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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러브
콜린 후버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간호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테이트는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는 오빠 코빈의 집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온다.
자신의 거처를 정하고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잠시나마 같이 살기로 한 것인데 첫날부터 오빠 집 앞에 술이 떡이 된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으니 바로 앞 집의 마일스란 남자다.
그녀를 보고 레이첼이라고 부르며 우는 남자, 첫인상부터 얼굴을 찌푸리게 하더니 정작 코빈은 그를 집 안에 들이고 돌봐주라 한다.
첫 만남의 어그러짐은 이내 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게 이어지지만, 알게 모르게 같은 직업을 가진 오빠로 인해 왕래가 잦아지면서 서로가 끌리게 된다.
하지만 그의 비밀스러운 눈동자에 서린 눈빛, 뭔가를 말할 듯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듯한 비밀, 뜻밖에 그의 제안은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 관계'-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들은 테이트는 그의 끌림에 대한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어 받아들이고, 언젠가는 자신의 진실을 알아줄 날을 기대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둘은 둘만의 중독성 있는 관계로 빠져들게 된다.
그가 가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책은 그의 과거에 벌어진 일들과 현재의 일들이 교차하면서 보이고 그 가운데에 그가 왜 사랑에 대해서 거부감과 함께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테이트와의 감정은 오로지 육체적인 조건 하에서만 가능할 것처럼 믿어 온 마일스였기에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생각 차이 방식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긴장감과 팽배함을 느끼게 한다.
책의 흐름은 엄마들의 로맨스라고 불린 '그레이~'의 분위기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차이가 있다면 그레이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갖춘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상태에서 이루어진 계약식의 연애였다면 이 책에 나오는 마일스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남자로(비행기 조종사란 직업이 평범하다면 그렇겠지만..)서 20살이 채 되기도 전에 사랑을 했던 여자 친구와 아이의 일을 계기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권리 내지는 책임감으로부터 그 모든 것을 가질 수없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로 그려진다.
그러기에 또 다른 사랑이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방어를 치고 사는 남자라는 점, 그런 남자에게 바라선 안 되는 조건이 있음에도 여전히 언젠가는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길 기다리는 테이트라는 여인의 관계를 그린 책이라 로맨스의 전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밀당의 감정 외에 한 인간의 깊은 고독감과 외로움을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한다.
사랑이란 서로의 감정을 통해 상호 보완하고 키워나가면서 느끼는 것일 텐데도 두 주인공의 사랑은 이어질 듯하다가도 한쪽의 거부로 인해 또 다른 한쪽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맺어가는 관계가 책 제목처럼 그 뉘앙스가 느껴지게 한다.
나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상대방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죄의식에 쌓인 채 오로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마일스가 비로소 테이트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테이트는 그런 마일스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책의 진행은 책을 받자마자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흡입력을 자랑한다.
설정 자체로 본다면 마일스란 남자의 비밀을 독자가 알아내기까지 저자의 글이 좀 더 속도를 내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그의 비밀을 알고 난 후에 독자들은 그의 깊은 상처를 같이 느껴가게 몰입도는 최고다. (책을 받자마자 바로 읽어버렸다.)
사랑이란 말 앞에 한없는 두려움과 고독감,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기까지, 그러면서도 이 행복이 또다시 불행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하는 그의 여린 심정은 여성독자들에게 크게 가슴으로 와 닿지 않을까도 싶은데, 이런 그 둘의 여정을 그린 로맨스라는 장르의 책은 또 다른 로맨스와는 다른 감성에 젖어들게 하는 책이다.

책 띠지의 노트북과 그레이 사이의 작품이란 말, 딱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