일이 빨간 펜으로 그어가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공부하던 시절, 아마 그런 추억 때문이었기도 하지만 시가 주는 함축된 의미의 은유가 더 멋있게 다가와서 접한 책이다.

 

저자의 책을 접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 내용들에 빠져 즐겁게 읽었던 기억들은 이 책을 통해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이 책은 시와 표현에 연재됐던 '권두 시론' 24편을 다듬어 책으로 묶은 것이라 한다.

요즘엔 시보다는 장르에 주력해서 읽은 것이 많고 더군다나 시는 일반 문학에서 받는 느낌과는 다른 함축의 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보다 수월하게 시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보고 싶어 읽기 시작한 면이 더 크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쉽게 읽히진 않았다.

그것이 내 취약한 부분들을 건드린 면도 있겠지만 이 책은 월트 휘트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윌리엄 블레이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파블로 네루다.... 외에 한국의 유명 시인인 김소월, 이상, 서정주, 윤동주, 김수영, 고은,....

 

이름만 나열해도 유명한 분들의 시를 포함하고 있으면서 그 시가 주는 의미와 시의 은유가 주는 힘에 의해 어떻게 보통의 사람들이 시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지를 나타냈기에 초반에 좀 속도가 붙는데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다.

 

시 속에 은유란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는 “시는 은유에서 시작해서 은유에서 끝난다.고 했다.

이처럼 제대로 짚은 말이 또 있을까?

풀어쓰자면 한없이 길게 쓸 수도 있는 말의 잔치를 시는 그런 절제된 은유를 통해 함축미를 드러내고 그런 함축미를 통해 시를 접하는 사람들은 인생에 대한 의미, 고뇌, 회한과 기쁨, 사랑, 이별, 슬픔,,, 모든 감정들을 소화해 낸다.

 

책에는 시가 포함하고 있는 문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까지를 두루 포함한다고 말한다.

하긴 시에는 어떤 특정한 주제를 갖고 지을 때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묘사와 그 묘사에 대한 접근을 시각을 비롯한 생각이 주는 의미를 넘어선 철학적인 견지에서 연관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됨을 일깨우기에 시가 갖고 있는 은유의 힘은 실로 대단한 의미를 준다고 느낄 수가 있게 된다.

 

 

- "시인을 '견자(見者)'라고 한다. 프랑스의 한 조숙했던 시인이 한 말이라고 한다. '견자'라는 말을 단순하게 풀이하자면 보는 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봄'은 대상에서의 본성적 이끌림이고, 주체의 의지가 그것을 향해 막무가내로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그 대상은 주체를 향해 제 몸을 활짝 열어젖힌다. '봄'은 시각의 일이 아니라 마음이 작동하는 직관의 일이다. 대상을 사랑해야만 대상이 보인다. '봄'과 '앎'은 본디 하나다. 시가 태어나는 찰나는 의식이 작동하기 이전에 이미 그 대상이 마음에 도착함으로써 가능하다. 그 찰나는 기지(旣知)의 것에서 미지(未知)의 것을 직관하는 순간이다. 이때 직관은 말로써 오지 않고 빛으로 온다. 언어를 장악하는 좌뇌 작동이 멈춘 채 우뇌의 어떤 영역을 환한 빛이 물들이는 것이다. 시인은 이 빛, 이미지로 온 것에 언어를 덧입힐 뿐이다. 시인은 시의 창조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즐비한 것들의 발견자다." -p.272

 

시가 주는 약한 것 같으면서도 강한 힘을 지닌 그 여력을 제대로 알게 해 주는 저자의 글이 어렵기도 했지만 또 그 나름대로 시를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서서히 계절의 여왕이라는 여름도 비가 몇 번 오고 나니 슬그머니 가을에게 자리는 양보하려고 준비 중인 것 같단 느낌이 든다.

책장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시집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시'를 통해서만이 느낄 수 있는 그 향기를 품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 천천히 은유가 주는 힘을 이 가을에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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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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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 - 벤자민 프랭클린

 

 

보통 책의 첫 장을 펼치게 되면 짧은 문구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그것을 넘기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의 동선을 따라가게 되면서 점차 작가가 왜 이런 문구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느끼는 내용을 접할 때면 뒷골이 서늘할 때가 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고 작가의 첫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첫 스릴러라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없었던 책이었다는 점, 더욱이 그렇다는 것을 느낄 때 모처럼 이런 류의 스릴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남편과 이혼한 후 아들 애덤과 지내는 이혼녀 루이즈-

그녀는 파트타임으로 정신 병원에서 일하는 싱글맘으로서 어느 날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의 대화를 생각하면서 짜릿했던 그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데, 아뿔싸! 그는 다름 아닌 자신의 새로운 상사였단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길에서 우연치 부딪친 여인은 알고 보니 그의 아내, 아델이란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되지만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운 그녀와 친구처럼 지내게 되면서 루이즈는 그녀의 남편이자 상사인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지는 불륜을 하면서 동시에 연약하고 가녀린 아델에 대한 친근감을 동시에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생활을 겪게 된다.

 

한쌍의 아름다운 부부, 그런데 그녀가 보기에 어딘지 모르는 아델의 그늘이 져 보이는 것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서 오는 죄책감인지, 아니면 정말 자신이 느낀 그대로 그들 부부 사이에 어떤 말 못 할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혼동을 겪으면서 루이즈는 둘과의 관계를 끊어낼 결정을 못 내린다.

 

책은 아델의 과거와 지금의 현재 부부 생활을 그리는 부분, 아델의 현재 시선, 그리고 루이즈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녀가 느끼는 부분들로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큰 별장의 소유주였던 부모의 돌연 화재로 인한 사고와 데이비드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된 아델의 과거의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같이 있었던 롭이란 동료이자 아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가 스스로 겪었던 야경증에 이은 또 다른 현상의 체험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왜 그 부부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시로 이사를 하며 새로운 직장에 몸 담고 살아가는 것인지, 데이비드는 하루에 아델에게 확인 전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많은 약 처방은? 또 내치기만 하는 냉혈한의 모습만 보이는 것인지, 책은 둘의 대화를 통해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비밀로 인해 헤어 나올 수 없는 암시를 보이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독자들의 상상을 한층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만든다.

 

아델이 준 한 권의 공책을 통해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 루이즈, 아델은 왜 그 공책을 통해서 어떤 비밀을 루이즈로 하여금 알아내길 원하는 것이며, 자신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어떤 결정적인 비밀에 대한 것을 루이즈와 데이비드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내려고 한 것은 무엇인지를 도통 감을 잡을 수없는 글의 흐름을 보이는 행동을 통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책의 제목처럼 루이즈가 보고 느꼈던 그 부분들에 의한 실체적인 것들이 책의 종반부로 넘어가면서 걷잡을 수없는 반전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놀람을 전해 준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간은 자신과 친근한 존재에 대해 한없는 애정과 굳건한 진실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아델과 데이비드 둘 중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루이즈가 그녀의 눈을 감고 그녀의 눈 저편을 통해 경험한 그 모든 것들은 실제적으로 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 주된 결정적인 부분들을 이루고 있지만 독자들은 읽으면서 정말 실질적인 것인지, 환상에 그친 것인지를 혼동하게 된다.

 

 

스릴의 소재들이 정신적인 분열이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의 구성을 다루고 이를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심오한 세계를 느끼게 해 주는 역할들을 많이 느끼게 해주고는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서 나오는 정신의 세계 속에 또 다른 체험을 읽게 한 책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처음의 시작점인 문구와 첫 장면과 뒷 장면의 문장을 비교해 보는 맛, 글의 화자가 처음 읽은 시점의 그 사람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읽어가는 느낌이 전혀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이중적인 글의 흐름과 장치들이  속임을  당하면서 읽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저자가 그린 이 책의 내용들을 총제적으로 다시 되돌려 기억해 보면서 비밀에 대한 문구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글이 이렇게 흥분과 재미를 주는 것도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책이었다.

 

비밀이란 것-

그렇지, 적어도 그 비밀이란 것이 지켜지기 위해선 오로지 한 사람만이 필요할 뿐이란 사실, 이것이 정말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험에 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책 속에서 저자의 상상으로만 그려진 한계성에 그쳐진 이야기일까를 생각해 볼 때 섬뜩함이 느껴지는 내용들....

 

-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절실하게,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행한 그 모든 일들의 결과물들을 헉! 하면서 느끼게 되는 그 장면의 부분들, 심리 스릴의 맛을 천천히, 그렇지만 뒤편에 마지막 크게 한방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이 몰고 온 반전의 결과는 상상컨대 영화로 보게되면 또다른 서늘함을 선사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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