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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앵무새 죽이기, 이 단 한 권의 유명세로 인해 예기치 않은 인기로 대중의 눈에 띄길 원치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작가로 알려진 하퍼 리-
그녀가 앵무새 죽이기 이후로 출간 55년 만에 파수꾼이란 작품이 세계에 동시적으로 출간된단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무척 설렜다.
앵무새..에서 나온 천진난만한 주인공들의 활동과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의 양심적인 행동이 보여준 깊은 울림은 성장 동화이기 전에 한 편의 사회적인 시사성이 가미되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부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는 흘렀어도 문제점을 직시한 작가의 눈썰미에 대한 놀람이 가시지 않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나온 책인 파수꾼은 이미 성인이 된 26살의 스카웃이 뉴욕에 있다가 고향을 방문하면서 보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책이자,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애티커스란 인물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놀람을 전해 준다.
책 속에는 여전히 어린 스카웃이었을 때의 마을의 모습도 보이지만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여러 가지 변모된 모습들이 보이면서 스카웃의 로맨스도 곁들여서 나온다.
그 누구보다도 정의에 기준에 맞춰서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을 보였던 아버지의 상반된 행동을 목격하게 된 스카웃의 시선은 어릴 적 말괄량이이자 자신의 소신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표현해 낼 줄 알았던 그녀의 소신이 아버지와 맞부닥치면서 오는 의견의 충돌은 현재 해결되지 않은 채인 진행형의 문제점을 앵무새...에서 나왔던 문제보다 더 직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상식선 수준의 남북전쟁의 이면에 가려진 정확한 전쟁의 배경 원인의 참조 부분들은 이 책을 읽는 데에 도움을 받게 해 주며, 당시 이 책이 쓰인 시대였던 흑. 백 간의 충돌들이 스카웃이 생각했던 흑.백의 화합이 아닌 전혀 엉뚱한 데서 의견이 갈리는 현상을 아버지와 딸의 두 대립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앵무새... 전에 이미 원고를 썼다고 알려진 이 책은 앵무새...에 나왔던 이 내용과는 달리 표현된 애티커스 변호사의 소신 있는 발언에 대해 왜 작가가 이 두 작품을 염두에 두고 개별적인 차별을 두고서 쓴 의도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작에 흐르는 부분부분적인 추억에 잠긴 회상들이 연이어서 나오기 때문) 시대에 흐름에 맞추어서 각자의 사회적인 문제점 해결을 풀어가는 방식은 모두 똑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 그렇다면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의 소통 기준으로 작은 마을인 메이콤 안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대표되는 인종차별적인 문제 해결을 풀어가는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해 독자들 나름대로의 생각을 묻는 듯하다.
모든 인간들은 평등하고 균등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말 앞에서 서로의 주장을 이루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견해가 왜 흑인들과 백인 간에 차별성을 두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애티커스 변호사의 말은 솔직히 실망스러운 부분들이었다.
이것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세태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한계에서 오는 일말의 완만한 타협 선을 생각한 그의 생각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의 몫은 번역자의 말처럼 각자의 파수꾼의 역량에 따라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보잘것없기에 백인 주인의 손을 타야만 그들의 생활이 그나마 발전된다는 식의 백인 우월주의 밑에 같은 백인이라도 쓰레기 백인이라고 불리는 하층민 백인의 대표격인 행크의 행보 속에 그 방법이 비록 좋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메이콤 안에서는 메이콤 만의 방식이 있고 같은 주류의 편승해 살아가기 위해선 내 나름대로의 소신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함을 말하는 행크이 발언들을 통해 소수의 의견이 아무리 훌륭하고 소중하다 해도 다수의 의견 앞에서 사라지는 소신 있는 행동들이 어떻게 이 둘 간의 화합을 재 조정해 보완해 나가야 할 필요성, 그러기에 여전히 내 맘속의 파수꾼은 그런 소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기준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눈이 멀었거나, 그게 내 모습이다. 나는 눈을 뜬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려 한 적이 없다. 얼굴만 살짝 봤을 뿐이다. 완전히 눈이 멀었다, 돌처럼... 스톤 목사. 스톤 목사는 어제 예배에 파수꾼을 세웠다. 그는 내게 파수꾼을 세워 주었어야 했다.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매 정시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