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 인가란 설문 조사를 받게 되면 참으로 곤란하다.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뭘 우선적으로 손에 꼽아야 할 지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 찬 기대감이 우선 앞서기도
하고, 뭣보다 우리나라의 많은 추리 소설들이 없다 보니 외국계 소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도 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는 탐정은 셜록 홈즈였고 미운 상대는 루팡이었다.
미움의 감정이 극한 상태로 몰아갈 만큼 천연덕스럽게 유유히 도망치는 루팡에 대한, 그러면서도 이상하게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그의 가공할 도둑 기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에 비추어보면
셜록에 대한 기억은 그야말로 천재에 가까운 추리능력과 그의 보조자인 왓슨과의 콤비는 지금도 뇌리에 남는 커플이자 경외의 대상으로 남는다.
다른 사람들은 코난 도일이 지은 작품 중에 여러 작품들 중에 어느 하나를 꼽는 대목에 이르러선 유명한 작품들을
꼽는 반면 내 경우엔 너도밤나무 집의 비밀(혹은 수수께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지금도 셜록이란 명성은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한 소설 속의 창작 인물치고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애독
가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도 흔하지 않을 듯싶은데, 아쉽게도 코난 도일은 자신의 셜록을 죽음으로 끝마치는
여정으로 작품에 손을 놓게 되지만 독자들의 성원에 그의 존재를 다시 살려낸다.
이 책은 그 동안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이 공신한 새로운 시리즈이자 '실크하우스의
비밀'을 쓴 앤터니 호로비츠가 공식 작가로 지정되면서 새롭게 빛을 보게 된 셜록 홈즈의 이야기다.
책의 배경은 셜록과 모리어티가 함께 폭포에서 떨어지면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시점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모리어티가 떨어지기 전에 편지 한 통을 받았다는 것으로 시작이 되며 여기에 모리어티에 버금갈 만한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인물의 등장, 이를 쫓기 위해 미국의 핑거턴 탐정 사무소에서 오랫동안 탐정으로 일하던 프레더릭 체이스가
셜록 대신 주요 등장 인물로 나온다는 점이 이 책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책 제목인 셜록홈즈와 왓슨은 나오지 않지만 그에 버금가는 역할을 대신해 주는 주인공으로 위의 프레더릭 체이스와
영국 경찰 애설니 존스의 합동 작전이 주를 이룬다.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 만난 계기는 작가의 절묘한 상상력에 힘입어 전혀 어색함이 없이 진행된다.
미국의 강력범죄자인 클래런스 데버루를 찾다가 그가 모리어티에 연락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연이은 소식에 스위스로 날아가면서 그 곳에서 같이 데버루를 찾게 되는 에설니 존스와의 만남은 곧 이 이야기가 주는 후 폭폭의 쟁쟁한 장면들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방대함에 우선 놀라게 되고 전혀
기대치도 않았던 반전의 맛을 오랜 만에 허걱~ 이란 말 밖에 할 수 없었던 느낌을 만끽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사실 그의 전작인 실크하우스에서도 그랬지만 작가의 원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느낌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코난 도일이 창작해 낸 인물의 가능성을 넘어선 과거 홈즈 시리즈에서 나왔던 트릭들의 차용들이 교묘하게 얽히고
설키고, 표현 자체도 조금 친절하다 못해 끔직한 묘사 장면까지 드러내놓고 그려지는 이 소설은 왜 코난
도일 재단이 그를 공식 작가로서 인졍했는지에 대한 수긍이 가게 만든다.
그간 영드를 통해 셜록키언이란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만 봐도 캐릭터가 나온 시대를 생각하면 이처럼 왜 사람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또 진실... 에서 나온 홈즈와
모리어티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나게 그려진 설정은 작가 자신이 그려낸 셜록 홈즈란 인물의 활동을 뛰어 넘어선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이게 한 창작의 힘이 무척 강하게 와 닿은 책이기도했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로 발전된 셜록홈즈 시리즈가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고전을
넘어선 새로운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영원한 불멸의 불사조인 셜록홈즈 시리즈의 귀환을 정말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