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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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밀레니엄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내 주위에선 들어 본 적이 없고, 나 자신 스스로도 이 시리즈를 통해 북유럽권의 문학을 요 네스뵈와 함께 무조건 읽어줘야 하는 책으로 리스트 목록에 올린 바 있다.

 

그런 만큼 새롭고 독창적인 주인공의 캐릭터와 그와 함께 사건의 해결을 이루어나가는 또 다른 주인공의 결합은 이색적이고도 창조적이란 말로는 부족함을 느껴주는 책이다.

 

알다시피 이 밀레니엄 시리즈는 3 부까지가 원 저자의 창작물에 의해 태어난 작품들이다.

우연히도 집어 들어 읽게 된 책의 매력에 빠져 그 이후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는 것도 모두 다시 읽었을 만큼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한 저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내내 가시질 않게 했던 이 시리즈가 4부에서는 다른 필력을 자랑하는 자의 힘에 의해 새로움을 맞게 됐다.

 

원저자의 유족들이 선정한 작가, 이미 유명한 작가라서 그 작가의 입장이라면 일단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면 자신의 필력에도 그렇지만 원 저자에 대한 미안함이라는 이중의 부담감을 안고 있었을 텐데 그 걱정을 말끔히 지웠다고나 할까?

우선적으로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의 감상이 그렇다.

 

이미 3부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회와 국제적으로 얽힌  저변에 깔린 문제성 있는 것들을 리스베트란 이름을 가진 여주인공의 독특한 냉혹함과  밀레니엄이란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집중 다루는 잡지에서 기고하고 있는 탐문 전문 고발 기자인 미카엘이란 남자 주인공의 활약은 여전히 살아있는 움직임을 잘 보인 작품이다.

 

천재적인 해커의 능력을 지닌 리스베트의 활약을 십분 이용해 다룬 이 책의 내용 또한 아주 흥미만점이다.

 

이야기는 세 갈래의 길을 크게 보이면서 등장한다.

 

스웨덴의 컴퓨터 공학자인 프란스 발데르는 미국의 솔리폰이란 회사에 스카웃되면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어떤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렇지만 특허 신청을 앞두고 자신과 같은 프로그램이 이미 다른 회사에서 특허를 신청했고 이는 곧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고국에 돌아온다.

이미 양유권 박탁을 당했지만 자폐아인 아우구스트를 데려온 프란스는 보호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한 상태, 한편 우리의 미카엘은 각지에서 나오는 비판으로 인해 긴 슬럼프에 빠져있다.

 

경영악화에 이어 밀레니엄을 인수한 회사의 교묘한 변화 자체를 하려는 움직임에 손을 쓸 수 없는 자신의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는 어느 날 자신에게 한 제보자가 말한 내용으로 인해 문득 리스베트를 생각하게 한다.

 

바로 프란스 밑에서 일한 부하의 부탁은 프란스의 사정을 들려주고  프란스가 어떤 해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 해커의 이미자가 리스베트를 연상시킨다는 것-

 

리스베트는 3부에서의 활약 이후 은둔 상태, 가깝다면 가까울 미카엘에게조차 그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카엘의 연락을 받게 되고 이후 이 셋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책은 프란스의 죽음을 목전에서 목격한 서번트 증후군을 갖고 있는 아우구스트의 그림을 통해 사건의 암살자를 밝혀내는 과정 속에 프란스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과연 누가 훔쳐갔는가? 에 대한 범인 추적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스파이와 국가 간의 관계와 지원, 충성도의 기여도를 어느 선에 기준을 맞춰놓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적인 갈림길들을 보인다.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의 인공지능 개발은 인간이 생각하는 진화의 속도를 머지않아 앞서게 될 수도 있다는 가상의 현실을 실제적인 현실 속의 모습으로 만들어낸다면 과연 인류는 컴 앞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프란스라는 과학자의 자신의 열정 어린 연구의 결과가 몰고 올 장. 단점 앞에서 고뇌하는 모습들이 책 속에서만 그려지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도 이러한 환경의 주도권을 가지고 앞서려는 각국의 치열한 산업전쟁을 연상시키는 장치로 이용된다.

 

미국의 NSA의 치밀한 컴을 이용한 모든 매체는 물론이고 각 개인들이 이용하는 통신들을 엿보는 행위들은 빅 데이터라는 틀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감시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엿보게 한다.

어디까지나 국가의 이익을 취한다고 하는 행위이긴 하지만 그 행위 속에 또 다른 산업스파이의 행동은 러시아의 마피아와 연계되면서 개인 착취로도 번지는 행태, 그 가운데 리스베트의  다른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의 등장은 두 자매의 불꽃 튀기는 대결 장면과 함께 풀지 못할 것 같았던 난해한 암호를 해독하고 그 안에 저장된 모든 내용들을 습득하는 리스베트의 뛰어난 실력은 여전히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현실세계에서 여성이 차지할 수 있는 위치의 한계성은 여전한 문제점을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리스베트란 여성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는  가상의 현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의 최고 실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고 NSA의 경계를 뚫고 해커를 하는 모습들은 통쾌감과 컴의 세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는 이렇게 유족의 뜻에 맞는 방향과 자신의 소신대로 4부작을 쓸 때 어떤 과감한 패턴을 지향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3권까지 이미 고인이 된 저자의 글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연결고리처럼 이어질 수 있게 3부에 이어 리스베트와 그녀의  어린 시절들을 다시 불러와 이 사건의 연장선을 이어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이야기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아닌 서서히 물들어 가듯이 이번 4부는 새로운 이야기지만 또 다르게 보면 3부에 이은 미완의 해결 방식처럼 그렸기에 위험성의 부담에서 벗어난 안정을 우선적으로 중시하면서 작품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1.2.3부에 연을 맺은 등장인물들이 한두 컷 나오는 방식을 취하면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에 조연들로서 아낌없는 후원을 하게 한 저자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 방식은 비록 1.2.3부를 읽지 않는 독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채택한 점이 한수 위란 생각이 든다.

 

여전히 기자로서의 탐색을 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잡아내는 미카엘의 기자로서의 촉은 여전하다.

서브자로서 동참하는 미카엘이란 존재는 리스베트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사람이며 그런 그들의 관계는 이성 간의 연을 뛰어넘는 인간애의 동지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훨씬 앞서는 듀엣의 조합을 보는 듯하다.

 

해커가 있다면 모든 것을 훔쳐낼 수 있고 변호사가 있으면 모든 도둑질을 정당화할 수 있다란 말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한 책의 이야기 구성은 양심적인 국가 안보 위주의 활동이라도, 설사 그것이 어떤 범죄 집단과의 연계를 통해 손을 잡고 일을 이루어 나갈 때 힘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통해 주도권을 잡기가 힘들다는 역설, 컴의 세계에서 미지의 해커로서 활동하는 리스베트 같은 인물들이 있다면 그나마도 세계의 질서들은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펼치는 뇌의 창대한 활동들을 보이는 여러 이야기들은 여전히 인류가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야 할 것들이 아닌가도 생각해보게 하고 더군다나 두 자매의 끝나지 않은 맺음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과 기대를 모두 하게 한 작품이다.

 

이미 영화로도 나온 시리즈도 있지만 이 작품 또한 영화로도 나온다면 또 다른 재미와 흥분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작으로 끝맺음을 맺을 뻔했던 이런 좋은 작품을 다시 다른 작가의 손에 이어지게 만든 저력도 부럽지만 이야기의 구성 자체도 좋았다는 사실에서 이 작품의 다음 시리즈를 더욱 기대해보게 만든 저자의 노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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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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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란 책을 접하고 다시 만나보는 작가의 신작이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어떤 커다란 줄거리 속에 포함된 주된 내용들을 따라가며 전개과정을 즐기는 편이기에 이 작가처럼 커다란 흐름의 변동 없이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게 쓰인 글들을 읽노라면 이야기의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의 신작에 대한 목마름은 뭐랄까, 그저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적절히 고루 배합해 가면서 보이는 그녀만의 글에 대한 매혹을 뿌리칠 수 없음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 또한 줄거리를 말하라면 어떤 큰 포인트를 꼬집어 내기가 쉽지 않은 그저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은 것이 아닌 읽는다는 느낌에 속한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지니고 살아간다.

인생의 최대 고비와 희로애락을 통해서 성장해가는 인생의 노선을 생각해 본다면 누구나 겪을 수 있었을 시대적인 배경과 함께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는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 그렇기에 어쩌면 소설이 지닌 힘의 첫 시작은 인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출발점으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크게 부여됨을 느끼게 된다.

 

책은 '기억'이란 것에 의지하며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맹장수술과 뜻하지 않게 길어진 병원 입원의 생활을 하게 된 루시 바턴이란 여작가의 이야기는 그녀가 입원한 병원에 친정엄마가 병간호를 해주기 위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서부터 진행이 된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차고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회상, 냄새난다고 손가락질당하는 한편 그런 환경에 처한 것을 몰랐던 부모, 게이인 오빠와 언니와의 학교 생활은 어린 시절의 아픔이자 성장하는 루시에게 있어서 이 곳을 벗어나게 된 주된 동기로 작용한다.

 

오로지 따뜻함을 간직하고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숙제와 책 일기를 했던 루시, 덕분에 대학까지 진학하고 남편을 만나 두 딸과 함께 뉴욕이란 도시에서 살아가는, 타인들의 눈에 보기엔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가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루시가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 간의 쌓이고 쌓인 해포는 풀어보지 못한다.

그것이 부모와의 왕래를 끊다시피 하고 형제지간의 연락을 두절하고 살아가는 루시라는 여인에게는 하나의 환경에서 온, 그다지 친근했던 기억조차 없었던 가정의 분위기 탓과 엄마와 자신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서먹함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다보게 될 기회가 있을 때면 어린 시절의 과거로의 여행 속에 좋았던 기억, 하고 싶지 않은 기억,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간직하는 기억들이 공존한다.

 

이 책에는 시대적인 흐름인 1980년대를 관통하면서 살아가는 루시가 있고 그 시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변화와 그 이후에 벌어지는 9.11 사태까지를 관통하면서 그녀 자신이 알고 지냈던 이웃인 제레미가 동성애자란 사실과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뒤늦은 사실, 남편과 끝까지 해후를 하지 못한 이혼의 아픔과 남겨진 딸들과의 왕래를 그리는 이야기들이 담담히 기억에 의존한 채 서술해 나간다.

 

내가 나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보는 계기는 무엇일까?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이런 시간들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루시처럼 엄마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도, 그런 애정 행동과 말에 호응을 보이지 않았던 엄마,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만나는 아버지와의 해후는 자신이 돌아보지 않길 원했어도 여전히 그녀의 삶에 침투해 있는 '가족'이란 의미를 버릴 수 없다는 사실, 가까이 느껴질 만도 했던 엄마였지만 속내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둘이 아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추억과 최근의 소식들을 통해 간간히 나누는 대화만이 유일했다는 사실에서 과연 루시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엄마 또한 루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고나 있었을까를 물어보고 싶게 만든다.

 

사는 곳은 달라도 저자가 이전의 작품에서도 보였던 인간 중심의 이야기,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각적인 방면의 이야기들은  미국에 한정된 것만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느껴 볼 수 있는 글이란 생각을 해 본다.

 

-  “지금은 내 인생도 완전히 달라졌기에,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어쩌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보도를 걷거나 바람에 휘는 나무 우듬지를 볼 때, 또는 이스트 강 위로 나지막이 걸린 11월의 하늘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이 갑자기 어둠에 대한 앎으로 가득 차는 순간들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한다.” _p 21

 

루시처럼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엄마로서의 루시가 느끼는 자식에 대한 미안함은 가슴 한편이 뭉클하게 아파오게 만드는 인생의 이야기라서 인상적으로 남는다.

 

- 얼마 전에 크러시가 내 지금의 남편에 대해 말했다. "아저씨가 좋아요. 엄마. 하지만 아저씨가 잠을 자다 죽고 새엄마도 죽어서 엄마와 아빠가 다시 합치면 좋겠어요." 나는 아이의 정수리에 키스한 뒤 생각했다. 내가 내 아이에게 이런 짓을 했구나. -p 217

 

인생이란 마냥 좋을 수만을 없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더욱 느낀다면 나이가 들었다는 탓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 루시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을 같이 더듬어봄으로써 나 자신의 인생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  기억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이 모여 인생이란 커다란 모자이크를 이룬다는 점에서 여전히 저자가 그리는 이 책은 많은 공감을 받게 했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나 자신 스스로 알 수가 없다는 사실, 하물며 타인에 대한 잣대를 세우고 평가하고 이해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기에 세상에 던져진 나 자신, 루시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는 루시 바턴이란 이름, 각자의 이름으로 세상을 향한 손길을 멈추어선 안될 것 같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어느 드라마의 제목처럼 내 이름은 김삼순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름을 걸고 인생을 더욱 뜻깊게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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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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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 중에 가장 생각나는 것은 어릴 적 읽은 피노키오의 코에 관한 부분이다.

거짓말할수록 코가 커진다는 동화는 알고 보면 전체적인 이야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 실제 거짓말에 관한 이러한 설정을 토대로 그린 또 하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그 주범은 나무다.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다.

목사이자 자연과학자요, 발견한 화석으로 인해 유명해진 에라스무스 선더리는 아내와 14세 딸 페이스, 어린 아들 하워드, 그리고 처남인 마일스를 동반하고 베인 섬으로 도피를 감행한다.

 

왜 자신의 터전을 뿌리치고 작은 섬인 베인으로 떠나야만 했는지 알길이 없는 페이스는 아버지를 존경하는 딸이다.

 

어느 날, 아편에 취한 듯한 아버지의 이상한 모습을 발견한 후, 아버지의 요청으로 함께 가게 된 동굴에서 아버지의 감춰둔 비밀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바로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그 자양분을 모태로 자라나는 신기한 나무를 본 것이다.

 

 그 일이 있은 직후 아버지는 자살한 것처럼 시체가 발견이 되지만 페이스는 그 누군가의 힘으로 아버지가 살해된 것임을 밝혀내기 위해 아버지의 일기장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살인범의 존재를 파헤쳐 나간다.

 

진실을 알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만 알고자 하고 밝혀내고자 하는 사살들을 알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는 아버지의 죽음 뒤에 가려진 살해 주범을 알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먹고사는 나무에게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말함으로써 진실을 알아낸다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거짓이란 완벽성을 갖춘 거짓말보다는 어느 정도의 거짓과 진실이 섞인 말들이 오히려 큰 효과를 보게 된다는 현실을 깨달은 어린 소녀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온갖 탐욕을 이용함으로써 베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 놓는다.

 

-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거짓말을 골라라. 그들은 그 거짓말이 그들 눈앞에서 거짓으로 입증된다고 해도 거기에 매달릴 것이다. -p.234

 

 

점점 자라나는 거짓말 나무를 보면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복수의 마음 또한 깨끗하지 못하고 그토록 존경하던 아버지조차 자신에게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페이스란 소녀의 행동과 관점은 비단 이 책이 그저 가상의 어떤 설정을 통한 성장 소설이 아닌 한 여자이되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진취적인 행동과 사고방식을 억압받은 시대를 그려 보인다는 점에도 눈길을 끈다.

 

자신의 결혼 지참금을 생활비에 써야 할 지경에 이른 곤란한 가정 내의 환경이나 엄마가 자신에게 가르쳤던 행동 범위와 예절들, 그밖에 도굴 현장에서도 남자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존재가 여자가 어디 이런 곳에 함부로 나다닐 처지는 아닐 것이란 눈길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행동에 나서는 모습들을 통해 저자가 그리는 이 소설 속에 여성상들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게 한다.

 

죽은 아버지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의 거짓말을 먹는 나무, 성경에서 나오는 선악의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는 페이스의 생각은 인간의 원초적인 탐욕을 근거로 내세운 가상의 소재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는 당찬 소녀의 성장 소설이자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환상적인 흐름들은 스릴과 추리의 맛과 함께 당시의 역사를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게 한 소설이다.

 

정말 내 곁에 이런 나무가 존재한다면, 그래서 딱 한 가지만 들어줄 소원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 말할 수 있을까?

 

페이스가 말한 것처럼 뿌린 대로 거두는 베인 섬의 마을 사람들 마음속에 도사린 남을 믿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환경에 이르게 되는 설정들을 통해 나약하지만 여전히 가슴속엔 커다란 무시 못할 탐욕이란 자리가 앉아 있는 한 인간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 또한 느낄 수 있게 한 책이었다.

 

영국 문학의 최고 권위 코스타 문학상을 수상하여 화제가 되었던 책인 만큼 영화로도 나온다니 기대해 볼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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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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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방송이 시작된 작품의 원작이다.

원래의 제목은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란 제목으로 출간된 것을 이번에 새롭게 표지도가 바뀌면서 새로 나왔다.

 

지난번 '닥터스'란 드라마를 재밌게 본 독자로서 이번 작품에 대한 제목을 대했을 때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은 점이 있었으나 내용을 읽고 보니 왜 제목을 착한 스프는... 을 지었는지 알게 됐다.

 

이 책의 제목인 사랑의 온도~

사랑에 관해 온도로 측정할 수 있는 적정기준이 있을까만은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을 보니 사랑을 느끼고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의 유연성을 굳이 온도에 비유하자면 정말 얼만큼의 온도가 적정선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은 카톡을 통해 간단한 안부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시점이지만 이 책에서는 반갑게도 과거와 조우하는 시간을 준다.

처음 컴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나누는 대화창, 한때 천리안, 하이텔, 나우... 이런 명칭들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온라인 모임을 통해 저마다의 닉네임을 가지게 되면서 통용되던 시대를 그린다.

 

5년 전 착한 스프라는 닉네임을 가진 온정선, 파리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식당을 열 꿈을 꾸는 젊은이다.

그와 당찬 대화창을 통해 인연을 맺은 홍아는 우체통이란 닉네임, 홍아의 절친인 제인이란 닉네임을 가진 여자 주인공인 나는 이현수란 이름을 가진 방송작가 지망생이다.

 

세 사람의 질긴 인연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첫눈에 느낀 남자와 비교적 냉소적인 감정을 가진 여자가 뒤늦게 알아버린 자신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의 타오르는 불꽃같은 사랑의 감정이란 온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직선의 사랑법을 택한 현수가 느끼는 사랑,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남자답게 지켜보면서 포기하지 않는 정우의 사랑법, 자신의 못난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진실된 사랑 앞에 다가서지 못하고 마는 정선의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 벗어나지 못한 사랑법, 자신만이 오로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어야 하고 그런 자신의 곁에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세월과 미모라면 자신 있었던 자신이 오히려 현수로 인해 주목받지 못한 낭패감을 느낀 나머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만드는 홍아의 사랑법들이 각기 다른 환경과 타이밍이란 것 앞에서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처음엔 가벼운 사랑을 그린 로맨스구나 하고 첫 장을 펼쳤지만 두 남녀가 느끼는 사랑의 온도가 실제로는 같은 시기에 느끼지 못했단 사실 앞에서 5년 후에 다시 만나고도 그런 감정을 제대로  말하고 확인조차 못한 채 주위의 여건 때문에 무너진다는 현실들이 답답함과 함께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밝은 면의 톡톡 튀는 사랑도 있지만 때론 인생에 있어서 내 앞에 다가오는 그 누군가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구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머물지 못하게 하는 사랑에 대한 미성숙함을 통해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한 여인의 사랑에 대한 성숙도를  느껴보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려.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서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p77

 

읽으면서 정우에 대한 사랑을 받아주지 못하는 현수도 안타깝고 그런 현수를 떠나지 못하는 정우의 사랑도 그렇고,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여전히 문이 열리지는 않을까 하고 기다리는 현수가 위의 대사를 듣고 정우에게 다가갔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를 상상해 본다.

 

먼저 고백했고 그 고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두 남녀 간의 사랑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까, 아니면 먼저 고백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남은 한 사람이 더 약자일까?

 

사랑하면 쉽게 생각할 수도 있는 감정인데도 이 책에서 그려지는 사랑은 왜 이리 힘든 것인지, 그래서일까?

저자가 글로 나타낸 약자에 대한 느낌은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 사랑이란 철저히 낮아지는 마음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낮아지고 낮아져서 그 상대를 위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느끼는.-p 228

 

첫 방송에서는 원작자가 쓴 작품과  원작자가 극본을 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색깔들이 책에서와는 약간 다른 설정들이 나오기에 원작처럼 그려질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게 만들지만 사랑에 대한 온도, 그 자체만큼은 저자의 글 힘을 믿고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며 읽는 것도 재미를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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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스릴과 추리 속에 포함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읽다 보면 인간은 과연 선천적으로 선과 악 중에서 어떤 성정을 간직하고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주어진 환경에 의한 영향으로 예기치 못한 설정 속에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어떤 책을 읽으면  선(善)이 타고난 성정이다 란 생각을 하게도 되고 저 책을 읽으면 뭐지? 그럼 악(惡)이 선천적으로 지닌 성정에 속한다는 것일까?를 헷갈리게 하는 경우를 느낄 때가 많다.

 

'고백'으로 처음 만난 이후 그녀가 쓴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엔 어떤 선천적인 선과 악이 처음부터 드러나는 것이 아닌 우연찮게 벌어진 상황 속에서 저마다의 사람들이 가진 불편한 감정을 토대로 사건의 흐름을 보여주는 책이기에 작가의 작품을 그동안 읽어 본 독자라면 좀 새로운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작은 항구 마을인 하나사키초 란 곳은 대기업 '하츠카이'수산의 최대 공장 때문에 그나마도 명맥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마을이다.

그 마을에 대대로 토박이로서 살아온, 더군다나 대대로 이어져오는 불교용품점을 운영해가고 있는 며느리로 사고로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로 등하교를 하는 딸 쿠미카를 둔 나나코, 남편의 전근으로 인해 사택에 거주하면서 '쁘띠 안젤라'라는 프리저브드 플라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미쓰키, 그녀에겐 사야코란 딸이 있다.

 

또 한 사람인 도기를 전공한 미술학도로서 이 마을의 풍경과 경치에 반해 동창생인 켄코의 권유에 따라 부부는 아니지만 동거 형태의 생활을 하고 있는 스미레가 있다.

 

점점 마을의 활기가 없어지고 심지어는  공장이 폐쇄된다는 소문도 있는 곳, 마을 사람들은 하나사키 상점가를 살리자는 취지로 축제를 벌이기로 하고 이 와중에  세 사람은 운영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일, 다리가 불편한 쿠미카와 친하게 지내게 된 사야코의 시를 계기로 휠체어 생활을 지원하게 되는 자선단체 '클라라의 날개' 란 이름으로 운영이 확대되고 점차 블로그 활성화에 힘입어 스미레가 만든 날개 모양 스트랩도 판매가 원활히 진행이 되는데, 방송에서 취재를 계기로 세 사람 간의 불편한 마음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게 된다.

 

걸을 수 있으나 걷지 못한다는 소문에 휩싸이는 쿠미카에 대한 시선, 자선단체 기부를 제대로 시기를 못 맞춰 진행하지 못한 스미레에 대한 미쓰키가 느끼는 감정 또한 스미레의 진실을 믿어야만 하는지에 따른 여러 가지 의문들이 선한 의도로 행한 행사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시각의 느낌을 묘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여기엔 5년 전 집을 나간 시어머니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고로 인한 행방이 묘해진  금괴의 실체와 살인범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들까지, 이렇다 할 큰 사건의 자체는 없지만 작은 소용돌이 속에 감춰진 큰 소용돌이의 용트림을 느낄 수 있게 한 작품이다.

 

방화사건에 이은 두 소녀의 감춰진 비밀들이 독자들만 알게 해주는 글을 통해 저자의 특허인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긴장감과 멈출 수 없는 속도감들이 다른 작품들처럼 다가온다.

 

타 작품들에 비해 하나의 큰 사건은 없지만 저마다 간직한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들은 작고 큰 파문의 여지에 따라 다른 결과들을 산출해내고 그 결과로 인해 또 다른 의심과 진실을 알게 할 방법조차 믿어 버리지 못하게 한 상황 설정들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른 스릴의 맛을 전해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모두가 한데 뭉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 했고 서로 저마다의 크고 작은 배려를 품어왔던 행동들이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간 안에 숨어있는 선의의 끝을 그려내 보고자 한 저자의 의도로 인해 색다른 느낌을 받은 작품, 다양한 상상력에 기댄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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