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한 때 인대가 늘어날 정도로 불금만 되면 클럽에서 죽순이 노릇을 마다하지 않던 우리의 정소정 양-

그런 그녀가 자신을 속인 남친, 그 녀석이 오랫동안 사귄 여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여친으로부터 못 들을 말들을 다 들은 후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드디어 간호사가 되어버렸다.

 

되어버렸단 것은 복수에 불타던 자신의 결심이 아주 큰 몫을 했지만, 어쩌다 보니 그 결심들은 흐지부지돼버리고 실수 연발을 한 후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병원에 가까스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 병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식 이름은 갖고는 있으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는, 일명 이사장의 세례명을 딴 <라모나 종합병원>이지만 사람들은 <나 몰라 종합병원>이라고들 부른다.

 

그곳에는 의사라고는 하지만 그 이미지 쇄신을 바로 깎아버리는 비듬이 왕성하고 머리숱이 한창 없는 의사를 비롯해 남자로서 오히려 여성보다 더 여성의 심리와 상태를 잘 아는 수간호사, 그리고 그 밖에 별천지의 환자들로 구성된 곳이다.

 

별천지라니~

바로 기발한 이유로 입원을 하는 환자들, 즉 나이론 환자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합의금을 벌기 위해 입원하는 아저씨, 서로 못 볼 것처럼 앙숙인 두 할머니, 그나마 가장 환자 다운 환자인 고등학생 중민이를 빼곤 병원의 하루 일과는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시간을 그냥 대충 때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우리의 정 간호사는 현실에서의 꿈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  동식을 만나 동거도 하고 죽이 잘 맞는 친구들의 방문과 그들 사이의 연애와 고민, 뜻하지 않게 부탁을 받은 환자 할머니의 사연들이 각 파트별로 모이고 모여서 병원이란 공간을 두고 이야기를 그린다.

 

2nd Daum 작가의 발견- 7人의 작가전>선정 作으로써 우선은 밝고 건강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곳곳에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대사와 그 안에서 삼자가 보기엔 영 아닌 것 같은 일에도 핏대를 올리며 심리전을 벌이는 사람들, 내일 당장 안 볼 것처럼 온갖 욕을 하며 싸워도 한 쪽이 아프면  맘에도 없는 소리 늘어놓으며 걱정해 주는 할머니들....

저마다 병원에 들어오는 사연들을 통해 가슴 뭉클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정(情)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병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아프지만 웬만하면 참고 견디는 나 같은 경우도 병원이 정말 무섭다.

특히 집 안 어른 때문에 간호를 하다 보면 겪게 되는 각 환자들의 사연들을 알게  되면 남의 일 같지 않고, 곧 우리도 당장 닥칠 일들이란 생각들이 들면 병원이란 공간은 정말 필요한 장소이긴 하되 되도록이면 멀리하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아무런 뜻이 없이 간호학과에 진학해서 어떻게 시험 쳐 간호사가 된 정 소정이란 인물도 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타인들의 삶을 보면서 연애와 사랑, 결혼, 그리고 외로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며 그 와중에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간호사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에 대한 생각을 느껴가면서 발전해 가는 과정들이 잘 그려진 책이다.

 

힘든 순간도 삶의 일부다. 그 순간을 스스로 이겨낼 줄 알아야만 삶은 비로소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거다. -p.198

 

살면서 만족하고만 살 수는 없지만 그 만족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인 힘든 순간들을 견뎌내가며 살아가야만 한다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화 확정이 됐다고 하는데, 영상으로도 재미를 줄 것 같은 저자의 글이 짧은 시간에 읽히지만 가슴은 내내 따뜻함이 이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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