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법정스릴러의 대가인 존 그리샴의 소설은 그의 전공답게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신선함을 준다.

 

법이란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상상을 넘어선 다른 구도의 인간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생각과 고민을 던져주는 그의 작품들은 매번 출간을 할 때마다 자극을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설 또한 그의 특기인 법을 다룬 소설이란 점, 특히 석유의 인기에 밀려 사양산업이 되다시피 한 석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환경문제와 연관이 깊었던 전작의 비슷한 느낌도 들게 하기도 한다.

 

법무부에서 일하는 엄마, 항공기 소송 전담만 했었던, 지금은 이혼하고 홀로 컨설팅업체를 꾸려가는 아빠를 둔 서맨사는 정통 코스를 밟은 변호사이자 그녀의 주 업무 담당은 부동산에 관련된 파트를 맡고 있다.

2008년 서프라임 사태로 인해 일시적인 해고 상태를 당하게 되고 실업자 신세가 된 그녀-

그녀에게 주어진 대안은 단 하나, 비영리 단체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하면 1년 후 복직될 기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차에 버지니아 산골 마을 브래디의 법률 구조 클리닉에서 일을 제안받게 된다.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애팔래치아 산맥에 위치한 브래디-

작은 도시답게 서로의 일들을 모두 알게 되는 그런 작은 마을에는 석탄의 매장량이 존재하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석탄 채굴에 관여하는, 광부들이 주를 이루고 사는 마을이다.

 

그런 이 마을에는 다양한 사연들을 간직한 채, 법을 모르고 사는 그저 순박한 사람들이 당할 수밖에 없는 석탄회사의 무자비한 변호사 투여와 긴 세월의 법정 투쟁으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었으니, 서맨사가 도시의 화려한 생활을 해 온 세계와는 별천지였다.

급료를 압류당한 근로자,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 자식들의 외면 속에 오로지 석탄회사에만은 땅을 팔지 않고 자손들에게도 물려주지 않으려는 유언 작성까지, 그야말로 요지경 세상 속을 경험하게 된다.

 

그 와중에 석탄을 캐는 광부들이 가장 흔히 겪게 되는 병중에 흑폐증이 이 마을에선 많이 겪게 되는 병 중에 하나였고 소송을 걸어봤자 긴 시간의 소요, 거대한 공룡 앞에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긴 시간과의 싸움에서 먼저 지치고 죽게 되는 사태를 겪게 되면서 이 일대는 그야말로 죽어가는 마을, 서로가 서로의 이익에 반목해 뚜렷해지는 배심원들의 경향들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서맨사 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몸담고 있는 법률 구조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로 되어 있다.

 

힘없고 나약해 보이는 변호사지만 소송이나 항소 자체의 경험이 없는 서맨사라는 여주인공이 스스로 느끼면서 성장해가는 소설이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이 허용하는 한계 내에서 온갖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석탄회사들의 행태들을 고발하고 있는 이 소설은 거대한 미국이란 나라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법의 허점과 판사의 선출과 지원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적인 소송을 이끌어가는 추악한 면을 고발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 묻힌 석탄 때문에 부부가 파탄이 나고 그 복수와 정의에 찬 일들이 때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무모한 행동들이라고 비칠 수도 있었던 도너번이란 변호사의 안타까운 죽음과 그의 동생 제프와의 쿨한 관계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잿빛 음모’라는 국내 소설의  원제가 ‘Gray Mountain’으로 바로 남자 인공인 도노번 그레이의 집안을 나타낸다.

 

정당한 방법에 의해서 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일을 대변해 주는 착한 변호사들이 있는 반면 거대 기업에 소속된 대형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의 법을 이용한 온갖 방해 작전을 통해 인간들이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벌어지는 이해득실과 맞물려 힘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피해를 보게 되는지, 안전장치라고 하는 법에도 서로가 서로의 뒤봐주기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실태가 가감 없이 그려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처음엔 1년만 인턴직을 마치고 자신의 자리인 뉴욕 맨해튼에 정착할 꿈에 부풀어 있었던 여주인공이 실제로 소송을 겪으면서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포부를 그려보고 책임성 있는 완무를 위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법이라는 소재로서 뿐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발전된 성장을 보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꼼꼼한 취재의 흔적이 보이는 소설이기도 한 만큼 이런 재해를 다룬 법적인 소설을 통해 고루고루 평등한 법 실현의 중요성이 다시 필요해짐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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