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북유럽권의 소설이 강세란 느낌을 받는 가운데 또 다른 책을 만났다.

매번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다루는 책도 재미를 주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들을 변주해서 들려주는 것 또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가울 것 같은 내용들이 흰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북유럽권 하면 대개 백야를 연상하게 된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백야가 지속되는 곳,  추운 날씨가 연상 그네들의 삶 일부분이기에 동계 올림픽만 보더라도 눈에 강한 종목들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천연의 자연 조건을 가진 나라를 떠올리게 된다.

 

그 곳에서 옛 날 동화 속에 어느 날, 왕비는 바느질을 하다가 손을 찔리게 되고 흰 바탕에 떨어진 붉은 피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내게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이 흑단 창틀처럼 검은 아이가 있었으면..."

 

언뜻 윗 구절을 읽게 되고 책 첫 장을 열게 되면 바로 왕비가 원했던 아이가 출현을 할까? 과연 휜 설원에서 펼쳐지는 백설공주는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까? 에 대한 연신 궁금증을 일게 하지만 그 기대는 저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루미키-

책의 주인공이다.

한 가지 맞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루미키란 이름,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라는 이름이란다.

 

신체조건?

여지없이 우리들의 예상을 깨트리는 모습, 좀처럼 남들 눈에 띄는 행동이나 말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나의 시간을 즐기는 타입, 또래의 여자아이들처럼 데이트나 남자아이들 앞에서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여자들과는 동떨어진 생각, 부츠에 바지, 두터운 털옷을 입는 정도로 사는 여학생이다.

 

첫사랑과 헤어진 아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학교에서조차도 그다지 눈에 거슬리는 행동 자체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느 날, 학교 암실에서 피가 묻은 3만 유로에 해당하는 돈이 세척이 된 상태로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이를 학교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에 쌓일 즈음, 학교장 아들인 투카가 돈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읽으면서 저자 자신이 캐릭터 자체를 '밀레니엄'시리즈에 나오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오마주 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정말 비슷한 차림새(학생이기에 다소 완화된 모습)와 타인들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되 어린 시절에 겪은 친구들의 폭력 앞에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만들어 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결코 타인의 삶에 끼어들지도, 관여 자체를 싫어했던 루미키가 우연하게도 누구도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말로만 떠돌던 '북극곰'의 존재 실체를 직접 봤다는 것과 러시아와 에스토니아인들이 섞인 마약 딜러와  친구 아버지의 일에 관계된 일들을 파헤치는 일들이 한 소녀의 마음을 닫고 살아왔던 개인사와 맞물리면서 대담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책이기에 우선은 이미지가 글과 함께 같이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동화의 결말은 항상 해피하다.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던 백설공주를 구한 왕자는 그 후로도 백설공주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로 끝을 맺는 동화는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지만 현실에서 보이는 백설공주는 과연 행복했을까? 에 대한 반전을 생각해 본다면 이 책도 작가가 그런 염두를 두고 그린 책이  아닌가 싶다.

 

흰 설원처럼 하얗고 선명한 붉은 입술, 흑단 같은 검은 머리는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필요한 변장술일 뿐 현재의 루미키는 그런 변장을 통해 또 다른 루미키가 아닌 백설공주가 되어야만 하는 한계성을 가진 서술적인 장치임을 이 책에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게 한다.

 

YA 소설답게 그 나이에 맞는 이성과 파티에 대한 관심, 술에 취하고 마약에 취하는 생활, 믿었던 아버지에 대한 비밀이 파헤쳐지고 충격을 받는 모습들이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보여주는, 사건 외에도 그 또래들이 갖고 있는 감정들까지를 포함하고 있어 또 다른 읽을 거리를 제공해 준다.

 

스스로 살기 위해 육체적인 힘을 강화하고 부모의 비밀은 무엇인지, 그녀 자신이 왜 스스로 세상과의 어울림을 거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 대강은 어린 시절의 일들을 비쳐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지만 정확한 그 내막은 추후에 나올 다음 편 시리즈에 예약을 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이 턱 끝까지 왔음에도 끝까지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여주인공의 탄생, 스노우 화이트 트롤로지 1편에 해당되는 이 책 외에 제 2의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연상시키는 루미키가 다음 편에선 어떤 사건에 휘말려 해결을 할지 기대가 되는,  재미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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