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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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국어 과목 속에는  '시'가 항상 있다.

문학의 종류를 공부하고 그 안에 포함된 '시'라는 것을 접하고 한때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적힌 것을 수첩에 적고 외우거나 시험에 대비한 구절구절들을 일일이 빨간 펜으로 그어가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공부하던 시절, 아마 그런 추억 때문이었기도 하지만 시가 주는 함축된 의미의 은유가 더 멋있게 다가와서 접한 책이다.

 

저자의 책을 접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 내용들에 빠져 즐겁게 읽었던 기억들은 이 책을 통해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이 책은 시와 표현에 연재됐던 '권두 시론' 24편을 다듬어 책으로 묶은 것이라 한다.

요즘엔 시보다는 장르에 주력해서 읽은 것이 많고 더군다나 시는 일반 문학에서 받는 느낌과는 다른 함축의 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보다 수월하게 시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보고 싶어 읽기 시작한 면이 더 크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쉽게 읽히진 않았다.

그것이 내 취약한 부분들을 건드린 면도 있겠지만 이 책은 월트 휘트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윌리엄 블레이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파블로 네루다.... 외에 한국의 유명 시인인 김소월, 이상, 서정주, 윤동주, 김수영, 고은,....

 

이름만 나열해도 유명한 분들의 시를 포함하고 있으면서 그 시가 주는 의미와 시의 은유가 주는 힘에 의해 어떻게 보통의 사람들이 시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지를 나타냈기에 초반에 좀 속도가 붙는데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다.

 

시 속에 은유란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는 “시는 은유에서 시작해서 은유에서 끝난다.고 했다.

이처럼 제대로 짚은 말이 또 있을까?

풀어쓰자면 한없이 길게 쓸 수도 있는 말의 잔치를 시는 그런 절제된 은유를 통해 함축미를 드러내고 그런 함축미를 통해 시를 접하는 사람들은 인생에 대한 의미, 고뇌, 회한과 기쁨, 사랑, 이별, 슬픔,,, 모든 감정들을 소화해 낸다.

 

책에는 시가 포함하고 있는 문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까지를 두루 포함한다고 말한다.

하긴 시에는 어떤 특정한 주제를 갖고 지을 때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묘사와 그 묘사에 대한 접근을 시각을 비롯한 생각이 주는 의미를 넘어선 철학적인 견지에서 연관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됨을 일깨우기에 시가 갖고 있는 은유의 힘은 실로 대단한 의미를 준다고 느낄 수가 있게 된다.

 

 

- "시인을 '견자(見者)'라고 한다. 프랑스의 한 조숙했던 시인이 한 말이라고 한다. '견자'라는 말을 단순하게 풀이하자면 보는 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봄'은 대상에서의 본성적 이끌림이고, 주체의 의지가 그것을 향해 막무가내로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그 대상은 주체를 향해 제 몸을 활짝 열어젖힌다. '봄'은 시각의 일이 아니라 마음이 작동하는 직관의 일이다. 대상을 사랑해야만 대상이 보인다. '봄'과 '앎'은 본디 하나다. 시가 태어나는 찰나는 의식이 작동하기 이전에 이미 그 대상이 마음에 도착함으로써 가능하다. 그 찰나는 기지(旣知)의 것에서 미지(未知)의 것을 직관하는 순간이다. 이때 직관은 말로써 오지 않고 빛으로 온다. 언어를 장악하는 좌뇌 작동이 멈춘 채 우뇌의 어떤 영역을 환한 빛이 물들이는 것이다. 시인은 이 빛, 이미지로 온 것에 언어를 덧입힐 뿐이다. 시인은 시의 창조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즐비한 것들의 발견자다." -p.272

 

시가 주는 약한 것 같으면서도 강한 힘을 지닌 그 여력을 제대로 알게 해 주는 저자의 글이 어렵기도 했지만 또 그 나름대로 시를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서서히 계절의 여왕이라는 여름도 비가 몇 번 오고 나니 슬그머니 가을에게 자리는 양보하려고 준비 중인 것 같단 느낌이 든다.

책장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시집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시'를 통해서만이 느낄 수 있는 그 향기를 품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 천천히 은유가 주는 힘을 이 가을에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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