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구매하고자 하는 물품을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이용자들의 후기담이 담긴 댓글을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적당한 가격, 그 물품에 대한 이미 구매한 사람들의 호응이 좋다면 나로서도 이미 마음의 절반 이상을 그 물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간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은 것을 보면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하지 않는 이상 위의 댓글들의 중요성은 높다고 본다.
또한 흔한 가십거리의 기사라든가 요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의견을 올리는 댓글들은 어떻게 보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어떤 집중적인, 흔히 말하는 알바 댓글을 이용해서 올린 것을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도 되는 것을 보면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이 주는 이익도 있지만 이에 대한 허점을 노리고 악으로 이용하려 들면 얼마든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익명의 댓글 성 글들이 주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단 생각이 더욱 들게 한 책을 접했다.
제 3회 제주 4. 3 평화 문학상 수상작이자 요즘에 핫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장강명 작가의 신작인 '댓글부대'는 작가의 전직인 기자 출신 답게 아주 일목요연한 정리의 글을 대한단 느낌을 받는다.
소설은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이를 무력화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자인 임상진과 전문적인 댓글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을 무력화시키는 조직인 팀-알렙’의 일원인 ‘찻탓캇’이 제보자로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인터넷 공간을 이용해 사람들의 심리를 무너뜨리고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단체방을 없애버리는지에 대한 교묘한 방법과 이에 대한 실천들을 담은 현장의 목소리는 이들의 대화만으로 이루진 것이 아닌 실제로 이들이 어떻게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장면까지 같이 보여주기 때문에 읽는 속도도 그렇지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찻탓캇이 들려주는 자신들 3인방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힘을 가진 "합포회"라 불린 사람들로부터 받은 하청을 어떻게 이행하는지에 대한 절차들은, "은종게시판"이라고 불리는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을 하는 절차서부터 말꼬리 하나를 가지고 어떻게 회원들간을 이간질시키고 초토화를 만드는지, 음료 광고를 드러내기 위해 쭉쭉빵빵한 모델을 호텔에 비치하고 그 옆에 슬쩍 끼워 넣음으로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매출을 올리는지, 모든 것이 읽다 보면 그저 하나의 댓글 성 글이라고 넘기던 것들이 이제는 달리 보이는 시각을 던져준다.
일베, 오유, 여초 사이트들, 낯익은 이름들도 있지만 관심 밖에 있었다면 전혀 모를 수도 있는 각종 사이트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파고들어 군중들의 심리를 제대로 조장하는 댓글부대의 출현은 사회의 중추로 성장할 십대들의 관념을 은연중에 흔들어 놓는 기법으로 다진 동영상의 작품과 그에 따른 사회적인 파장들이 적나라하게 보여 결코 허구처럼 보이지 않는다.
악성 댓글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에 시달리고 명예 고소를 한다는 기사는 많이 접하지만 이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피해 당사자들에겐 얼마나 큰 충격인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이를 삼인방에게 하청 하는 거대 권력들의 움직임은 또 다른 반전을 주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해. 두려움과 죄의식.
백만 명, 이백만 명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_본문에서
각 차트마다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괴벨스의 어록이라고 전해지는 말들을 달아 놓은 것들도 군중을 압도하고 어떻게 하면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미지가 실제적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작가의 자료 조사와 상상력이 합쳐져 더욱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익명의 사실이란 이점을 가지고 이를 이용하여 진실이 아닌 말로 상대방에게 아픈 일들을 겪게 하지는 말아야겠단 조심성, 여전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런 일들이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내 지울 수 없었던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작가의 창의력이 돋보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