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려 15년 전이 일을 다룬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은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도 주고, 요즘에 돌풍을 끌고 있는 '응팔'을 통해서도 그렇지만 아주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가깝게는 서서히 그 변화의 감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그 시절은 지나간다.

 

그런 점에서 뒤늦게 나온 책이란 생각도 들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에세이란 바로 이런 맛이야! 를 또 느낄 수 있는 책을 읽었다.

 

그동안 접한 책 속에 녹아있는 그만의 느낌을 다시 만났다는 즐거움도 있고 뭣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직접 보고 겪은 이야기를 , 저자 말처럼 자신의 글 스타일에 비하면 엄청 빠른 속도의 타자기를 눌러가며 써 내려간 특파원으로서의 자격이자 작가로서 느껴 본 호주에 대한 느낌을 잔잔히 그린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유력 잡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의 요청으로 초대되어 올림픽 현장으로 달려갔고, 그의 말처럼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음에도 갔던 일을 오히려 행복해한다.

 

알다시피 저자 하면  야구, 맥주, 재즈, 그리고 달리기, 특히 마라톤에 대해서라면 그를 연상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책 속에 내용이 많이 들어있는 바, 이번에도 이 책 안에서 읽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마라톤 경주를 하는 선수들에 대한 입장, 그것을 바라보는 관중으로서 느끼는 여러 가지 경기장 주변의 이야기가 아주 재밌게 그려져 있다.

 

초청된 특파원으로서 자기 몫의 글을 쓰는 중에도 멈추지 않는 달리기 운동, 그리고 아무리 싫다 하더라도 내색을 쉽게 할 수 없었을 올림픽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들이 인상적이다.

 

개막식을 끝까지 보지 않고 뛰쳐나온 것, 쿠베르탱이 주장했던 올림픽의 정신이 이제는 다국적 기업들의 스폰서에 의해 변색되고 상업화되는 현실, 메달의 색깔에만 집중한 나머지 끝까지 완주를 하는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에 대한 찬사가 일반인들의 머리 속에 퇴색해져 가는 현실을 꼬집는 글은 호주의 역사에 대한 보이지 않았던 내밀한 불편한 진실의 이야기들과 곁들여져 무라카미의 글 솜씨가 발휘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를 지켜보는 자세, 물론 일본인이기에 속마음은 모국을 응원했겠으나 편향되지 않은 관중으로서의 평가, 그리고 올림픽은 프로가 있는 운동경기는 포함시키지 말고 아테네서만 하게 한다면 지금처럼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이건 웃으면서 읽은 대목 중 하나인데, 축구경기의 마지막 장면은 상대국의 선수 유니폼을 바꿔 입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적은 부분이다.

분명 땀냄새로 범벅이 된 옷을 바꿔 입길 원하지 않은 선수도 있을 법한데 참견이라고 단서를 단 후에 여자 축구팀은 유니폼 교환을 안 하는지, 오히려 이런 경우엔 하면 좋겠단 귀염성의 발언이 웃음을 짓게 한다.

 

올림픽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 이미 인류가 운동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것을 가지고 화합과 우정, 그리고 그 속에서 경험할 수있는 운동 정신의 뜻을 기릴 수도 있는 것에 대한 글들은 당시의 올림픽이 열렸던 호주의 알지 못했던 장소와 전철을 이용해서 오고 가며 읽은 책들과 함께 이렇게도 올림픽 취재 기를 통해 읽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한번 겪은 올림픽 취재라서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혹 모를 일이다.

자신의 나라에서, 아니면 또다시 2002 한. 일 올림픽처럼 공동 주체자로서 다시 한 번 올림픽 개최를 우리가 연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취재 글을 거절할 수는 없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