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포샤는 벽장에 숨어서 남편의 불륜을 지켜본다.
남편의 콜드 총을 손에 쥐고서-
자신보다 훨씬 어리고 딸 뻘 정도의 어린 여자아이와 자신과 같이 생활하는 침대에서 목격한 그 장면 이후 그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웃고 섹스중독에 빠질 정도의 방탕한 생활을 하는 포르노 감독인 남편에게 질릴 대로 질려버린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직행-
돌아와 보니 여전히 엄마는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하는 호거 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딸이 좋아하는 라임이 든 다이어트 콜라를 챙겨두고 기다리는 생활을 하는 중이다.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해 달라는 엄마의 부탁, 더 이상 어디 발 붙일 곳 없는 그녀는 고교 동창인 다니엘이 일하는 식당에서 고교 은사이자 아버지란 감정을 느끼고 존경해마지않던 버논 선생님의 소식을 궁금하게 여기게 된다.
다니엘의 아이 토미와 그녀의 오빠이자 고교 선배인 척의 만남도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버논 선생님이 제자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신체가 엉망이 되고 은퇴를 했다는 사실, 그 충격은 바로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만난 매브 수녀님의 고백을 듣고 더욱 선생님 찾기를 한다.
바로 수녀님의 아들이 버논 선생님이란 사실, 자식을 두고 저 먼 곳의 님과 생활하기를 결심했을 때 이미 아들은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고 단절된 생활은 결국 엄마의 죽음마저도 알지 못한 채, 은둔에 생활에 접어들게 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오직 자신의 충실한 개인 알베르 카뮈라고 이름을 붙인 푸들만이 식구이자 동지였지만 이 개마저도 버논의 뜻에 거스르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면서 버논은 더 이상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자 자살을 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지만 포샤의 방문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다.
학창 때의 감수성이 한창 예민하던 자신에게 자신의 고민과 문학적인 소질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졸업 후에 주신 '공식 인류 회원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던 그녀는 매브 수녀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생님의 재기를 돕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엔 선생님의 완강한 뜻에 부딪쳐 헤어지게 된다.
척, 또한 만만찮은 삶을 살아가는 남자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지 애를 쓰고 뒤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체 교사로서 일하면서 바텐더로서 일하는 남자이자 여동생에게 아이만 남겨두고 떠난 채 떠나버린 그 어떤 놈을 뒤로 하고 조카와 여동생을 돌보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포샤를 본 순간 사랑을 느낀 순정남으로 변신하는 과정과 함께 웃고 울며 뭉클함이 같이 전해주는 남자다.
실버라이닝이란 영화를 본 독자라면 이 작가의 책을 접하는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다.
'용서해줘, 레너드 콕' 이란 책에서와는 또 다른 학창시절 모든 학생들에게 용기와 꿈의 실현을 위해 수업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열게 해 주셨던 버논 선생님이 겪었을 교육자로서의 충격은 읽는 동안 독자로서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게 하는 자신의 무능력함,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에 대한 일치감을 여지없이 느끼면서 살아가는 와중에 반려견의 돌발적인 자살행위, 그에 덧붙여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기억하며 찾아온 여 제자와의 만남은 그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거부하는 상실함만 남은 한 루저의 모습이 펼쳐진다.
누구나 이 세상에는 혼자 살 수 없음을,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는 사실, 정확히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내가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인생의 과정들을 보여주는 작가가 그리는 인물들을 통해 따뜻함을 전해준다.
학창 시절 좋아했던 뮤지션들을 나이가 먹었어도 여전히 헤드 뱅뱅을 하며 좋아하고, 문학 수업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면서 소설가로서 데뷔하는 포샤의 열정적인 과정, 물론 이마저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선생님의 재기를 돕겠다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더욱 느꼈을 실망감을 언젠가는 선생님이 자신의 작품을 볼 것이란 희망을 갖고 도전하는 자세로 나온 '러브 메이 페일(보네 커트가 썼던 문구)이란 제목으로 책 출간을 하기까지의 과정, 그 와중에 척의 새로운 도전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국면에 닿는 과정들이 인생에서 무엇하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힘들게 버텨왔던 '루저'들의 새로운 인생 도전을 그린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남편에게마저 철저히 배신당한 이혼녀,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일시에 좌절당한 선생님, 마약중독에서 헤어 나온 교사 척, 사랑하는 아들을 뒤로 하고 수녀로서의 삶을 마감한 한 엄마이자 종교인이었던 매브-
언뜻 보면 전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평범한 생활을 하기엔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겐 언젠가는 다시 새롭게 내 인생을 개척하고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의지가 있는 한 서로 도움을 주고(구해주고) 받을 수 있는 존재로 설 수 있다는 사실, 이 한 가지를 가지고 돌고 도는 원의 둘레처럼 서로가 연관이 되어 있고 각자가 그리는 삶에 한 발짝씩 다가서는 모습들이 시종 감동을 전해준다.
저자의 이력답게 책 전체에 흐르는 문학적인 작품과 저자의 일대기를 통해서 글을 읽는 내내 다시 한 번 책을 돌아보게 만들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음악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엠마 톰슨이 영화 주인공인 포샤역으로 확정된 만큼 책 전체에 흐르는 톡톡 튀는 대사와 영화 같은 장면들이 어떻게 보일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