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말하면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서도 이 세
권을 연이어 읽는다면 바로 그
배경과 연작의 설명이 되는, 그러면서 해리 홀레의 변화된 심경과 활동의
영역변화와
행동들까지를 시간 순으로 읽어갈 수 있는 시리즈 물이다.
레오파드에서 연인 리켈과 그녀의 아들 올레그와
헤어진 후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해리는 자신의 예전 상관을 찾아가 마약관련 사건을 조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이유인즉, 올레그가 마약관련과 연관되어 감옥에 수감이 되어 있는
상태로 이 사건
배후를 조사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되는 해리-
책은 올레그를 마약소굴에 빠지게 만드는 구스토란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회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거리의 마약 왕의 왕좌에 오른 비밀에 쌓인 인물, 그 인물의
수하에 놓인 사람들의 행동 반경에 의해 경찰의 버너역할을 하게 되는 사람, 비행
기 조종사의 신분을 이용해 마약을 손쉽게 국내에 들여오고 가져나가는 행동을 통
해 사건은 일파만파로 크게 번지게 되는 경황들을 그린다.
해리의 수사 반경은 여전히 날카롭다.
글 한 구절 한 구절을 무심코 넘기다 보면 어느 한 순간 이것이 결정적인 근거로 생
각될 수도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는 말과 행동, 그 가운데서 유독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해리의 생각과 행동은 비록 나 자신의 혈육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레오
파드에서 두 사람에게 아픔을 지니게 만들었다는 점에 근거해 멀리할 수밖에 없었
던 사정들이 올레그에겐 친아버지 이상으로 생각했던 해리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
어졌다는 사실이다.
바쁜 엄마를 뒤로하고 거리에서 만난 구스토를 통해 마약의 길로 발을 들이게
된 사연과 죽어가는 구스토의 회상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는 작은 조각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큰 그림을 완성해가는 형식을 취한다.
올레그에 대한 해리의 생각, 친 아버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아들 이상으로 생각하는
심정과 라켈과의 인연을 통해 또 다른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연결하고 해결하는
모습들은 전작에 이어서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전작에서 보였던 치열하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무자비하게 활약하는
모습의 반전으로 여길 수도 있는 부성애를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죽음보다도 더
치열하게 경험하게 만드는 마약상의 극악무도한 감정과도 대비되는 효과를
보인다.
- "감방은 죽음보다 지독해. 해리. 죽음은 간단하지.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주니까. 한데 감방은 인간성이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영혼을 먹어 치워. 그러다 유령이 될 때까지."
정해진 루트를 벗어난 행동을 했던 구스토를 처벌하지 않았던 마약상의 비밀은
해리의 감정과는 상반된 이미지로 비쳐질 만큼 그려지며 특히 마지막 구스토를
죽인 범인의 정체는 반전의 극치를 보인다.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혼들, 결국 같은 동료끼리 배신하고 배신당하지
않으려고 총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가여운 사람들은 이미 그 영혼을 마약에 팔아
넘긴 유령의 모습 그 자체요, 감옥에서 죽었을 때에 비로소 유령으로서 자유로워진
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읽고 나면 더욱 섬뜩함을 지니게 한다.
동유럽과 구 소련일대,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북유럽 마약루트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올레그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해리의 모습은 말한 마디조차 제대로
따뜻함을 던지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 속마음만은 결코 자신의 핏줄로 태어난
아이를 가진 아버지들 이상의 사랑을 보인단 점에서 타 책에 서 볼 수 있었던
해리의 행동과는 다른 반전이라고 느낄 수가 있다.
철저히 비밀에 싸인 정체들을 밝혀나가는 과정 속에 사랑과 아픔, 대체해 줄 수 없
는 사실 앞에서 안타까움을 지니는 해리의 모습이 여전히 책을 덮고서도 진한 여운
을 남기게 한다.
다음 시리즈를 벌써부터 기다리게 만드는 매력의 요 네스뵈의 신작, 올 겨울 팬텀
으로 우리들의 해리를 만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